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의를 전문의로… 불법간판 ‘꼼수’ 
비전문의를 전문의로… 불법간판 ‘꼼수’ 
  • 전하연 학생기자
  • 호수 320
  • 승인 2019.01.02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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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표기 성행하는 ‘비전문의’ 의원 간판

피부에 갑자기 트러블이 생겨 피부과를 찾은 A씨. 서울 압구정동에서 간판을 확인하고 병원을 방문한 그는 자신을 시술한 의사가 ‘비전문의’인지 까맣게 몰랐다. 해당 의사가 자신의 자격을 알려주지 않는데다 병원 간판에도 ‘비전문의’라는 말이 쓰여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의료소비자를 헛갈리게 만드는 불법 꼼수 간판의 문제점을 전하연 학생기자가 취재했다. 

비전문의 의원의 불법 꼼수간판이 의료소비자를 헛갈리게 만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비전문의 의원의 불법 꼼수간판이 의료소비자를 헛갈리게 만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전문의 자격을 둘러싼 혼란은 어디에 기인한 것일까. ‘의료기관 개설 절차와 의무’를 규정한 의료법 제33조에 따르면, 의사는 종합병원병원요양병원의원을 개설할 수 있다. 의사 면허를 소지하면 누구든 원하는 종목으로 개원이 가능하다는 거다.

박지용 연세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전문의는 특정 의료영역에서 심화된 교육과 수련을 거쳐 전문적인 능력을 인정받은 사람으로, 일반의와 구분된다”면서 “그런데 의료법에 따라 의료전달체계에서 일반의와 전문의의 기능적 분담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영국 등에서는 법률에 따라 일반의는 의원에서 진단 및 질병예방을 비롯한 1차 의료를 맡고, 전문의는 종합병원 등에서 수술과 같은 23차 의료를 담당한다. 일반의와 전문의 간 경계가 모호한 대표적 분야는 성형외과피부과다. 서울 강남역~신논현역에 이르는 강남대로 일대 총 100개의 성형외과피부과 중 46개의 의료기관은 일반의가 개원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장호 성형외과 원장은 “미용성형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성형외과와 피부과를 찾는 소비자가 가파르게 증가했다”며 “전국민 의료보험이 시행되면서 의료수가가 낮아지자 비보험 진료를 많이 하는 이들 분야로 개원이 쏠린 것”이라고 말했다. 

 

강남 거리의 한 의료기관 간판. 낮에는 진료과목의 글자색을 배경색과 같게 해 눈에 띄지 않게 하고(위), 밤에는 진료과목만 LED를 꺼놔 전문의 의료기관으로 오인하게 한다.[사진=전하연 학생기자]
강남 거리의 한 의료기관 간판. 낮에는 진료과목의 글자색을 배경색과 같게 해 눈에 띄지 않게 하고(위), 밤에는 진료과목만 LED를 꺼놔 전문의 의료기관으로 오인하게 한다.[사진=전하연 학생기자]

이런 상황에서 적지 않은 일반의가 ‘불법간판’을 사용해 의료소비자를 헛갈리게 만들고 있다. 의료기관의 명칭을 정하는 법령은 의료법 시행규칙 제40조41조42조다. 해당 법령은 의료기관 개설자의 전문의 자격 여부에 따라 병원 간판의 표기 내용순서크기 등을 다르게 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일반의가 개원한 상당수 성형외과피부과 간판은 ▲표기 가능한 기본정보 규정 ▲글자 크기 규정 등을 위반하고 있다. 

강남 성형외과피부과 거리에서 표기 규정을 위반하거나 편법을 사용한 간판을 찾는 건 어렵지 않다. 먼저 일부 위법 간판은 ‘진료과목 표시’를 규정하는 의료법 시행규칙 제41조를 위반하고 있다. 일반의 개원기관은 ‘고유명칭’ 뒤에 의원한의원 등의 ‘종류명칭’을, ‘종류명칭’ 뒤에 ‘진료과목’이라는 별도의 글자와 함께 ‘진료과목명’을 명시하게 돼있다[※ 참고: 그림]. 그러나 적지 않은 일반의 개원기관이 종류명칭이나 진료과목이라는 글자를 명시하지 않거나, 법령에서 규정하는 진료과목명 외의 명칭을 사용하고 있었다.

