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 주택 정책의 그림자

정부의 신혼부부 주거 대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신혼부부 주거 대책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흙수저 A씨 부부는 눈앞이 캄캄하다. 박봉인 데다 돈 나갈 데가 많아 신혼집을 마련할 뾰족한 수가 떠오르지 않아서다. 공인중개소를 들를 땐 입만 벌어져서 나왔다. 집값은 치솟기만 했다. 천장 뚫고 못 올라가는 사회라는데, 그저 천장이라도 가져봤으면 싶은 게 부부의 심정이다. 최근 부동산 시장이 확정된 3기 신도시를 두고 계산기를 두들기고 있다는 뉴스 헤드라인은 이들에게 먼 나라 얘기다. 

그래도 부부는 정부를 믿어보기로 했다. 가진 건 없지만, 지극히 보통의 30대 회사원의 삶을 살고 있으니 어떻게든 대책을 마련해주지 않겠냐는 희망이다.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한 신혼부부와 담소를 나누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니 한결 마음이 놓였다. ‘신혼희망타운’이라는 그럴듯한 이름의 신혼부부 특화 주택 공급도 늘린단다. 

그런데 A씨 부부의 청약통장은 무용지물이 됐다. 신혼희망타운 입주 조건 중 소득 제한 문턱을 넘지 못했다. 마땅한 배경이 없는 흙수저에게 맞벌이는 선택이 아닌 필수였는데 그게 문제가 됐다. 

집값도 만만치 않아 대출을 최대한 끌어다 써도 당장 필요한 현금이 1억원을 넘었다. “결국 금수저가 아니면 안되는 게 아닌가. 그러면 그렇지….” A씨 부부는 혀를 끌끌 찼다. 겉으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조롱과 냉소였다.  
김다린ㆍ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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