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조선사 싹쓸이, 양극화의 서막

최악의 수주가뭄을 겪었던 2016년 이후 세계 조선업계가 조금씩 회복세를 그리고 있다. 2019년부턴 조선 시황이 더욱 좋아질 거란 낙관론도 나온다. 그런데도 일감이 없어 시름시름 앓는 조선소가 늘고 있다. 왜일까. 시장은 ‘양극화’의 서막이 오른 게 아니냐고 우려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조선업계의 현주소를 분석했다. 

일감이 없어 조업을 중단하는 조선소가 부쩍 늘었다. 조선ㆍ해운 분석기관 클락슨 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9년간 621곳의 조선소가 일감이 끊겼다. 2009년 일감(1000GT (총톤수) 이상)이 남아있던 조선소는 951개였지만 올해 12월 초엔 330개에 불과했다. 올해에만 98곳이 조업을 중단했다.

불황의 칼바람이 몰아치지 않은 곳은 없었다. 국내 조선소(이하 일감 1000GT 이상 기준)는 2009년 39개에서 올해 12월 초 11개로 줄었고, 일본도 같은 기간 70개에서 51개로 감소했다. 수년간 가장 많은 일감을 휩쓸어갔던 중국은 396개 조선소 중 110개만 일을 이어가고 있다. 그밖에 국가에선 446개 중 158개만 살아남았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현재 조업 중인 조선소 중 지난 2년간 수주를 따내지 못한 곳은 127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2019년 말 일감을 잃는 곳도 150여개나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선박 발주량은 2016년 이후 조금씩 회복 중이다. 그럼에도 조업을 중단하는 조선소가 느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양극화에 있다. 기술력이 좋고 규모가 큰 조선사에 일감이 몰리고 있다는 거다. 실제로 최근 발주는 초대형 컨테이너선이나 LNG운반선 등 높은 기술력을 필요로 하는 선박에 몰리고 있다.

올해 현대중공업그룹,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이 각각 153척, 45척, 45척을 수주한 반면 STX조선해양이 9척을 따내는 데 그치고 성동조선해양이 한 척도 수주하지 못한 이유다. 양형모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환경규제를 앞두고 기술력이 더욱 요구되는 상황”이라면서 “기술 열위에 있는 업체들은 2019년부터 퇴출이 가속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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