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영리병원 허가한 원희룡 제주도지사

2018년 제주도는 숱한 논란을 양산했다. 그중 가장 뜨거웠던 논란은 국내 첫 영리병원(녹지국제병원)의 조건부 영업허가 파문이었다. 원희룡(54) 제주도지사가 공론화조사위원회의 ‘불허결정’을 돌연 뒤집고 영리병원을 허가했기 때문이었다. 원 제주도지사는 왜 그런 결정을 내렸던 걸까.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녹지국제병원 허가와 관련, “훗날 평가받게 될 것”이라면서 “고뇌를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녹지국제병원 허가와 관련, “훗날 평가받게 될 것”이라면서 “고뇌를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민생경제 안정과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도정을 운영하겠다.” 원희룡 제주도지사가 1월 1일 신년사를 통해 밝힌 새해 포부다. 민선 6기를 거쳐 2018년 6월 지방선거를 통해 민선 7기 임기를 새롭게 시작한 지 6개월. 이 기간 원희룡 도정은 포부와 달리 숱한 논란에 휩싸였다. 제주제2공항 건설사업과 관련 찬반 논쟁은 폭행사건으로 이어졌고, 형평성 논란이 일었던 시민복지타운 내 ‘행복주택’ 건립 계획은 도민의 반대로 2년 만에 백지화됐다. 제주 행정체제 개편을 두고선 도민들과의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또 하나 빼놓을 수 없는 게 국내 첫 영리병원 ‘녹지국제병원’ 파문이다. 원 제주도지사는 공론화조사위원회의 불허 결정을 뒤엎고 녹지국제병원을 조건부 허가해 전국적으로 비판을 받았다. ‘숙의 민주주의를 배신했다’는 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오명이기도 하다. 원 제주도지사는 과연 어떤 고민으로 이런 결정을 내린 걸까. 

지난해 12월 28일 제주도인터넷신문기자협회 6개 회원사(제이누리ㆍ미디어제주ㆍ제주도민일보ㆍ제주의소리ㆍ제주투데이ㆍ헤드라인제주)가 공동으로 원 제주도지사와의 신년인터뷰를 통해 그의 입장을 직접 들어봤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중요한 내용을 발췌해 정리했다. 

✚ 녹지국제병원 허가에 따른 사회적 파장이 컸다. 
“숙의형 공론화조사위원회 권고를 전부 수용하지 못한 점, 도민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 공론화조사위 조사에선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하든 어찌 됐든 영리병원은 안했으면 좋겠다는 결론이 나왔다. 60%에 가까운 의견이었는데, 이걸 현실화 못한 건 진심으로 죄송하다.”

 

✚ 공론조사 결과가 발표(10월 4일)된 뒤에도 ‘존중하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고, 예산안을 제출할 즈음에 진행된 시정연설(11월 15일)에선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불가피하게 허가할 수밖에 없다’고 태도를 바꿨다. 이전엔 왜 ‘수용’이라는 표현을 썼나. 
“제주도정은 그동안 공론화조사위의 결정을 존중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했다. ‘공론조사위원회의 권고안을 수용하겠다’고 밝힌 것은 도민의 의견이 모아지면 힘들더라도 중앙정부와 협의해서 제3의 대안(비영리병원 전환 등)을 찾는 방안이 가능할 것으로 판단했다. 정부도 외국인 투자병원에 부정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에 6ㆍ13 지방선거 이전에도 제3의 대안을 찾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

✚ 무슨 노력을 했다는 건가.
“제주도는 공론화위의 권고안을 지키기 위해 녹지국제병원 측과 수십차례 협의했다. 비영리병원으로 전환하면서 직원 해고를 막고, 헬스케어타운 후속투자를 보장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했다. 하지만 입장을 바꾸기엔 한계가 있었다.”

