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영걸의 有口有言] 나이 들어감의 소중함

작심삼일 때문에 실망 말라. 3일마다 한번씩 결심을 새로 세우면 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작심삼일 때문에 실망 말라. 3일마다 한번씩 결심을 새로 세우면 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정치 칼럼니스트로 이름을 날리던 미국 언론인 마이클 킨슬리는 42세 때 파킨슨병을 진단받았다. 남들보다 일찍 노화를 겪으며 깨달은 사실을 바탕으로 멋진 인생을 살기 위한 조언을 정리해 「처음 늙어보는 사람들에게」라는 책을 썼다.

그는 이 책에서 노년의 경쟁이 더 드라마틱하다고 주장한다. 71세의 노인이 지팡이에 의지해 비틀거리거나 요양원 침대에 누워있다고 해도 놀라지 않는 것처럼 그 나이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거나 CEO(최고경영자)로 일한다고 해도 이상하게 보지 않는다는 얘기다. 그러니 지금 잘나간다고 뻐길 것도 없고 자랑할 일도 아니다. 나이 들어 삶이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 그러니 마이클 킨슬리는 겸손함으로 드라마틱한 인생을 대비하라고 조언한다.

2019년을 비추는 새해가 떴다. 무한광대하고 영겁으로 흐르는 우주에서 고작 한해의 시작을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다만 해가 바뀌면 마음을 ‘새로 고침’하고 의기충천한 마음으로 새 출발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 인생의 승자와 패자는 주어진 매주 168시간 동안 무엇을 하려 했고, 무엇을 남겼는가에 의해 결정된다.

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약 77%의 사람들이 새해 결심을 일주일 정도 지키고, 대부분은 다 포기한다. 약 19%의 사람만이 새해 결심을 나름대로 지키면서 2년 정도의 시간을 보낸다고 한다. 정재승 KAIST(바이오 및 뇌공학과) 교수는 새해 결심이 이뤄지지 않는 이유는 인간이 습관의 동물인 탓이라고 설명한다. 전체 몸무게의 2%에 그치는 뇌는 우리가 먹는 음식에너지의 25%를 소비한다. 그래서 우리 뇌는 새로운 행동이나 사고를 포기하고 습관이라는 울타리 안에 안주하며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다.

정 교수는 새해 결심을 성공적으로 실행에 옮기려면 스스로를 절박함의 덫으로 몰아넣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명한 사람은 ‘내가 앞으로 1년만 더 살게 된다면’이라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낭떠러지에 선 느낌으로 새로운 과제에 도전한다. 내 삶에 더 이상 새해는 없고 올해 떠오르는 첫 일출을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절박함이 있어야 인생의 ‘새로 고침’이 가능해진다.

새해 결심을 지켜나가려면 첫째, 매일 결심을 글로 써보는 것이 좋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결심을 했다가 어기면 그때까지 지켜온 결심이 한순간에 모두 무너졌다고 생각하고 아예 포기해버린다. 하지만 결심을 지키지 못한 순간 다시 결심해 또 시도하고 다시 실행에 옮기다보면 결심이 체화돼 간다. 한번의 결심으로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없지만 인생을 바꿀 때까지 결심을 계속할 수 있다. 작심삼일作心三日에 그치는 것이 고민이라면 사흘에 한번씩 결심을 새로 하고 실행하겠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우직함이 필요하다.

두번째, 결심을 끝까지 밀어붙이려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올해 1000만원 저축이 목표라면 매일 조금씩이라도 돈을 통장에 넣어 불어나는 수치를 확인하면 스스로 동기부여가 된다. 금연 금주나 체중감량을 결심했다면 인바디 기구로 몸의 체지방률과 근육량을 수시로 체크하면서 몸의 변화를 확인해보면 결심의 효과를 느낄 수 있게 된다.

세번째, 과감한 포기가 반드시 따라야 한다. 금주를 하려면 술을 매개로 한 사교의 자리를 포기해야 하고, 공부를 결심했다면 다른 활동을 희생해 공부할 시간을 확보해야 한다. 결심을 지키기 위해 포기해야 하는 게 너무 많다면 아예 엄두조차 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니 일단 결심하고 지키려 시도하는 게 먼저다.

나이에 따라 삶에서 중요한 가치가 바뀐다. 20~30대엔 좋은 직장이 자랑이었다가 30대 후반이면 값이 많이 오른 주택이 자랑거리가 되고, 40~50대가 되면 사회적 지위나 자녀가 자신의 삶을 빛내주는 간판이 된다. 60~70대가 되면 여전히 일하고 있다는 것, 더 나이가 들면 정신이 온전하다는 것 자체가 자랑거리가 된다.

마이클 킨슬리는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30년 가까이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어떤 역할을 맡는 것은 분명히 제한적이라고 밝힌다. 그러니 기회가 주어지는 것, 일할 수 있는 것, 불러주는 사람이 있는 것 자체가 감사한 일이고 무엇이든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 즐기며 일하라고 권한다.

장수시대를 맞아 종착역이 어디인지 예측할 수 없으니 인생이라는 경주는 언제 끝날지 속단할 수 없다. 이제 시작일 뿐 인생은 의외로 아주 길게 남았다. 우리가 살아있는 시간은 잠깐이고, 죽어있는 시간은 무한하게 길다. 나이 들어감은 누구에게나 첫 경험이니 더욱 소중하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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