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가게도 부담스러운데 …
편의점까지 닭전쟁 가세
편의점주도 을, 을 vs 을

편의점 치킨이 인기를 끌고 있다. 1~2인가구 선호도가 높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편의점 치킨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고민이 깊어진다는 점이다. 과당경쟁ㆍ경기침체에 이어 편의점 치킨이라는 잠재적 경쟁자까지 만난 격이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BBQ가 편의점 세븐일레븐에 ‘치킨 제품’의 납품을 고수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치킨집과 편의점의 ‘치킨 경쟁’을 취재했다.

최근 2~3년 새 편의점 치킨의 인기가 급증했다.[사진=천막사진관]
최근 2~3년 새 편의점 치킨의 인기가 급증했다.[사진=천막사진관]

혼자 사는 직장인 김정민(32)씨는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르는 게 일상이다. 주로 구입하는 건 4캔 1만원 할인행사를 하는 수입맥주다. 최근엔 맥주에 곁들일 낱개 치킨도 종종 구입한다. 김씨는 “편의점에 들어서면 닭 튀기는 냄새의 유혹을 뿌리치기 쉽지 않다”면서 “치킨 한 마리를 시켜 먹기엔 부담스러운데, 편의점 치킨의 가격은 조각당 2000원 안팎으로 부담이 없어 자주 사먹게 된다”고 말했다.

‘닭 튀기는 편의점’이 증가하고 있다. 제조된 치킨을 매장에서 직접 튀겨 쇼케이스에 진열해 놓고 판매하는 방식이다. 편의점 낱개 치킨 가격은 조각당 1800~2000원 안팎으로 가성비가 강점이다. 편의점들이 치킨 메뉴를 출시한 이유는 간단하다. 출혈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낱개 치킨을 바라는 1~2인가구의 니즈를 받아들인 결과이기도 하다.

편의점 업계 관계자는 “편의점 주요 고객층인 1~2인가구로선 부담 없이 치킨을 즐길 수 있고, 가맹점주로선 고객 집객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낱개 치킨을 파는 매장이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편의점의 ‘치킨 공세’는 실적 면에서 합격점을 받고 있다. 주요 편의점의 치킨류 매출액은 매년 증가세다. 2015년 치킨 메뉴를 출시한 편의점 CU는 2200여개 매장에서 후라이드 치킨을 판매하고 있다.

CU의 치킨류 매출 신장률은 2017년 14.3%, 2018년 15.1%를 기록했다. GS25는 치킨 브랜드 ‘치킨25’를 운영 중이다. 2016년 출시 후 3500개 점포에서 치킨을 판매하고 있는데, 두해 연속 두자릿수 매출 성장률(2017년 59.6%ㆍ2018년 24.4%)을 찍었다. 세븐일레븐의 800여개 매장에서도 치킨을 판매한다. 지난해 치킨류 매출액은 전년 대비 7.3% 증가했다.

하지만 편의점 치킨의 높아진 인기에 웃을 수 없는 이들이 있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주들이다. 치킨집은 ‘자영업의 무덤’이라 불릴 만큼 과당경쟁이 심각한데, 편의점 치킨과도 경쟁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외식 프랜차이즈 업종 중 가장 많은 수준인 치킨 가맹점 수는 2만4654개(이하 2018년 기준)로 피자ㆍ햄버거(1만1755개), 커피(1만6795개), 분식(1만1856개)보다 훨씬 많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매출을 올리는 것도 쉽지 않다.

편의점 치킨에 웃지 못하는 이들

치킨 가맹점의 연평균 매출액은 1억4950만원으로 한식(2억8350만원), 커피전문점(1억7750만원), 분식점(1억7510만원)에 못 미쳤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문 닫는 치킨집도 증가했다.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만4654개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사진=뉴시스]
지난해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는 2만4654개로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사진=뉴시스]

문제는 치킨점과 편의점의 ‘치킨 전쟁’이 격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편의점 업계가 치킨 판매를 장려하고있는 데다, 치킨 프랜차이즈 가맹 본부가 편의점에 치킨 제품을 납품하는 사례까지 등장했기 때문이다. GS25는 올해 상반기 매장에서 치킨을 튀기는 가맹점에 한해 ‘치킨장려금’ 제도를 도입한다. 이 편의점은 치킨 기름ㆍ냄새 제거 필터 등 비용 일부를 지원할 전망이다.

세븐일레븐은 치킨 브랜드 BBQ를 운영하는 제너시스BBQ와 협업해 지난해 11월 치킨제품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 관계자는 “현재 직영점 위주로 10개 매장에서 BBQ 치킨을 판매하고 있다”면서 “아직 테스트 단계로 매장을 확대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지만 논란을 피하긴 어려울 전망이다.

BBQ 가맹점주는 “경기 침체에 치킨 대체재가 워낙 많아 매출이 감소하고 있는데, 가맹본부가 나서서 편의점에 치킨을 판매하는 건 상도에 어긋나지 않냐”고 꼬집었다. BBQ 측은 편의점과 가맹점은 고객 타깃층이 다르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편의점 제품은 완제품 상태로 납품하기 때문에 생닭을 이용해 올리브유로 튀겨내는 가맹점 제품과는 다르다”면서 “편의점의 경우 1인가구가 주요 타깃으로 가맹점 타깃층과도 겹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치킨 가맹점이 힘겨운 싸움을 펼칠 가능성이 훨씬 높다. 치킨 가맹본부들이 임대료ㆍ인건비ㆍ식재료비 상승을 이유로 치킨가격을 줄줄이 인상해 가격경쟁력이 약해졌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BBQ는 주요 치킨 가격을 9년 만에 1000~2000원씩 인상했다. 지난해 5월에는 교촌치킨이 배달비 2000원을 부과하면서 치킨업계 배달비 열풍이 불었다. 사실상 치킨값 2만원 시대가 열린 셈이다.

회사 측의 주장과 달리 치킨점에 피해가 발생해도 가맹점주가 할 수 있는 조치가 거의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가 가맹점의 영업권을 보호하기 위해 기존 영업지역 내의 대리점ㆍ유사가맹점 설치를 금지(2018년 자영업 성장ㆍ혁신 종합대책)하고 있지만 업태가 다른 편의점에 유사제품을 납품하는 것은 제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소비 트렌드 변화도 한몫 

임영균 광운대(경영학) 교수는 이렇게 설명했다. “치킨 프랜차이즈는 시작일 뿐 향후 편의점과 경쟁해야 하는 업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소비채널이 편의점이나 온라인으로 옮겨가는 거대한 트렌드를 막기는 어렵다.”

윤 교수는 가맹본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프랜차이즈 가맹본부가 다른 유통채널에 유사한 제품을 납품할 경우, 가맹점 매출이 타격을 입을 수 있는 만큼 사전에 가맹점주와 협의를 거쳐야 한다. 또 가맹점이 손실을 입을 경우, 보상을 제공하고 가맹점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도록 머리를 맞대는 게 가맹본부의 역할이라고 본다.” 치킨 가맹점으로선 이기면 본전이지만 밀릴 수도 없는 치킨 경쟁이 시작됐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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