불법간판 솜방망이 처벌

또 상당수의 간판은 ‘글자 크기’ 규정(의료법 시행규칙 제42조)을 위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료과목’과 ‘진료과목명’의 글자 크기는 ‘고유명칭’과 ‘종류명칭’의 절반 이하여야 한다. 그러나 상당수의 간판이 크기 규정을 위반하거나 교묘하게 우회하고 있었다.

 

예컨대, 일반의 개원 기관 간판 중 종류명칭이나 진료과목이라는 글자를 작게 표시해 ‘고유명칭→진료과목명→종류명칭’ 순인 전문의 의료기관으로 오인케 하는 것이 숱했다. 종류명칭이나 진료과목이라는 글자의 색을 간판 배경색과 같게 해 대낮임에도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상당수 있었다.

심지어 밤이 되면 종류명칭과 진료과목만 LED 조명을 끄는 탓에 전문의 의료기관처럼 보이는 곳도 적지 않았다. 강남구보건소 의약과 의무팀 김길주 팀장은 “모든 의료기관을 단속하기엔 한계가 있어 불법 간판으로 신고된 경우에만 간판 교체를 요구한다”고 털어놨다. 솜방망이 처벌이 불법 꼼수간판의 설치를 부추기고 있다는 얘기다. 

이런 불법 꼼수간판의 문제는 숱하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비전문의에게 시술받은 사람 중 비전문의라는 사실을 모른 채 시술 받은 경우는 64.4%에 달했다. 

이 설문조사에서 ‘비전문의에게 수술 받지 않겠다’고 답한 비율은 77.7%였다. 이는 전문의 자격의 투명한 공개가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 강남 성형외과피부과 거리에 상담을 받으러 온 윤성준(27)씨는 “간판을 봤을 때 전문의 의료기관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를 전혀 느끼지 못했다”면서 “비전문의에게 수술 받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상당수의 비전문의 의료기관이 미용 목적의 비급여 진료 외에 급여 대상인 일반질환 진료를 거부해 소비자의 의료권을 제한한다는 문제도 있다. 지난 2016년 소비자시민모임은 “피부과의 경우, 비전문의 의료기관의 57.1%가 일반질환 진료를 거부한다”며 “의료기관 간판이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전문의 여부를 확인하기 힘든 상황에서, 이는 소비자의 의료권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비전문의에게 시술수술을 받은 소비자가 부작용을 호소할 가능성도 높다. 대한피부학회가 2011~2015년 전국 주요 8개 종합병원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전체 부작용 중 87.0%가 비전문의와 한의사, 비의료인에게 시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최연숙(48)씨는 “아들이 비전문의에게 성형수술을 받은 후 양쪽 코 높이가 달라져 숨이 안 쉬어진다며 고통을 호소했다”며 “수술을 한 병원의 간판과 홈페이지엔 ‘◯◯ 성형외과’라고만 표기돼 있어 전문의가 없는 병원인지 몰랐다”고 말했다.

 

복수의 의료계 전문가들은 이런 혼란을 해소하기 위해 ▲의료기관의 명칭을 규정하는 법령의 개정 및 법적 책임 강화 ▲ 지자체 차원에서 개정 법령 적극적 홍보 ▲의료소비자 스스로 이를 인지하려는 노력 등의 방안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의료소비자도 자세가 바뀌어야 한다. 박성현 신세계 성형외과 원장은 “전문 의료기관을 택하고 싶다면 해당 의료진이 전문의인지를 사전에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하연 학생기자 seiyeonii@yonsei.ac.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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