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트렌드

연말연시가 되면 여러 연구소에서 새로운 소비자 트렌드를 찾아내고 전망한다. 어떤 것은 별다른 힘도 못 쓴 채 사라지고, 어떤 트렌드는 한정된 영역과 집단에서만 나타나기도 한다. 하지만 소비자가 돈을 쓰는 이유를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트렌드는 빠르게 호응을 얻는다. 이런 트렌드는 소비패턴을 변화시켜 확대재생산되기도 한다. 더스쿠프(The SCOOP)와 김경자 교수의 探스러운 소비 마지막 회다. 

대부분의 트렌드는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대부분의 트렌드는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소비자 트렌드는 모든 기업의 화두다. 글로벌 시장을 아우르는 대기업에서 골목시장의 구멍가게까지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알아내 니즈를 충족시키는 데 사활을 건다. 규모가 큰 기업일수록 더 그렇다. 상품기획 단계부터 유통전략을 정하는 매순간 소비자 트렌드와 소비자 의견을 파악하기 위한 다양한 투자를 한다.

소비자 트렌드는 여러 영역에서 상당 기간 지속되는 소비행태의 패턴이다. 물론 여기엔 다수 소비자가 동조해야 한다는 전제가 깔린다. 한 예로, 지난 10년 가까이 식생활과 의생활, 주생활, 여가, 교육, 스포츠 등 여러 분야에 영향을 미친 웰빙 트렌드가 그렇다.

중요한 건 많은 사람들이 동조하는 트렌드라고 해서 반드시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웰빙 트렌드는 건강한 기후환경을 만드는 것으로 출발했지만 기후환경 개선에 크게 기여하지 못했다. 개인의 신체적ㆍ심리적 건강에 초점이 맞춰진 탓이었다. 가족과 회사를 위해 일하느라 스스로를 돌아보지 못한 사람들을 위해 “나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쉬어가자”는 의미로 나타난 ‘포미족’ 트렌드 역시 마찬가지다. 이는 소소한 씀씀이로 감정적 위로를 받고자 하는 ‘탕진잼’ 트렌드나 당장 이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것을 즐기자는 ‘욜로’ 트렌드로 이어지고 있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과시소비 트렌드나 친구 따라 강남 가는 동조소비 트렌드, 내용보다 재미에 초점을 주는 쾌락소비 트렌드도 예나 지금이나 우리 사회에서 두드러지는 트렌드다.   

이런 트렌드는 누군가에게는 잠시나마 의미가 있는 것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러지 말아야 할 소비자들까지 추종하게 만든다는 고약한 단점이 있다. 가령, 욜로를 표방하는 해외여행 광고는 당장 대출을 받아서라도 한번뿐인 당신의 청춘을 빛나게 하라고 부추긴다. 회사일에 지친 사람들에게는 단돈 1만원으로 심리적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뽑기방을 안내한다. 선택의 옳고 그름을 떠나 트렌드라는 이름을 붙이는 순간 미래를 위해 준비하거나 절제해야 하는 소비자들조차 주저 없이 트렌드를 따라가게 되는 것이다.

어떤 트렌드는 고령화나 1인 가구의 증가, 소득과 시장 환경의 변화, 기술발전 등에 따라 자연스러운 흐름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한다. 소비 트렌드는 이런 흐름에 맞춰 소비자가 미리 준비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형성돼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트렌드는 누군가의 이득을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고 소비자들을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끄는 게 문제라면 문제다.

요즘은 트렌드라는 키워드 자체가 트렌드다. 트렌드를 공부하고 가르치는 사람 입장에선 고맙긴 하지만 한편으로 염려스러울 때도 많다.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도움이 될 트렌드와 그렇지 않는 트렌드를 구별할 수 있을까. 자신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트렌드에 휘둘리지 않고 초연하게 지갑을 닫을 수 있을까. 최소한 언론이라도 새로운 트렌드를 요모조모 따져보고, 필요하다면 비판적인 목소리를 낼 수 있길 바란다. 
김경자 가톨릭대 소비자학과 교수 kimkj@catholic.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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