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가전브랜드와 한국의 틈새

영국 브랜드 ‘다이슨’의 열풍이 대단하다. 제아무리 혁신제품이 많다곤 하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다이슨만이 아니다. 일본 발뮤다, 이탈리아 스메그도 저마다의 매력을 뽐내며 한국의 중소 가전시장을 흔들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로선 해외 브랜드에 ‘안방’을 내준 셈이다. 왜 이렇게 됐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해외 가전브랜드들이 우리 안방을 꿰찬 비결을 취재했다. 

해외 가전 브랜드들이 비싼 가격에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해외 가전 브랜드들이 비싼 가격에도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100만원대 무선청소기, 50만원대 선풍기와 헤어드라이어…. 입이 떡 벌어지는 가격이지만 없어서 못 파는 해외 가전제품들이다. 국내 가전시장에서 프리미엄 소형가전이 인기를 끌기 시작한 건 먼지 봉투 없는 청소기, 날개 없는 선풍기로 파란을 일으킨 영국 브랜드 ‘다이슨(dyson)’이 시작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력한 흡입력’을 무기로 청소기 한대에 100만원을 훌쩍 넘는 가격에도 소비자들은 지갑 열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빨간색 냉장고로 인식되는 이탈리아 가전 브랜드인 ‘스메그(smeg)’도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스메그 제품들은 국내 가전제품에서는 볼 수 없는 둥근 모서리의 디자인과 레트로한 컬러가 특징이다.

일본의 ‘발뮤다(BALMUDA)’도 핸드드립에 적합한 전기포트, 기존 선풍기 대비 3분의 1 전력으로 구동되는 선풍기 등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타고 있다. 이들 제품은 모두 트렌드에 민감한 이들에겐 워너비 아이템이다. 특히 집안 꾸미기에 관심이 많은 신혼부부나 1인 가구에 높은 점수를 받고 있다.

 

결코 저렴하지 않은 해외 가전브랜드들은 어떻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는 걸까. 전문가들은 “틈새시장을 공략한 게 주효했을 뿐만 아니라 트렌트와 잘 맞아떨어졌다”고 진단했다.

국내 가전시장은 TVㆍ세탁기ㆍ냉장고ㆍ에어컨 등 대형가전이 70~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곳은 삼성전자와 LG전자라는 양대산맥의 땅이다. 반면 교체주기가 짧고 트렌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이 있는 중소형 가전은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대기업들이 등한시했던 게 사실이다. 이런 중소형 가전시장에 해외 가전브랜드가 틈새를 공략해 높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거다.

중소형 가전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건 전세계적인 추세이기도 하다. 2011년 572억 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소형가전 시장은 2017년 792억 달러까지 몸집이 커졌다. 2020년엔 958억 달러까지 성장할 거란 전망이다.  이미 일정 수준에 도달한 4대 가전 TVㆍ냉장고ㆍ세탁기ㆍ에어컨 시장이 2016~2023년 연평균 1.7% 성장에 그칠 것이란 분석과는 대비되는 폭발적인 성장세다.

그 배경엔 트렌드 변화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가전시장 트렌드는 인테리어와 조화를 이루고 공간 활용도가 좋은 프리미엄 가전이 활성화하고 있다. 집안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고, 집에 손님을 초대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그러다보니 제품이 가진 성능뿐만 아니라 디자인에서도 빠지지 않는 해외 브랜드 제품에 눈길이 가는 건 당연한 결과다.

가격 대비 성능을 따지던 ‘가성비’ 트렌드에서 브랜드 가치와 개인의 경험과 만족을 중시하는 ‘가심비’ ‘나심비’ 트렌드로 변화한 것도 해외 가전브랜드들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 하나다.

그 배경엔 20~40대 맞벌이가구와 1~2인 가구가 증가하는 사회 구조의 변화도 빼놓을 수 없다. 삶의 질을 중시하는 트렌드가 확산하면서 가사노동에 들이는 수고를 줄이려는 심리가 포함돼 있는 거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해외 브랜드의 공세에 맞서며 경쟁적으로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눈길을 사로잡는 혁신이 동반되지 않는 한 경쟁은 쉽지 않아 보인다.

김미란 더스쿠프 기자  lamer@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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