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신년 초 ‘경제 행보’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은 기업투자와 경제활력의 산물이다. 문재인 정부와 경제계가 소통에 나선 것은 그래서 긍정적 신호다.[사진=뉴시스]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은 기업투자와 경제활력의 산물이다. 문재인 정부와 경제계가 소통에 나선 것은 그래서 긍정적 신호다.[사진=뉴시스]

새해는 새롭게 시작할 수 있어 좋다. 태양은 늘 뜨던 곳에서 솟아오르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며 조금이라도 높은 곳에 올라 해맞이를 한다. 오가는 길이 막혀도 동해안으로 차를 몰고가 해돋이를 보며 각오를 다지고, 소원을 빌고, 희망을 노래한다. 다이어트, 금연, 취업, 결혼, 내집 마련, 승진 등등….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들은 시무식과 함께 업무를 새롭게 시작한다. 정치지도자와 최고경영자(CEO)들은 신년사를 통해 국정운영 방향과 경영 구상을 다지고 주식시장이 이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른바 ‘새해 효과’ ‘1월 효과’다.

2019년도 어김없이 대통령 등 정치지도자 및 주요 기업 CEO의 신년사와 신년 초 행보가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특히 올해 경제가 지난해보다 나아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에서 더욱 그러했다.  

먼저, 문재인 대통령의 1월 달력은 대부분 경제 관련 행사로 채워져 있다. 1월 2일 역대 대통령 최초로 중소기업중앙회를 방문해 청와대 신년회 행사를 개최했다. 3일에는 새해 첫 현장 방문으로 스타트업들을 찾았다. 7일에는 중소ㆍ벤처기업인과 소상공인 200여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다. 1월 중순에는 대기업, 중견기업 대표들과 간담회를 할 예정이다. 

대통령이 만나는 대상이 다양해졌다. 청년 벤처기업인부터 대기업 총수에 이르기까지. 이들을 만나 던지는 메시지도 결이 달라졌다. “혁신창업은 경제를 도약시키는 길” “혁신창업에 대한 가장 큰 장애가 실패에 대한 두려움인데, 실패도 두렵지 않도록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와 별도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이 지난해 말부터 대기업 CEO 등 기업인들과 접촉을 늘리고 있다. 그 영향인가. 지난해 말 부정평가가 긍정평가를 추월하며 데드 크로스 현상을 보였던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가 1월 첫주에 소폭 반등했다.

기업 CEO들의 신년사에선 위기감과 절박감이 묻어나온다. 위기ㆍ변화ㆍ생존 등의 단어가 자주 등장했다. “절체절명의 상황” “절박감으로 임해야 한다”는 비장한 표현도 있다. 미중 무역전쟁과 보호무역주의 확산, 글로벌 경기 둔화 등 불확실한 대외변수에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강성 노조의 경영 압박 등 내부 여건도 우호적이지 않다. 특히 자동차ㆍ철강ㆍ조선 등 전통 제조업뿐만 아니라 스마트ㆍ디스플레이ㆍ반도체를 비롯한 거의 전 산업 분야에서 중국이 우리를 추월하거나 맹추격하는 산업현장의 위기감이 작용했으리라.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와 경제계가 소통에 나선 것은 늦었지만 긍정적 신호다. 문 대통령은 2일 신년사에서 “경제발전과 일자리는 기업의 투자에서 나온다”며 “기업이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취해온 경제정책 방향에 비춰보면 의미심장한 메시지다.   

그동안 문재인 정부는 기업보다 노동계, 기업 중에서도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치우친 정책을 취해왔다.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하면서도 기업과 노동을 대립 관계로 보면서 친노동ㆍ반기업적 정책을 취해왔다. 그 여파인지 지난해 기업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1%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문 대통령도 인정한 대로 경제발전과 일자리 창출은 기업투자와 경제활력의 산물이다. 공무원 증원이나 공공기관 단기알바 등 세금 쓰는 일자리가 아닌 세금 내는 민간 일자리가 많이 만들어져야 가능하다. 남북관계 개선 등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도 경제가 살아나야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청와대와 기업인 간 만남이 새해효과나 지지율 만회를 위한 이벤트에 머물러선 안 된다. 주요 경쟁국들이 4차 산업혁명 대열에서 저만치 앞서가는 마당에 건배사나 외치고 끝나서도 안 된다. 기업의 국내투자를 가로막는, 해외투자로 눈을 돌리게 만드는 요인을 찾아내 과감히 도려내야 할 것이다. 특히 미래 신산업 창업과 창직創職을 방해하는 낡은 규제를 혁파해야 마땅하다. 더 이상 규제 정도가 기업인의 기본권 침해 수준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도록.

대통령이 하고 싶은 말만 전달하는 자리에 그쳐서도 곤란하다. 짜인 각본에 따라 기업인 몇명이 발언하고 대통령 당부 말씀에 박수치고 말아서도 곤란하다. 기업인들이 격의 없이 말할 수 있고, 이들의 합리적 의견은 정부 정책에 반영돼야 할 것이다. 

문 대통령이 서울 성수동 수제화 거리에서 청년 창업자를 격려하며 구두를 맞췄다. 청와대는 “새 신발을 신고 국민을 위해 발로 뛰겠다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기업인, 소상공인, 자영업자, 청년 창업자들도 ‘탈규제 신발’을 맞춰 신고 새해에 희망차게 뛰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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