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찾아 가는 길

몬타뇰라 티치노의 풍경, 1933년.[사진=호반아트리움 제공]
몬타뇰라 티치노의 풍경, 1933년.[사진=호반아트리움 제공]

「데미안」의 작가 헤르만 헤세(1877~1962년)는 전 세계가 사랑하는 소설가다. 톨스토이, 헤밍웨이와 더불어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이기도 한 그는 화가로서 약 3000점에 달하는 작품을 남겼다. 호반아트리움에서 열리고 있는 ‘헤르만 헤세, 치유의 그림들’展에선 헤세가 직접 그린 그림들과 미디어아트로 재현된 작품들이 전시된다. 헤세의 원화 작품과 소설 초판본, 생애 사진과 함께 기술과 HD프로젝트를 결합한 미디어 전시로 기획됐다.

그는 격동의 1ㆍ2차 세계대전을 겪으면서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노력했다. 헤세는 1904년 「페터 카멘친트」를 발표하며 28세에 독일어권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가 되지만 1차 세계대전 중 독일의 문단과 출판계로부터 지식계급의 극단적 애국주의에 동조하지 않는다며 공격을 받는다. 문학계의 비난과 따돌림 속에 그는 10년 넘게 우울증에 시달렸다.

해바라기 화단, 1933년·눈 덮인 계곡, 1933년·클링조어 발코니, 1931년(왼쪽부터.)[사진=호반아트리움 제공]
해바라기 화단, 1933년·눈 덮인 계곡, 1933년·클링조어 발코니, 1931년(왼쪽부터.)[사진=호반아트리움 제공]

헤세의 정신과 주치의였던 칼 구스타프 융은 자신의 기분과 내면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그림이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을 것이라 여겨 헤세에게 그림 그리기를 권했다. 이후 그림은 음악과 더불어 헤세와 평생을 함께했다. 헤세는 시련의 고비를 넘긴 후 ‘나’를 찾는 것을 삶의 목표로 지향하며 세상을 떠날 때까지 꾸준히 자기실현의 길을 걸었다.

헤세는 마음공부를 위해 그림을 그렸다. 40대에 접어들어 정물화와 풍경화 그리기에 몰두하면서 마음속 감정들을 풀어냈다. 산과 강, 꽃ㆍ하늘과 같은 자연을 묘사하며 스스로의 정신세계를 다스려 나갔다. 
이번 전시는 ‘헤세의 초대’ ‘방황과 고통’ ‘사랑과 우정’ ‘치유와 회복’ ‘헤세 뮤지엄’ ‘헤세의 정원’ ‘평화와 희망’이라는 주제를 포함해 총 11개의 공간으로 마련됐다. 첨단 미디어아트 기술을 이용해 헤세의 작품을 공감각적으로 살려내는 한편, 1920~1930년대에 직접 그린 그림들과 편지, 노벨문학상 기념주화 등을 함께 전시해 다양하게 감상할 수 있도록 했다.

그림 그리기를 통해 심리적 안정을 꾀했던 헤세의 작품은 복잡한 일상에 지친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전하는 ‘치유의 그림’으로 다가올 것이다. 6월 9일까지 경기도 광명 호반아트리움에서 개최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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