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해진 교보생명 IPO 셈법

교보생명이 드디어 기업공개(IPO)에 나섰다. 증시 상황을 이유로 상장을 미뤄왔지만 재무적 투자자(FI)의 풋옵션(지분매수청구권) 행사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다. 문제는 교보생명 IPO의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재무적 투자자의 투자금 회수, 새 회계기준 도입에 대비한 자본확충, 경영권 방어를 위한 지분확보 등 다양한 요인을 모두 충족해야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증시부진으로 상장 타이밍까지 따져봐야 한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복잡해진 교보생명 IPO 셈법을 들여다봤다.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불린 교보생명이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IPO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기업공개(IPO) 시장의 대어로 불린 교보생명이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IPO에 나섰다.[사진=연합뉴스]

교보생명이 그동안 말만 많았던 기업공개(IPO)를 공식화했다. 지난 7월 IPO를 포함한 증자 방안을 검토하면서 ‘상장 의지가 약하다’는 뒷말이 무성할 때와는 분위기가 180도 다르다. 주관사를 추가로 선정하고 내년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한다는 구체적인 계획도 나왔다. 상장의 표면적인 이유는 2022년 도입이 예정된 새로운 국제회계기준(IFRS17)과 신지급여력제도(K-ICS)에 대비한 자본확충 필요성이다. 실질적인 이유는 조금 다르다. 재무적 투자자(FI)의 풋옵션(지분매수청구권) 행사 압박 때문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일단 IPO 공식화를 통해 급한 불을 껐지만 안심하긴 이르다. 상장방식을 두고 FI와 교보생명이 이견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투자금 회수를 목적으로 하는 FI는 기존 주식을 시장에 내다 파는 구주매출 방식을 선호할 게 뻔하다. 신주 발행량이 적을수록 공모가가 올라가 투자금 회수에 유리하다. 자본확충에도 신경 써야 하는 교보생명의 입장은 다르다.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서는 신주를 발행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하지만 신주발행 물량을 크게 늘리는 것도 리스크가 있다. 신 회장의 경영권이 위태로워질 수 있어서다. 신 회장(33.78%)을 비롯한 특수관계인(5.66%)의 교보생명 지분율은 39.44%에 불과하다. 신주발행으로 주식수가 증가하면 지분율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교보생명이 IPO를 꺼려온 이유다.

물론 구주매출과 신주발행 물량을 조절할 수는 있다. 문제는 IPO의 흥행 가능성이다. 교보생명의 IPO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이 뜨겁게 반응해줘야 한다. 일반적으로 구주매출 물량이 많은 IPO는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투자자가 IPO의 목적이 회사의 성장성 확보가 아닌 투자자의 자금 회수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4월 IPO를 나선 넷마블(100% 신주발행)과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100% 구주매출)의 수요 예측 경쟁률이 각각 240.74대 1과 3.97대 1을 기록하면서 극명한 차이를 보인 건 단적인 예다.

생보업계의 전망이 밝지 않다는 점과 국내 주식시장이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도 IPO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기존 상장한 생보사의 주가가 모두 공모가를 밑돌고 있다”며 “교보생명이 IPO 대어는 맞지만 과정에서 생각해야 할 변수가 매우 많다”고 말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