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러블TV 공개한 LG전자
연내 상용화 가능성 대두
일부에선 효용성 문제 지적

‘돌돌 마는 TV 시대’가 가까워졌다. 혁신을 이끄는 건 LG전자다. LG전자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8~11일 개막) 글로벌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롤러블TV를 공개했다. 디스플레이 업체가 아닌 LG전자가 롤러블TV를 선보인다는 건 상용화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시장은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지 않다. 기술력은 훌륭하지만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우려에서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이렇다. “소비자들이 TV 돌돌 말아서 대체 어디를 가려 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롤러블TV의 혁신 가능성을 분석해봤다. 

LG전자가 CES 2019에서 롤러블TV를 공개했다. 하지만 효용성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LG전자가 CES 2019에서 롤러블TV를 공개했다. 하지만 효용성은 다소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사진=연합뉴스]

2018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18’. LG디스플레이가 공개한 TV형태의 롤러블(돌돌 말 수 있는ㆍRollable) 디스플레이는 세계 곳곳에서 몰려든 관람객들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실제로 혁신적이었다. 170㎝ 길이 박스 안에 말려 있는 65인치(약 165㎝) 크기의 UHD TV는 리모컨 조작에 따라 자유자재로 펼쳐지고 말려들어갔다. 이전에도 롤러블 디스플레이가 공개된 적은 있지만 TV형태로 선보인 건 최초였다.

그로부터 1년여, 올해 열리는 CES 2019(1월 8~11일)에서도 롤러블TV가 화제다. 이번엔 LG전자가 롤러블TV를 공개하면서다. 중요한 건 디스플레이 업체인 LG디스플레이가 롤러블TV를 공개한 것과 세트업체인 LG전자가 선보이는 건 의미가 다르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업체의 전방산업에 해당하는 세트업체가 롤러블TV를 공개하는 건 그만큼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뜻으로 풀이될 수 있어서다. 일부에서 “올해 말엔 롤러블TV를 시장에서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전망을 내놓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도 “롤러블TV를 상용화할 수 있는 기술력은 확보했다”고 밝혔다. “실질적으로 양산하려면 세트업체의 요구에 따라 가격ㆍ일정ㆍ시기 등 조건을 맞춰야 하기 때문에 시장이 언제 열릴지는 알 수 없을 뿐이다.” 

 

롤러블TV 상용화의 의미는 작지 않다. 무엇보다 빠르게 쫓아오는 중국과의 기술격차를 벌린다는 함의가 있다. LG디스플레이가 삼성디스플레이와의 자존심 대결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심어줄 수 있다.

실제로 현재 TV용 롤러블 패널을 만들 수 있는 건 LG디스플레이뿐이다. 접히거나(폴더블ㆍFoldable), 말리는(롤러블) 디스플레이를 만들려면 백라이트유닛(BLU) 없이 스스로 빛을 내는 OLED 패널이 필요한데, 대형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OLED를 생산할 수 있는 곳은 LG디스플레이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LG전자가 롤러블TV의 상용화를 앞당겨 HE(Home Entertainment) 사업부의 부진을 만회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LG전자 HE사업부의 실적은 감소세를 그리고 있다. 2018년 1분기 5773억원이었던 HE사업부의 영업이익은 2분기와 3분기 각각 4070억원, 3251억원으로 주저앉았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지난 3분기엔 삼성전자 QLED TV가 LG전자 OLED TV의 판매 실적을 앞서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LG전자의 OLED TV가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면서 “롤러블TV를 역전의 발판으로 삼을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출시될 가능성이 높은 삼성전자의 폴더블폰은 콘셉트가 공개된 이후, 디자인과 양산 준비까지의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롤러블TV도 그러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롤러블TV를 대하는 시장의 반응은 기대치를 밑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롤러블TV의 실질적인 효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굳이 TV를 돌돌 말 필요가 있느냐는 거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롤러블 디스플레이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휴대성인데, 집에 놓고 보는 가정용 TV로는 활용도가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론 롤러블 디스플레이의 장점이 휴대성만 있는 건 아니다. LG디스플레이가 설명하는 롤러블TV의 장점은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하고, 공간 활용도가 높다는 점이다. CES 2018에서 공개된 롤러블TV를 살펴보면 그 특징을 분명하게 확인할 수 있다. “펴는 정도에 따라 영화관 스크린 사이즈(비율 21대 9)와 일반 TV 사이즈(16대 9)로 변형하는 게 가능하다. 일부 화면만 남겨 날짜ㆍ시간 등의 정보를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할 수도 있다.”


문제는 이런 특징도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이점은 아니라는 거다. 이는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폴더블폰을 공개한 이후 쏟아진 지적과 궤를 함께한다. 당시에도 시장에선 폴더블폰을 두고 이렇게 꼬집었다. “두껍고 무겁고 비싼 데다, 내구성이 약하다는 문제를 안으면서까지 접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런 지적에 롤러블TV는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로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장이 있고, 수요가 있으니까 제품을 선보이는 게 아니라 기술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얘기다. 남상욱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CES 자체가 산업의 표준이 될 수 있는 미래의 혁신을 보여주는 자리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의 롤러블TV는 여기까지 가능하다’는 정도의 의미쯤으로 해석해야 한다”면서 “사실 상용화가 가능하다는 것과 양산 준비가 돼 있다는 건 하늘과 땅 차이인데, 그런 의미에서 롤러블TV 자체는 아직 먼 기술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롤러블TV 출시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사진은 신제품 발표회에 참석한 권봉석(오른쪽) HE사업본부장.[사진=연합뉴스]
LG전자의 롤러블TV 출시 여부를 두고 의견이 엇갈린다. 사진은 신제품 발표회에 참석한 권봉석(오른쪽) HE사업본부장.[사진=연합뉴스]

남 위원은 효용성 측면에서도 섣부른 판단을 내려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효용성을 얘기하기엔 LG전자를 비롯한 세트 업체와 산업디자이너들의 아이디어가 더 필요한 상황이다. 향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봐야 한다.” 

CES 2019에서 롤러블TV를 꺼내든 LG전자의 속내에 상용화가 있든, 상징적인 의미에 그치든 결과는 같다. 언제가 됐든 혁신기술이 시장에서 통하려면 효용성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거다. 폴더블폰이 먼저 시험무대에 오를 가능성이 높다. 그다음은 롤러블TV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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