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보조금 축소는 시대 흐름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은 달라
정부 신뢰 위해서라도 유지해야

전기차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정부도 전기차 보조금을 점차 줄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게 있다.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이다. 일반 전기차에 비해 보조금은 적고, 보조금 지급 기간도 짧았으며, 도로주행에서도 한계가 있었던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도 줄어든다는 거다. 더구나 정부가 당분간 일정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약속까지 했었다. 신중하게 이 사안을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다. 
 

초소형 전기차는 보조금 액수나 도로주행 등 여러 면에서 일반 전기차보다 차별을 받아 왔다.[사진=연합뉴스]
초소형 전기차는 보조금 액수나 도로주행 등 여러 면에서 일반 전기차보다 차별을 받아 왔다.[사진=연합뉴스]

바야흐로 전기차 시대다. 아직 전위부대 수준이긴 하지만 모든 완성차 제조사들이 전기차 한두 모델은 생산하고 있고, 보급대수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여서 향후 전망이 밝다. 올해 국내에서 판매된 전기차만 2만대를 훌쩍 넘겼다. 내년엔 4만여대가 판매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 초 국내 전기차 누적 대수는 10만대를 넘길 가능성이 높다. 

전기차 판매가 늘어난 이유는 분명하다. 충전 비용은 휘발유 대비 15% 수준이고, 소모품 교환이 비교적 적다. 성능은 좋아졌다. 주행거리는 늘었고, 충전기 인프라도 조금씩 개선되고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인센티브 제도다. 소비자가 전기차를 실질적으로 구매하는 데 큰 기여를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올해 1200만원이었던 중앙정부의 전기차 보조금이 내년부터 900만원으로 줄어든다. 전기차 시장이 커지고 활성화될수록 보조금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다. 물론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줄이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자칫하면 변화의 흐름을 꺾을 수 있어서다. 

문제는 초소형 전기차의 보조금도 함께 줄어든다는 점이다. 올해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은 1대당 450만원인데, 이를 내년부터 300만원대로 줄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는 여러 이유로 합당하지 않다. 

첫째, 정부 신뢰도에 금이 갈 수 있다. 약 1년 전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와 자동차부품 업계, 유관 부처 책임자들이 참석한 ‘혁신성장을 위한 간담회’ 자리에서 “당분간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을 400만원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정부가 약속을 저버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 초소형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를 대체한다는 측면에서 보면 일반 전기차와 다를 바 없다. 그럼에도 보조금은 일반 전기차(기존 1200만원)의 3분의 1 수준이다. 일반 전기차는 수년 전부터 보조금을 받아왔지만, 초소형 전기차는 올해부터 받기 시작했다. 일반 경차 수준의 인증기준을 요구받으면서도 안전성을 이유로 고속도로나 자동차 전용도로 진입은 금지됐다. 이런 상황에서 보조금까지 줄이겠다는 거다. 

 

셋째, 초소형 전기차 시장은 기존 완성차 브랜드(대기업)의 먹거리가 아닌 중소ㆍ중견기업의 미래 먹거리다. 최근 초소형 전기차의 인증기준은 점차 올라가고 있고, 심지어 충돌 테스트와 같은 기준도 통과해야 한다. 결국 중소기업들도 비용을 감당하기 힘들어지는데,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은 이와 같은 중소기업들을 위한 연구개발비 지원금이 될 수 있다.  

넷째, 초소형 전기차는 배달용 이륜차를 대체하거나 생계용 이동수단 등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테면 보조금이 서민가계 안정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얘기다. 한정된 예산으로 더 많은 전기차를 보급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다섯째, 국내 전기차 시장 활성화나 원천기술 확보 측면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전기버스의 경우, 기술력은 물론 가격경쟁력까지 뒤져 이미 중국산이 전량 수입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에서 제작ㆍ 공급하는 초소형 전기차에 보조금을 지급한다면 명분도 분명하고, 경쟁력도 키울 수 있다. 

최근 암암리에 초소형 전기차를 개발 보급하려는 대기업의 움직임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중소기업의 먹거리가 벌써부터 위협을 받기 시작했다는 거다. 정부가 중소기업을 위해 연구개발비를 지원해준 것도 아니고, 대기업의 위협은 현실이 되고 있으며, 그나마 있던 보조금까지 줄어드는 상황이다. 정부의 약속도 있었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벤처부가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환경부의 초소형 전기차 보조금 지급 정책이 유지되길 기원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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