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위기 잘 부각되는 이유

우리나라는 명실상부한 수출주도형 국가다. 제조업이 나라경제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이유다. 하지만 제조업이 나라경제만 쥐락펴락하는 건 아니다. 지역경제, 이를테면 우리네 삶까지 제조업이 좌우할 때가 숱하다. 제조업 위기, 남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제조업과 민생의 상관관계를 취재했다. 

군산의 지역경제는 한국GM 공장과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위축됐다.[사진=뉴시스]
군산의 지역경제는 한국GM 공장과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위축됐다.[사진=뉴시스]

‘제조업 위기론’이 또 흘러나온다. 2000년대 초중반 중국의 가파른 경제 성장과 함께 대두된 제조업 위기론은 때만 되면 고개를 든다. 조선과 디스플레이 시장을 중국에 내줬을 때도, 외풍이 몰아칠 때도 제조업은 위기론에 흔들렸다. 

2017년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제조업 비중은 30.4%. 서비스업 비중 58.3%보다 한참 낮다. 각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수는 비교할 것도 없이 차이가 크다. 그럼에도 유독 제조업의 위기는 유독 잘 부각된다. “제조업 위기가 한국 경제의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는 격한 주장이 나올 때도 많다. 이유가 무엇일까. 

민성환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가 수출 의존도가 높다보니 제조업의 위기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외 무역의존도는 68.8%에 이른다. G20 (주요 20개국) 중 멕시코(72.2%)와 독일(71.1%)에 이어 세번째로 높다. 같은 기간 GDP 대비 수출 비중은 37.5%, 수출액 가운데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84%가량이다.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지면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서비스업을 수출동력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김정식 연세대(경제학) 교수는 “우리나라는 서비스업보다는 제조업에 비교우위를 갖고 있다”면서 “제조업을 내세웠을 때 다른 나라와 경쟁할 수 있다는 얘기”라고 지적했다.

제조업이 일부 지역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점도 제조업 위기가 부각되는 이유다. 울산과 현대차ㆍ현대중공업그룹, 거제와 조선, 창원과 기계, 포항과 철강 등은 단적인 예다. 해당 산업이 무너지면 함께 엮여있는 지역경제도 덩달아 흔들릴 수 밖에 없다. 군산이 한국GM 공장과 현대중공업 조선소가 문을 닫으면서 지역경제가 크게 위축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제조업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불과 몇해 전만 해도 플랫폼과 소프트웨어의 가치가 주목받으면서 “제조업 비중을 줄이고 서비스업을 성장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쏟아졌다.


하지만 최근 분위기는 달라졌다. “4차 산업시대가 도래하면서 첨단 기술과 제조업의 융합이 중요시되고 있다. 미국이 다시 제조업을 육성하고, 중국이 ‘제조2025’ 전략을 꺼내든 이유도 여기에 있다(김정식 교수).”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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