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 대기업 직장인 재무설계

대기업 직장인 이현수(25ㆍ가명)씨는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재산이 없는 ‘흙수저’다. 그래서 스스로의 힘으로 집을 마련해야 하고, 결혼도 해야 한다. 그렇다고 다른 친구들처럼 ‘비혼’을 선택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 이씨가 재무목표를 뚜렷하게 세우고 지출을 통제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이씨의 비정기지출(월 평균 51만원) 수준이 과한 데다, 미래를 위해 가입한 적금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결혼 계획이 있다면 결혼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지출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결혼 계획이 있다면 결혼 이후에 발생할 수 있는 지출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수억원대 주택을 보유한 10~20대가 증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종합부동산세를 납부한 10~20대는 1872명으로 전년 대비 20.2% 증가했다. 경제활동을 하기 전이거나 사회초년생인 이들이 수억원대 주택을 보유한 건 부모의 대물림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대다수의 사회초년생들에겐 먼나라 얘기일 뿐이다.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현수(25ㆍ가명)씨에게도 ‘부모님 찬스’는 없다. 입사 2년차인 이씨는 취업 후 독립해서 경기도에 혼자 거주하고 있다. 현재 교제 중인 여자친구는 없지만 5년 내에 결혼을 계획하고 있다.

부모님에게 결혼자금을 빌릴 상황은 아니다. 형편이 비슷한 주위 친구들은 ‘비혼’을 선언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씨는 “결혼은 필수”라고 생각한다. 그는 “힘들게 번 돈을 자신이 아닌 가족을 위해 쓰고 싶지 않다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결혼 이후 주거비, 자녀양육비, 명절비용, 양가 부모님 용돈 등 평생에 걸쳐 나갈 돈이 워낙 많기 때문인 듯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혼인 계획은 결혼자금, 내집마련, 출산 및 육아비용 등 또 다른 책임을 부여한다. 20대 직장인의 재무설계의 경우, 결혼을 하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변수로 작용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씨의 재무목표는 단순했다. 첫번째 재무목표는 5년 안에 주택마련 자금 1억5000만원을 모으는 것, 단기적으로는 해외여행 비용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이씨는 “결혼한 회사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준비해야 할 게 한두가지가 아닌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막막하다”면서 재무설계를 신청했다.  


Q1 지출구조

이씨의 월소득은 340만원이다. 연간 상여금은 600만원가량이다. 소비성지출로는 통신비 10만원, 자기개발비 15만원, 주거생활비 10만원, 부모님용돈 20만원, 식비 30만원, 교통비 10만원, 문화생활비 12만원 등 107만원을 쓰고 있었다. 여기에 쇼핑비ㆍ경조사비ㆍ휴가비 등 비정기지출은 연간 610만원으로 월평균 51만원이었다. 비정기지출을 포함한 소비성지출은 이렇게 158만원이었다.

금융상품 가입내역은 단출했다. 1순위 재무목표인 주택자금과 2순위인 여행자금 마련 위해 매달 적금에 150만원을 붓고 있었다. 건강보험료(12만원), 주택청약종합저축(20만원), 자동차할부금(30만원) 등을 포함하면 총 212만원을 쓰고 있었다. 총 지출은 370만원으로 매달 30만원을 초과지출하는 셈이다. 초과지출분은 상여금으로 메우고 있었다. 정기예금 예치금은 2000만원가량이었다.


Q2 문제점

이씨의 가장 큰 문제점은 지출이 둘쭉날쭉하다는 점이었다. 매달 초과지출은 30만원이나 됐다. 초과지출을 메우느라 상여금 600만원도 제대로 모으지 못했다. ‘선저축 후소비’ 습관을 들여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대 직장인의 적정 저축비율은 월급의 50%가량이다. 이씨의 경우 월급의 44.1%가량인 150만원을 적금에 붓고 있었지만, 재무목표에 관계없이 하나의 가입한 게 문제였다. 저축에는 ‘소비를 위한 저축’과 ‘저축을 위한 저축’이 있다.

예컨대 ‘여행자금’을 위한 저축은 소비를 위한 저축에 속한다. ‘주택마련 자금’은 자산을 만들기 위한 ‘저축을 위한 저축’인 셈이다. 저축 비중이 높다고 안심할 게 아니라 무엇을 위해 돈을 모으고 있는가를 점검해야 하는 이유다. 결혼자금 마련 외에 결혼 후에 발생할 수 있는 지출에 전혀 대비하지 않고 있다는 점도 문제였다.


Q3 해결점

51만원에 달하는 비정기지출은 차츰 줄여나가고, 월급이 아닌 상여금에서 별도로 지출하도록 했다. 통장 예치금 2000만원 중 60만원으로 매달 30만원씩 나가던 자동차 할부금(잔여 2회)을 일시 상환했다. 남은 예치금 1940만원은 1년 만기 RP채권으로 옮겼다. 기존 2%대 저금리 예금 대비 금리가 좀 더 높았기 때문이다. 20만원씩 납입하던 주택청약종합저축은 2만원(20만원→2만원)으로 축소했다. 납입 금액보다 납입 횟수가 청약 당첨에 중요하기 때문이다.

재무목표에 관계없이 모으던 적금(150만원)은 해지했다. 이렇게 절약한 249만원 중 초과지출 30만원을 제외한 219만원으로 재무설계를 다시 했다. 2년 내에 필요한 여행자금 목적으로 비대면우대금리적금에, 5년 내에 필요한 주택자금 마련을 위해 세금우대저축에, 결혼 후 지출에 대비해 우대금리저축에 각각 50만원씩 가입했다. 화폐가치 하락이나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투자 상품에도 가입했다.

안정성을 중시하는 이씨의 성향을 고려해 투자형연금(20만원) 상품에 가입해 노후에 대비했다. 소득공제혜택이 있는 소득공제형펀드(30만원)에도 투자했다.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이벤트 비용에 대비해 적립식펀드에 10만원씩 모으도록 했다. 잉여자금 9만원은 통장에 남겨두기로 했다. 사회초년생 시절 하루라도 빨리 1만원이라도 더 모으는 것이 훗날 자산을 증식하는 데 유리하다. 저축을 하면 자산은 당연히 불어나고, 복리에 따른 누적수익으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이씨의 경우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 결혼과 노후에 대비했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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