“녹지병원 불허하기엔 한계”

✚ 어떤 한계를 말하는 건가. 
“제주개발센터(JDC) 또는 다른 국가기관이 인수해 운영할 수 있는지 여부도 타진했다. 하지만 정부 승인이 없이는 불가능했다. 1000억원대 손해배상, 헬스케어타운 투자무산, 직원 해고사태를 제주도 혼자 떠안을 수 있다는 것도 부담이었다. 제주도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불가피하게 ‘조건부 허가’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해해주시기 바란다.”

 

✚ 공론조사 결과에 반하는 ‘허가’ 결정을 내릴 생각이었다면 소통의 절차를 가졌어야 했다는 지적도 많다.
“공론조사위의 권고안이 제시된 이후 정부, 제주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JDC), 녹지국제병원 등과 지속적으로 협의했고, 지역주민과의 간담회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했다.”

✚ 제주뿐만 아니라 전국민이 의료공공성을 훼손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놓는다.
“우려를 모르는 바 아니다. 녹지국제병원 때문에 공공의료체계 무너지는 건 나부터라도 막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진료 대상을 ‘제주를 방문하는 외국인 의료관광객(내국인 진료 불가)’으로 제한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허가취소 등 강력히 대처해 나가겠다. 공공의료체계를 훼손하거나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일이 없도록 지도ㆍ감독을 철저히 해나가겠다.” 

✚ 녹지국제병원 측이 ‘내국인 진료 불가’ 문제를 물고 늘어지면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만족스럽지 않은 조치라는 걸 잘 안다. 내국인 진료를 금지했다고 녹지국제병원이 이걸 지킬지 의구심을 갖고 걱정하시는 것도 충분히 이해한다. 하지만 그런 건 현재 제도로 막을 수 있다고 본다. 부족하면 2~3중 안전장치 만들겠다.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공공의료체계에 영향을 미친다면 그에 따른 책임을 지겠다.” 

✚ ‘제3의 대안’은 결국 내놓지 못했는데.
“찬성과 반대, 수용과 불수용. 이분법적인 결정만 내린다면 어느 한쪽의 비난만 감수하면 된다. 하지만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은 양측의 비난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늘 어려운 일이다. 도지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종합적ㆍ현실적으로 판단하고 집행해야 할 책임이 있다. 이에 따른 비난이나 수습에 대한 책임 역시 도지사가 독배를 마시는 게 옳다고 본다.”

 

녹지국제병원의 영업허가가 나왔지만,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사진=뉴시스]
녹지국제병원의 영업허가가 나왔지만, 영리병원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여전하다.[사진=뉴시스]

✚ 독배를 마셨다고 생각하나.
“정치적 책임을 지고 가부간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런 것들은 후일에 평가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다시 한번 말씀드리는데 정말 죄송스럽게 생각한다.”

“오라관광단지는 차원 다른 문제”

✚ 공론조사위의 결론과는 정반대의 결정을 함으로써 난개발과 환경훼손이 우려되는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에도 관심이 쏠린다. 원 지사는 오라관광단지 개발사업에서도 ‘도민이 원하지 않으면 불허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말을 지킬지 의구심을 사고 있다.
“녹지국제병원은 제주특별법에 이미 ‘외국인이 투자해 설립하고 외국인을 유치하는 병원’으로 영리병원을 정의하고 있다. 적어도 이 법이 바뀌지 않는 한 내국인 진료는 허용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에서 진료대상도 아닌 내국인이 국내 의료체계를 무너뜨린다는 건 지나친 걱정과 비난이라 생각한다. 반면 오라관광단지 자본검증 문제는 사안이 전혀 다르다.”

✚ 뭐가 다른가. 
“오라관광단지는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 도의회로 가지도 않았다. 도의회는 환경영향평가 동의안이라는 형태로 비토권 갖고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서 환경평가뿐만 아니라 허가만 받아놓고 분할해 매각하거나, 사업을 핑계로 중간에 흐지부지 하는 등 제2예래단지와 같은 부실투자를 막기 위해 자본검증을 하는 거다. 이건 의사결정의 한 과정이다. 충실히 자본검증을 해서 먹튀나 부실투자의 후유증을 막을 수 있다.” 
글 : 고원상 제이누리 기자 kws86@jnuri.net
정리 :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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