이동주 변호사의 알쏭달쏭 부동산 법정❸ 전세보증금 빨리 받는 법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과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세입자가 전세보증금을 돌려받기 힘든 경우가 속속 생겨나고 있다. 새로운 보금자리에 계약금을 걸고 이사날짜까지 받아 놓았지만, 집주인은 “여력이 없다”며 발뺌만 하고 있는 상황이다. 주변에선 “소송을 하라”고 부추기지만, 결과를 받기까지 걸릴 시간을 생각하면 쉽게 결단을 내리기 어렵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와 이동주 변호사의 알쏭달쏭 부동산 법정 제3편 전세보증금 빨리 받는 법이다. 

주택시장 침체로 전세보증금 반환이 어렵다고 버티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택시장 침체로 전세보증금 반환이 어렵다고 버티는 집주인이 늘어나고 있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천정부지로 치솟던 집값이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2월 둘째주 기준 서울 아파트 값은 5주 연속 떨어졌다. 강남구(-0.14%)와 송파구(-0.11%)가 0.1% 이상 떨어지면서 하락세를 주도했다. 보합세를 이어오던 신도시와 경기ㆍ인천의 집값 역시 동반 하락했다. 업계에선 시장 광풍을 이끌던 ‘갭투자(매매가격과 전세금 간의 차액이 적은 집을 전세를 끼고 매입하는 방식)’가 규제를 빗겨간 일부 지역을 빼고 자취를 감춘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그간 한국 부동산 상승장에서 소외됐던 무주택 서민에게는 기분 좋은 소식이지만 이들 중에서도 울상을 짓는 이들이 있다. 전세 세입자다. 내줄 전세보증금이 없다고 버티는 집주인 때문이다. 부동산 시세가 하루가 다르게 오르던 몇달 전만 하더라도 이런 일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당시엔 전세 수요가 많았다. 임대인이 새 세입자로부터 받은 보증금을 그대로 건네받으면 될 일이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서 정한 대로 집주인에게 계약기간 만료 1개월 전까지만 갱신 거부 의사를 밝히면, 별다른 잡음 없이 보증금을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집값 상승세가 꺾이고 거래가 위축된 지금은 다르다. 서울 전셋값은 하락 전환했고, 곳곳에 신규 주택이 공급되면서 새 임차인을 구하는 게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집주인의 자금사정이 넉넉하다면 문제될 게 없지만, 갭투자를 해서 집주인이 됐다면 얘기가 다르다.

전세보증금을 기반으로 투자를 벌여온 이들에겐 자금 여력이 없다. 전셋값이 하락하거나 새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면 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방을 중심으로 매매가격이 2년 전 세입자와 계약한 전세보증금보다 낮아 집주인이 집을 팔아도 전세금을 내주지 못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깡통전세 주의보

어떤 이는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때까지 거주하다가 (전세금을) 받고 퇴거하면 문제될 것 없지 않느냐”고 묻지만 이는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다. 세입자 대부분은 계약 만료 전에 이미 다음 전세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통상 2년 주기로 체결되는 전세 계약은 갱신이나 연장 합의가 없었다면, 세입자는 다음 주거지를 미리 물색하기 마련이다. 이런 상황에서 갑작스럽게 “보증금을 줄 수 없다”며 배 째라는 집주인 앞에선 속수무책이다.

해법이 없는 건 아니다. 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으면 된다. 계약기간이 만료되자마자 주거지에서 퇴거했다면, 그 시점부터 보증금뿐만 아니라 지연이자(보증금을 받을 때까지)도 청구할 수 있다. 손해배상도 가능하다. 계약기간 만료 전에 새로 옮길 거주지를 확정하고 계약금까지 지급했는데 집주인이 제때 보증금을 반환하지 않아 거주지 이전을 실패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는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소송에서 이기더라도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전세보증금이 묶여있는 상황에서 선고가 마무리될 때까지 마냥 기다릴 수도 없다. 세입자가 보증금을 빨리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일단 법원으로부터 주거지 가압류 결정을 받아 두자. 부동산등기부에 가압류 사실이 등재되면 전세는 물론이고 매매도 제한을 받는다. 이때 집주인은 부랴부랴 숨겨놓은 뭉칫돈을 꺼낼 공산이 크다.

세입자가 급하게 주거지를 옮겨야 할 사정이 있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후 새 주거지에 전입신고하는 게 좋다. 임차권등기명령은 관할 지방법원에서 신청할 수 있다. 임대계약이 끝난 뒤 임대차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 임차인에게 단독으로 임차권을 등기할 수 있는 권리다. 등기부등본에 임차권이 기재되면 보증금을 받지 못하고 이사를 해도 대항력과 우선 변제력이 그대로 유지돼 보증금을 지킬 수 있다.

부동산 업계에선 “임차권등기명령의 신청이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많이 들어가 포기하는 게 좋다”는 소문이 돌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절차를 밟는 데 2주 정도 소요되고, 임대인과 임차인이 각각 1명인 경우라면 그 신청비용이 5만원도 안 된다. 주택임대차보호법에 따르면 그 비용 역시 임대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 포기할 이유가 전혀 없다.

피같은 보증금 지키려면…

마지막으로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운용하는 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하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일정 수준의 보증료를 지출해야 하지만 전세계약 만기일이 한달 지난 뒤부터 HUG가 상품 가입자인 세입자에게 간단한 절차를 거쳐 곧바로 전세금을 변제해준다. 세입자는 정상적으로 새로 이사할 집을 구해서 원하는 시기에 계획대로 이주할 수 있다. 

이후 HUG는 세입자 대신에 집주인에게 전세금 상환 요청에 들어간다. 수도권 기준으로 최대 보증금액이 7억원이나 된다. 올해부터는 집주인 동의 없이도 가입할 수 있기 때문에 눈치를 볼 필요도 없다. 
이동주 변호사 djlee@zenlaw.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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