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아파텔 신화

방이 2~3개가 있고, 거실과 주방도 갖췄다. 생김새만 놓고 보면 아파트와 거의 같다. 오피스텔인데도 ‘아파텔’이란 별칭이 붙은 이유다. 집값이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던 시절엔 주거 대안 상품으로 인기를 끌었다. 최근 분위기는 다르다. 세 부담이 만만치 않고 실수요자가 주거하기엔 불편한 점이 부각되고 있다. 여기에 공급과잉 시그널까지 켜졌다. 더스쿠프(The SCOOP)가 모래성처럼 무너진 아파텔의 현주소를 취재했다. 

주거 대체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아파텔의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사진=뉴시스]
주거 대체 상품으로 인기를 끌던 아파텔의 투자 열기가 식고 있다.[사진=뉴시스]

2015년, 주거형 오피스텔인 ‘아파텔’의 위상은 대단했다. 배경엔 극심한 전세난이 있었다. 당시엔 매매보다 전세 물건 찾는 게 어려웠다. 전셋값이 집값을 위협할 정도였다. 2015년 7월 서울의 전세가율(아파트 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사상 처음으로 70%대를 넘어섰다. 지역별로 보면 80% 이상인 곳도 꽤 됐다.

몇주 몇달 만에 치솟는 전셋값에 신혼부부와 독신 직장인들은 아파텔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일단 아파텔은 아파트보다 자금 부담이 덜했다. 아파텔은 시세차익을 남기기 위한 투자 목적으론 적합하지 않은 탓인지 주변 아파트보다 시세가 저렴했기 떄문이다. 평형 자체가 작기 때문에 분양가 총액도 적었다.

청약통장이 필요 없다는 점도 진입장벽을 낮추는 요인이었다. 아파텔은 청약 신청금만 내면 바로 청약할 수 있다. 아파텔에서 살다가 언제든 아파트 분양으로 갈아타기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오피스텔이지만 아파트 못지않은 평면과 특화설계로 주거상품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도 강점이었다. 방 2~3개는 기본이고, 거실과 주방도 갖췄다. 아파텔은 금세 극심한 수도권 전세난을 해결할 대체상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이런 평가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비싼 세금과 관리비 때문에 아파텔 입주민의 원성을 사기 시작하면서다. 현재 오피스텔 취득세는 주거용이든 업무용이든 주택 외 매매로 분류돼 농어촌특별세 0.2%와 지방교육세 0.4%를 포함한 총 4.6%의 세율이 적용된다. 6억원 이하 아파트는 지방교육세 0.1%를 포함해 1.1%만 내면 되는데, 4배가 넘는 차이다.

반면 종합부동산세ㆍ재산세ㆍ양도소득세 등을 매길 때는 주택으로 본다. 되팔 때 양도소득세는 주택과 똑같이 물어야 하고, 주택 보유수에도 더해진다는 얘기다. 이런 세 부담은 앞으로 더 증가할 공산이 크다. 국세청이 2019년 1월 1일부터 과세표준이 되는 오피스텔 기준시가를 전국 평균 7.72% 올리기로 하면서다. 특히 서울과 경기는 각각 9.36%, 9.25%로 상승률이 매우 높다.

전용률(공급면적 대비 전용면적 비율)이 낮아 평형에 비해 실제 사용 면적이 좁고, 관리비 ‘폭탄’도 두렵다. 관리비는 전용면적이 아니라 공급면적을 기준으로 부과되기 때문이다. 오피스텔은 주택용지가 아닌 상업ㆍ업무용지에 들어서 단지 주변에 학교나 녹지, 주민 편의 시설이 부족한 점도 문제다.

공급과잉도 예사롭지 않다. 올해 전국 신규 입주 오피스텔은 8만160실로 집계됐다. 2004년(9만 657실) 이래 14년만에 최대치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1.9% 많은 8만1715실이 입주할 예정이다.

이 때문인지 아파텔을 향한 투자 열기는 식고 있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올해 1월 40㎡(약 12평) 초과 오피스텔 수익률은 4.97%였는데, 11월엔 4.85%로 0.12%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원룸형 오피스텔인 40㎡ 이하 오피스텔 수익률은 0.06%포인트 하락에 그쳤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국민 정서상 아직까지 아파텔에 비해 아파트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아파트보다 빨리 짓기 때문에 단기간 공급에는 유리하지만, 단지 시설이나 규모는 아파트보다 열악해 대안적 주거상품으로 성장하기엔 한계가 있다”고 꼬집었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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