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공유경제 자화상❶

패스트패션의 시대는 많은 오류를 낳았다. 그중 하나는 폐기물이다. 트렌드에 민감한 옷이 대량 방출되다 보니, 폐기량이 상상 이상이었다. 그 때문인지 옷을 만들 때에도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데 공감한 패션업체와 소비자들이 부쩍 늘어났다. 옷의 대여서비스가 활성화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패션업계에 등장한 공유경제의 자화상, 그 첫번째 이야기다.

패션업계도 공유서비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패션업계도 공유서비스 시대가 열리고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패스트패션. 오늘날의 패션 장르를 일컫는 말이다. 여기서 보듯 패션의 속도는 그 어느 때보다 빨라졌다. 정확하게는 구매와 구매 사이의 간격이 좁아졌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겠다. 물질적 가치와 새로운 것을 소유하고자 하는 소비자의 욕망은 패션업계가 옷의 기능적 가치를 도외시하고 폐기가 쉬운 옷을 대량 공급하도록 만들었다. 

한 자료에 따르면 매년 1000억개 이상의 의류가 생산되는데, 그중 50% 정도가 폐기된다. 30%는 착용되지도 않은 채 옷장에 걸려있다고 한다. 그 때문인지 2050년까지 세계 탄소 배출량의 25%를 패션업계가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물론 일부 선구적인 브랜드는 1회용 패션이 환경문제에 미치는 심각한 영향력을 인지하고 대처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동참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최근 재활용을 강조하는 ‘대여서비스’가 대안으로 떠오르는 이유다. 그렇다면 공유경제 이행방안 중 하나인 대여쇼핑은 어떻게 전개될까.

 

공유경제의 기본은 제품을 여럿이 공유해 쓰는 협업 소비다. 활용도가 떨어지는 물건이나 재화를 다른 사람들과 함께 공유해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것이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본격적으로 대두된 개념으로, 로렌스 레식 하버드대 교수가 강조했다.

“패션산업에서 대여서비스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필자는 조심스럽게 이렇게 답하곤 한다. “대여모델에서의 긍정적 가능성을 점쳐보고 싶다.” 요즘 젊은이들은 인스타그램ㆍ페이스북 등 개인미디어를 통해 자신을 표현할 때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듯하다. ‘소유하고 있어요’가 아니라 ‘이것을 경험에 봤어요’를 사진이나 영상으로 자랑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소유로 자기 자신을 표현하던 시대가 저물고 경험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는 시대가 등장한 것이다. 블로거나 인플루엔서 사이에서도 대여제품이 관심을 충분히 끌고 있는 듯하다. 이들은 빌려서 한번 입어 본 것을 적극 포스팅하는데, 이런 포스팅을 좋아하는 독자가 많다.

패스트패션과 대여서비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패션산업에서의 대여서비스 사례를 살펴보자. 월정액으로 구독료를 지불하는 이용자들은 구매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비용(보통 구매가의 10~20%의 비용)으로 다양한 대여제품을 경험하고 반납한다.

 

선뜻 구매하기 어려운 고가의 제품, 명절 한복이나 기념식 예복처럼 사용 빈도가 낮거나 반복 사용이 쉽지 않은 제품 등이 대표적인 대여제품이다. 이용자들은 트렌드 변화에 가성비를 따지면서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누릴 수 있다. 한발 더 나아가 대여제품이 친환경적이며 지속가능하다는 장점도 그들은 인지하고 있다.

최근엔 대여의 개념이 더 진화하고 있다. 사용할 수 있는 기간을 1년 정도로 연장하고 그 이후 반품하거나 교환하도록 유도하는 서비스도 많다. 한국적 정서에 맞을지 의문이지만 개인과 개인 사이의 대여서비스를 표방한 미국의 스타일렌드(StyleLend)와 같은 대여 플랫폼도 등장했다. 그러나 개인간 거래 상황에선 충분한 재고를 사이즈별로 확보하기 어려워 중개기업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질 것이다.

소비자들이 공유 서비스를 이용하는 동기는 ‘이기적 동기’와 ‘이타적 동기’로 나눠 살펴볼 수 있다. 이기적 동기는 공유를 통해 얻게 될 경제적 이익, 편의, 즐거움에 대한 기대에서 비롯된다. 이타적 동기는 공유행위를 통해 친환경 행동을 수행해 다른 사람들에게 이로운 행위를 한다는 책임감이나 믿음과 관련돼 있다.

속도가 빨라진 패션업계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갖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속도가 빨라진 패션업계는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갖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대여서비스가 성공하려면 이 두가지 동기를 동시에 만족시켜야 한다. 특히 패션 분야에서 중점적으로 고려해야 할 점은 트렌드나 시대적 이슈에 부합하는 상품을 합리적 비용으로 제공해 가성비와 새로움을 추구하는 욕구를 만족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대여서비스의 두가지 성공 요건

또한 패션산업은 신체 사이즈와 스타일을 생각하는 취향 등이 무척 개별화돼 있다. 패션업체들 스스로 소비자 정보와 행태의 자료를 정확하게 수집ㆍ분석하는 능력을 향상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패션 대여서비스는 에어비앤비나 우버처럼 부동자산을 공유하는 게 아니라 유형의 유동재화를 공유하는 것이어서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효율적인 프로세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류나 운송과 관련된 인프라를 보강해 최적의 편의 수준을 제공할 필요도 있다.


하지만 미국이나 영국에선 대표적 성공사례가 등장한 것과 달리 국내 대여서비스에는 난관이 숱해 보인다. 그 난관은 무엇일까. 다음호에서 대여서비스의 난관과 리스크를 이야기해 보려 한다.
이유리 서울대 의류학과 교수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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