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수혈감염 사망사고, 삼성은 무얼 감추고 싶었던 걸까
[단독] 수혈감염 사망사고, 삼성은 무얼 감추고 싶었던 걸까
  • 이윤찬 기자
  • 호수 319
  • 승인 2018.12.26 05: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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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혈소판 사망사고 판결문 입수
서울중앙지법 “삼성서울병원 과실”
2014년 손배소 후 4년 만에 판결
재판과정서 증거인멸 의혹 쏟아져
법원은 국내 첫 혈소판 사망사고의 원인이 삼성서울병원의 의료과실에 있다고 판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법원은 국내 첫 혈소판 사망사고의 원인이 삼성서울병원의 의료과실에 있다고 판결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31세 청년의 죽음 

2013년 11월 22일. ‘RCMD 골수이형성 증후군’을 앓던 31세 청년 A씨가 돌연 숨을 거뒀다. 삼성서울병원  통원치료실에서 수혈(혈소판)을 받은지 9일 만이었다. 이 사건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혈액업계는 쑥대밭이 됐다. 국내 첫 혈소판 수혈감염 사망사고였기 때문이다. 

[※ 참고 : RCMD 골수이형성 증후군은 골수에 있는 ‘조혈모세포(골수조혈세포의 조상세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생기는 병이다.] 

# 충격적인 감염 

A씨의 사망 원인은 다음과 같았다. “… 황색포도상구균으로 인한 패혈증과 허파꽈리(폐포) 출혈….” 수혈 과정에서 황색포도상구균에 감염된 혈소판이 주입됐다는 거였다. 오염 혈소판, 충격이었다. ‘혈소판이 대체 어디에서 감염됐을까’라는 질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 참고 : 황색포도알균 균혈증(MSSA)은 포도알처럼 생긴 포도알균 중에서 가장 심각한 질병을 일으키는 세균이다.] 

# 두 용의자 

용의선상에 두 기관이 올랐다. 혈소판제제를 공급한 대한적십자사와 여러 혈소판제제를 혼합해 A씨에게 수혈한 삼성서울병원이었다. 둘은 “우리 쪽에서 감염된 게 절대 아니다”면서 마주보고 달려오는 폭주기관차처럼 충돌했다. 

[※ 참고 : 피를 제제製劑(배합ㆍ가공)하면 혈소판ㆍ적혈구ㆍ혈장으로 나눠진다. 이들은 혈소판제제ㆍ적혈구제제ㆍ혈장제제로 분류돼 혈액백에 각각 담기는데, 혈소판제제 1개 분량은 대략 50mL다. 일선 병원은 이를 환자 상태에 따라 혼합해 사용한다.] 

# 미제사건의 덫 

안타깝게도 용의자는 쉽게 가려지지 않았다. A씨 사망사고를 조사ㆍ분석한 질병관리본부는 ‘황색포도상구균이 어디서 감염됐는지’ 특정하지 못했다. “수혈 부작용은 맞지만 구체적 오염경로를 확인하는 건 불가능하다.”

보건복지부 혈액관리위원회 산하 수혈부작용소위원회의 결론도 같았다. “수혈부작용. 정확한 경로는 확인불가.” 미제未濟였다. A씨 사망사고는 그렇게 묻히고 있었다. 

# 유족 두번 울다 

미제사건의 피해자는 A씨 유족이었다. 혈액관리법(제10조 2항)에 따르면 수혈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기관이 피해자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는데, A씨 유족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다. A씨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황색포도상구균의 감염 경로를 도통 확인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A씨 유족이 사망사고가 발생한지 1년여가 흘러서야(2014년 11월) 손배소를 제기한 이유는 여기에 있었다. A씨 유족은 두번째 눈물을 흘려야 했다. 

# 4년 만의 인정 

두 기관의 공방은 지루하게 이어졌고, 결과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4년여가 흐른 2018년 7월 4일 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는 이 사건을 이렇게 판결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삼성서울병원 운영법인)은 A씨 어머니에게 1억1213만4879원, A씨 동생에겐 500만원을 지급하라.” A씨 사망의 원인을 삼성서울병원의 ‘의료 과실’로 못 박은 셈이었다. 삼성 측은 1심 결과에 불복하지 않았다. 4년 만의 인정이었다. 

# 핵심 증거와 은폐 의혹 

재판은 끝났지만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도 못했던 ‘용의자 특정’을 1심 법원이 어떻게 할 수 있었을까.” 답은 뜻밖에도 삼성서울병원에 있었다.

이 병원 의료진은 A씨에게 사용한 혈소판제제백(혈액백)을 사건 발생 직후 폐기했다. 잘못이 없었다면 폐기할 필요가 없었고, 그래서도 안 됐다. 삼성서울병원 내부규정에 따르면 수혈 부작용이 발생했을 땐 환자검체와 수혈한 혈액제제를 최소 일주일간 보관해야 한다. 병원 규정을 의료진 스스로 지키지 않은 셈이었다. 

석연치 않은 행동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삼성서울병원은 대한적십자사로부터 혈소판제제백을 공급받은 ‘풀링타임’을 재판 끝까지 공개하지 않았다. ‘풀링타임’은 A씨에게 쓰인 혈소판제제가 언제 개봉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이 역시 별 문제가 아니라면 공개하지 못할 까닭이 없었다. [※ 참고: 상온에서 보관하는 혈소판제제는 개봉 시기가 중요하다. 개봉한 지 오래됐다면 감염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1심 재판에서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A씨 사망사고의 원인을 끝까지 은폐하려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이 쏟아졌던 건 이 때문이었다. 

더스쿠프가 단독입수한 국내 첫 혈소판 사망사고 관련 판결문. 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는 지난 7월 4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에서 혈소판을 수혈 받았다가 사망한 A씨의 어머니에게 1억1213만4879원, A씨의 동생에겐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더스쿠프가 단독입수한 국내 첫 혈소판 사망사고 관련 판결문. 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는 지난 7월 4일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에서 혈소판을 수혈 받았다가 사망한 A씨의 어머니에게 1억1213만4879원, A씨의 동생에겐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사진=더스쿠프 포토]

실제로 서울중앙지법 제15민사부는 1심 판결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혈액백을 보관하지 않고 곧바로 폐기한 점, 대한적십자사로부터 공급받은 혈소판제제의 풀링시간을 알 수 있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혼합혈소판제제를 만들 때 사용한 혈소판제제를 언제 개봉했는지를 알 수 없는 점 등을 종합해 볼 때 삼성서울병원이 오염된 혈액을 A씨에게 투여해 사망에 이르게 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다….” 

# 오만한 침묵의 이유  

A씨 사망사건의 함의含意는 생각보다 무겁다. 민간병원의 수혈 시스템에 구멍이 뚫려 있음을 확인시켜준 사건이기 때문이다. “A씨의 수혈을 담당했던 의료진에게 책임을 물었느냐” “사망사고 이후 개선한 시스템은 없느냐”…. 더스쿠프(The SCOOP)가 삼성서울병원 측에 숱하게 많은 질문을 던진 이유였다.

삼성 측은 침묵했다. 삼성서울병원은 “아무런 답을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며 입을 닫았다. 삼성서울병원의 운영주체이자 이 사건의 피고였던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우리와는 상관 없는 일”이라면서 선을 그었다. 오만한 침묵, 그들이 감추고 싶었던 건 무엇일까.  
이윤찬 더스쿠프 기자  
chan4877@thescoop.co.kr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 파트1 [풀스토리] 삼성서울병원 혈소판 수혈 사망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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