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3人이 말하는
LG전자가 가야 할 길

LG전자의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를 매각해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만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어서다. LG전자로선 쉬운 결정이 아니다.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가전과의 연계성을 감안하면 포기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적자를 안고 가기엔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전문가 3명에게 LG전자 MC사업부가 해야 할 일을 물어봤다.

LG전자 스마트폰의 부진을 지나치게 많은 제품군에서 찾는 시각도 많다.[사진=뉴시스]
LG전자 스마트폰의 부진을 지나치게 많은 제품군에서 찾는 시각도 많다.[사진=뉴시스]

13분기 연속 적자(2015년 3분기~2018년 3분기). 해당 기간 누적 영업손실 2조5655억원. LG전자에서 휴대전화ㆍ태블릿PCㆍ웨어러블 기기 등을 생산ㆍ판매하고 있는 모바일 커뮤니케이션(MC) 사업부의 실적이다.

MC사업부의 실적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건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이 세계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LG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은 삼성전자와 애플, 중국 업체들에 밀려 2018년 3분기 1.9%까지 떨어졌다. 2015년 조준호 당시 LG전자 사장이 당차게 밝힌 ‘의미 있는 3등’이라는 목표도 물 건너간 지 오래다. 

문제는 올해 전망도 녹록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4분기는 물론 2019년에도 MC사업부의 적자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이 주를 이룰 정도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침체 국면에 접어든 스마트폰 시장이 좀처럼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점이 악재로 작용할 게 분명해서다.

익명을 원한 IT 전문가는 이렇게 꼬집었다. “LG전자가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내놓지 않는 이상 현재의 양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새로운 사업전략이나 강도 높은 체질개선 등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한다.” 

그렇다면 LG전자 스마트폰이 고착화된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할까. 이 물음에 답하기에 앞서 좀 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LG전자에 MC사업부가 반드시 필요하냐는 것이다.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스마트폰 사업을 철수할 의사가 없다는 점을 밝혔음에도 일부에선 “LG전자가 스마트폰 사업을 포기하거나 MC사업부를 매각하는 게 낫지 않겠느냐”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오랜 기간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MC사업부는 LG전자에도 부담스러운 존재이기 때문이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스마트폰 사업을 지속하느냐 접느냐는 섣불리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권성률 DB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LG전자의 주력 사업인 가전은 점차 사물인터넷(IoT)과 인공지능(AI) 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화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서 허브 역할을 하는 게 스마트폰”이라면서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적자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LG전자가 스마트폰을 버려선 안 된다”고 설명했다. 스마트가전의 허브 역할을 맡기기 위해선 적자를 감안하더라도 최소한의 스마트폰 사업은 유지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다. 

 

실제로 LG전자 내부엔 이 정도 콘센서스가 형성돼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권 애널리스트는 “MC사업본부장을 권봉석 HE사업본부장이 겸임하고 있다”면서 “이 자체만으로 MC사업부의 지위가 낮아졌다는 뜻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매각까지는 아니더라도 분사 정도는 현실적인 방법이라는 주장도 있다. 김지산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분사는 LG전자로서는 리스크를 줄이고, MC사업부로서는 독자경영과 생존전략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라고 말했다. 

LG전자가 MC사업부를 떠안고 가야 한다면 남은 과제는 적자폭을 줄이는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사업 축소다. 김지산 애널리스트는 “극단적일 정도로 비용을 절감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플랫폼, 규모, 지역별 포트폴리오 등을 줄여 나가야한다”고 말했다. 

무턱대고 사업 줄였다간 역풍

다만 사업을 축소하는 데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제조업은 고정비가 커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을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권성률 애널리스트는 “LG전자가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제품군을 축소하고 있는데, 문제는 고정비를 감당할 수 있는 매출선이 무너지고 있다는 데 있다”면서 “돈 안 되는 제품을 줄이는 것과 동시에 돈 되는 제품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강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제품군을 어떻게 조성하느냐에 따라 실적이 크게 좌우될 수 있다. 일본의 소니가 단적인 예다. 2014~2015년 스마트폰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한 소니는 제품군을 간소화하고 사업을 축소하면서 2016년 흑자전환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참고 : 소니 스마트폰 사업부는 스마트폰 시황 악화와 글로벌 경쟁 심화로 2017년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LG전자의 스마트폰 제품군은 지나치게 많다. 프리미엄 모델인 VㆍG시리즈와 중저가 모델인 QㆍXㆍK시리즈까지 총 5가지에 이른다. 지난해 8월 출시한 초프리미엄 모델인 ‘시그니처 에디션’을 감안하면 6가지로 늘어난다. 시장의 반응은 냉소적이다. 제품군별 구분되는 특징이 크게 없다는 거다. 시장 안팎에서 LG전자의 스마트폰 제품군을 단순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스마트폰은 스마트홈 시대의 허브로 꼽힌다. LG전자가 MC사업부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스마트폰은 스마트홈 시대의 허브로 꼽힌다. LG전자가 MC사업부를 쉽게 포기할 수 없는 이유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다만 구체적인 방법론을 두고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김종기 산업연구원 신산업연구실장은 “프리미엄 모델 위주로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국에 대응해 중저가 모델을 출시해선 이득을 보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김 연구실장은 “LG전자가 가전에서 프리미엄 이미지를 높여나가고 있는데, 이런 흐름과 연계해 스마트폰에서도 프리미엄 이미지를 쌓아나갈 필요가 있다”면서 “특히 스마트홈과연계하거나 폴더블폰을 강화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 의견도 있다. 프리미엄 모델만으로는 삼성전자, 애플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없다는 거다. 권성률 애널리스트는 되레 저렴하고 가성비 높은 제품군을 공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종 첨단 기술이 탑재되면서 스마트폰 가격이 오르고 있는데, 이럴 때 LG전자는 경쟁사 대비 가격을 낮춰야 한다. 소비자들에게 애플이나 삼성전자에 비해 가성비 좋은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야 한다는 얘기다.”

명쾌한 해답은 없다. 과감하게 포기하자니 스마트홈 시대에 허브 역할을 맡아 줄 스마트폰의 부재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그렇다고 짊어지고 가자니 당장 재정적 부담이 크다. 현재로서 최선은 그저 적자폭이라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다. LG전자가 딜레마에 빠졌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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