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W 화재 사태의 쟁점들

“BMW의 차량 설계가 잘못됐다.” BMW 화재사건을 4개월 동안 조사한 정부의 결론이다. BMW 차량에 직접 불이 난 이유가 ‘설계’에 있었다는 것이다. BMW는 이 결론을 받아들이지 않은 채 ‘현재 진행하고 있는 리콜을 계속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BMW가 반박하지 못할 정도의 합리적이면서도 과학적인 결론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BMW 화재사건, 아직 끝나지 않았다. 

BMW 화재 사건의 원인을 풀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사진=연합뉴스]
BMW 화재 사건의 원인을 풀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12월 24일 정부가 BMW 차량 화재의 원인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결론은 다음과 같았다. “BMW가 차량 설계를 잘못했다.” 필자가 반년 전부터 주장했던 것과 일치한다. 최종 결론이 발표되자 BMW는 “EGR(배기가스 재순환 장치) 쿨러의 누수가 직접적인 원인이다”면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리콜을 계속하겠다”고 응답했다. 

이 결론은 공신력 있는 정부 차원의 발표라는 점에서 상당한 의미를 갖고 있다. 한국이 전세계 BMW 차량 200만여대 리콜의 바로미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정부가 고민해야 할 점도 숱하다.

BMW 엔진설계 오류 증명해야

무엇보다 국토교통부 민관조사단의 조사기간(4개월)이 짧았다. ‘올해 안에 발표해야 한다’는 중압감에 시달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미흡한 부분을 정부 차원에서 보강해야 하는 이유다. 

특히 ‘BMW의 엔진설계에 잘못이 있다’는 결론을 입증할 수 있는 백데이터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가령, EGR 쿨러가 문제라면 냉각수 양이 얼마나 부족한지, 이 때문에 ERG 밸브나 바이패스 밸브 등에 무리가 간 것은 아닌지 등을 찾아내야 한다는 거다. 필자는 예전부터 BMW 차량의 EGR 쿨러 냉각수가 다른 메이커 대비 40~50% 수준이라고 강조해 왔다. 이 내용이 좀 더 보완된다면 BMW 화재의 원인은 분명해질 것이다. 

정부가 고민해야 할 두번째 사안은 BMW의 충분한 소명이다. “운전자의 장거리 운행거리와 무리한 운행 때문이다”는 어처구니없는 화재 원인을 발표했던 BMW 본사의 합리적이면서도 공학적인 대답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것이다.  

세번째 사안은 우리나라에서만 직접적인 화재가 많이 발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검증하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이나 영국 등에서도 BMW 화재 사건은 많았지만 우리나라처럼 차량에 직접 불이 붙는 경우는 없었다. 

네번째는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BMW의 리콜이다. 지금처럼 EGR 모듈만 교체하는 방식으로 리콜이 진행되면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보자. EGR 모듈을 교체하고 프로그램을 업데이트하면 뜨거운 배기가스의 유입량을 줄일 수 있어 화재 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질소산화물의 저감량이 축소되면서 대기환경보전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쉽게 말해, BMW로선 리콜을 제대로 하기 힘들 수 있다는 거다. BMW가 정부의 발표를 거부한 채 리콜을 밀어붙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BMW가 리콜 강행하는 이유 

이런 문제점들이 해결되지 않은 채 BMW가 한국 도로를 달린다면 다가오는 여름에 우리는 또 ‘BMW 공포’에 직면할지 모른다. 지난해 12월 24일 정부 발표 이후 리콜 받은 BMW 차량에서 화재가 발생한 건 이를 잘 보여주는 예다. 

국민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BMW 차량화재 문제는 중요한 현안이다.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시한폭탄을 장착한 자동차’가 우리나라 도로를 질주하는 것을 막을 방도가 없다. 이를 막을 수 있는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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