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그래픽디자인을 엿보다
뉴스나 미디어를 통해 접하던 북한 그래픽 디자인을 실제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지난 22일 개막한 ‘영국에서 온 Made In 조선: 북한 그래픽디자인展’은 우리가 간접적으로 보고 느끼던 북한의 그래픽 디자인을 직접 감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전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이번 전시는 한 영국인에 의해 수집된 컬렉션을 바탕으로 마련됐다. 25년간 중국에서 북한 전문 여행사를 운영해온 니콜라스 보너(Nicholas Bonner)가 북한을 여러 차례 방문하며 수집한 우표, 초대장, 엽서, 선전(프로파간다) 포스터 등 200여점의 북한 생활용품들이 소개된다.
이번 전시는 남과 북 당사자가 아닌 3인칭 관점이다.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시선이 아닌 한 나라의 그래픽 디자인을 다루는 데 초점을 뒀다. 이념과 사상에서 벗어나 객관적 시점으로 바라본 북한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시각문화 콘텐트를 만나 볼 수 있다.
올해 2월 영국의 일러스트레이션 전문 공공기관 갤러리인 ‘하우스 오브 일러스트레이션’에서 열린 ‘Made In 조선’의 첫번째 세계 순회전이다. 당시 하우스 오브 일러스트레이션 개관 이래 최다 관람객을 기록해 큰 화제를 모은 전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는 회화나 조각과 같은 순수 미술이 아닌 북한의 일상생활과 관련된 시각문화 콘텐트를 소개한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199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후반 제작돼 수집된 컬렉션 중 컴퓨터가 아닌 손으로 직접 그린 ‘선전화(포스터)’는 강렬한 색상과 구성이 눈에 띈다. 공산권 국가들의 프로파간다적 디자인 포맷 방식을 따르지 않고 북한 고유의 언어와 색감으로 구성했다.
북한 사람들은 어린 시절부터 지도력, 국가 및 사회의 중요성을 배운다. 우표와 노트 같은 일상용품에 정부기관의 상징과 전통적 모티프 같은 심벌을 이미지 디자인으로 사용해 국가적 자부심을 표현하기도 한다.
우리 민족 고유의 오방색을 기본으로 한 제품 디자인은 한국의 1960~1980년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공감대를 형성한다. 또한 ‘Enter Pyongyang’이라는 영상물을 통해 평양에서 생활하는 일반인들의 모습을 다각도로 만나 볼 수 있다. 전시는 내년 4월 7일까지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에서 개최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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