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부터 BTS까지

케이팝은 ‘미국팝‧제이팝’ 따라하기에서 시작됐다.[사진=뉴시스]
케이팝은 ‘미국팝‧제이팝’ 따라하기에서 시작됐다.[사진=뉴시스]

지난해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는 BTS(방탄소년단)다. 정상에 있는 가수의 이름이 자주 회자되는 건 당연하지만 BTS는 좀 달랐다. 국내만큼이나 세계 곳곳에서 그들의 이름이 불리고 노래를 흔히 들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전세계 대중들이 케이팝에 열광하는 지금의 현상이 갑자기, 우연히, 운이 좋아서 벌어진 건 아니다. 거기엔 오랜 시간, 수많은 히스토리와 다수의 뮤지션, 산업이 얽혀 있다.

문화사회학자인 김성민 홋카이도대 준교수가 쓴 「케이팝의 작은 역사」는 팝의 탄생과 확장, 그리고 현재에 대한 이야기다. 이 책은 3부로 나뉜다. 제1부 ‘탄생’에서는 ‘미국ㆍ일본 음악을 어떻게 모방할 것인가’에서 시작한 한국 대중음악이 ‘미국팝ㆍ제이팝 따라하기에서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로 변화하는 과정을 조명한다. 저자는 1980년대 김완선과 19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을 예로 들며 한국 대중음악이 미국과 일본 음악을 도입하는 가운데 한국적 느낌을 더하려는 노력이 있었다는 데 주목했다.

여기에 케이팝만의 매니지먼트가 더해지기 시작하는데 이 시스템의 핵심은 아이돌이었으며, H.O.T.가 결성됐다는 것이다. 이때부터 조직적인 케이팝 팬덤과 중국 등지에서 해외 음악시장의 가능성, 케이팝만의 새로운 산업 모델 등이 제시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한다.

제2부 ‘확장’에서 저자가 케이팝 글로벌화 과정의 핵심으로 꼽은 것은 ‘아이튠즈’와 ‘유튜브’다. 디지털 음악의 시대는 음악을 구매하는 것에서 공유하는 것으로 변화시켰고 유튜브는 동영상 플랫폼으로서 지배적인 미디어로 떠올랐다. 저자는 음악시장의 이같은 판도 변화에 케이팝이 얼마나 빠르게 대응했는지를 이야기한다. ‘보는 음악’에서 출발한 케이팝은 뛰어난 비주얼ㆍ칼군무 등 유튜브에 최적화된 콘텐트를 바탕으로 빠르게 확장했다.

케이팝 팬덤도 SNS에서 확산했다. 이들은 동영상 편집ㆍ자막 달기ㆍ리액션 비디오 업로드 등의 활동을 펼치며 열렬히 반응했다. 빅뱅ㆍ소녀시대ㆍ엑소ㆍ방탄소년단ㆍ트와이스 등이 이렇게 탄생했다. 2부에선 비교적 케이팝의 주변부로 여겨졌던 발라드와 걸그룹이 확장시킨 케이팝도 언급한다. 

제3부 ‘지금 여기’에서는 케이팝이 지금 어디까지 와있는지를 살핀다. 저자는 케이팝이 주류의 팝으로서 트렌드를 이끄는 쿨하고 힙한 팝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한다. 또한 케이팝 뮤지션들이 팬들과 이룬 공동체 성격에 주목한다. 케이팝 뮤지션들은 데뷔까지의 여정, 연습 과정 등을 유튜브 등에 공개하고 트위터 등지에서 소통하며 팬들과 ‘감정의 공동체’를 이룬다는 것이다.

저자는 “앞으로 케이팝은 화려한 퍼포먼스에 대한 감탄을 넘어 ‘K’와 ‘팝’ 사이에 존재하는 집단과 개인의 욕망, 한국 사회와 세계 질서를 둘러싼 현실과 환상, 세대와 젠더, 지역과 계급의 차이가 복잡하게 얽히며 생겨나는 새로운 감각들과의 매개를 끊임없이 요구받게 될 것”이라며 “그 매개가 실현될 때 사람들은 케이팝을 통해 ‘사랑으로 가득 찬 팝의 순간’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세 가지 스토리

「그래, 지금까지 잘 왔다」
셰릴 스트레이드 지음 | 부키 펴냄


어린 시절부터 지속된 아버지의 학대, 자신을 지켜주던 어머니의 죽음, 약물중독과 이혼 등으로 비참한 삶을 살았던 작가는 4285㎞ 극한의 고행길에 올라선다. 이후 자신의 경험을 담은 에세이 「와일드」로 세계적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다. 그는 시궁창의 삶에서 자신을 구원한 건 고행길의 경험이나 책의 성공이 아닌 평생 수집해온 ‘문장’이라고 말한다. 이 책은 작가를 구한 인생의 문장들을 모았다.

「최고의 브랜드는 어떻게 성장하는가」
이와이 타쿠마ㆍ마키구치 쇼지 지음 | 다산북스 펴냄


명품 브랜드 루이비통은 ‘침몰한 타이타닉호에서 유일하게 물이 차지 않은 트렁크’라는 비화로 최고의 품질을 지닌 브랜드라는 인식을 사람들에게 심어줬다. 이 책은 기업이 지닌 단 몇줄의 스토리가 막대한 자본을 투자한 광고나 대대적인 캠페인보다 강력한 힘이 있다고 강조한다. 일본 마케팅 전문가인 저자는 기술이 진보할수록 마케팅 전략은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으며, 기업의 재밌는 스토리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선의 밥상머리 교육」
김미라 지음 | 보아스 펴냄


저자는 유태인의 교육법보다 우리에게 더 절실한 건 조선의 교육법이라고 강조한다. 학생을 가르치는 교육자인 저자는 수년간 전국의 종가를 찾아다니며 자녀교육을 공부했다. 그들의 교육철학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자식은 부모의 등을 보고 자란다’였다. 종가의 교육철학은 조선시대 선비정신과도 맞닿아 있었다. 조선시대 동몽교재 원문을 통해 당대의 교육법을 조명하고 미래의 교육의 길을 탐색한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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