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홑벌이의 눈물, 우린 복지 누릴 자격도 없는가
비자발적 홑벌이의 눈물, 우린 복지 누릴 자격도 없는가
  • 김정덕 기자
  • 호수 322
  • 승인 2019.01.15 0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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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vs 홑벌이 기계적 분류의 모순

맞벌이 가정 지원정책은 꾸준히 늘고 개선돼왔다. 경제활동을 하는 이들에게 좀 더 많은 혜택을 주겠다는 걸 딱히 뭐라 하긴 힘들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자발적으로 홑벌이를 택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결혼이나 출산으로 직장을 떠나거나 밀려난 여성이 재취업을 하는 건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다. 단지 홑벌이라는 사실만으로 다양한 혜택에서 배제해선 안 되는 이유다. 뭐가 문제일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비자발적 홑벌이의 눈물을 취재했다. 

맞벌이 가구를 위한 복지정책은 많다. 반면 홑벌이 가구는 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사진=연합뉴스]
맞벌이 가구를 위한 복지정책은 많다. 반면 홑벌이 가구는 정책결정과정에서 소외되는 경향이 있다.[사진=연합뉴스]

# 맞벌이 기영씨 부부 = 중견기업에 다니는 김기영(가명)씨는 올해로 결혼 6년차다. 슬하에 5살배기 아들을 둔 기영씨의 월급은 세전 기준 410만원이다. 김씨의 아내는 워킹맘으로 소규모 출판사에 다닌다. 아내의 월급은 180만원이다. 이들의 합산 급여는 600만원(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의 120%)이 넘지 않는다. 덕분에 2017년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짓는 대단지 아파트의 특별공급 대상 1순위로 청약을 넣어 운 좋게 당첨됐다. 

부부는 아들을 1살 때부터 가정어린이집에 보내다 아이가 4살이 되던 지난해부터 사립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다. 맞벌이 부부라서 그런지 입소도 순조로웠다. 아이는 종일반(12시간ㆍ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으로 등록했다. 지금과 같은 맞벌이 상황이 계속 유지된다면 유치원에 들어가서도 방과 후 과정인 돌봄서비스(오후 2시~5시)를 받고, 초등학교에서도 방과 후 과정인 돌봄교실(오후 3시~학교별로 최대 밤 10시까지)을 신청할 수 있다. 

# 홑벌이 정근씨 부부 = 기영씨와 동창인 이정근(가명)씨는 올해로 결혼 4년차다. 중소기업에 다니지만 벌이는 월 510만원으로 기영씨보다 훨씬 낫다. 하지만 홑벌이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비자발적 홑벌이다. 아내가 다니던 의류제조업체가 돌연 부도를 맞았기 때문이다. 

기영씨와 한 동네에 사는 정근씨도 SH공사의 특별공급을 신청하고 싶었지만, 소득 조건이 맞지 않아 못했다. 홑벌이 특별공급은 500만원 이하여야만 가능했다. 현재 살고 있는 전세에서 아기를 데리고 2년마다 이사를 다녀야 할 처지다. 기영씨가 집값이 올랐다고 좋아할 때마다 총소득이 더 적은 정근씨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올해 4살인 딸은 어린이집에도 겨우 들어갔다. 홑벌이라 순위가 계속 밀린 탓이었다. 간신히 입소를 했지만 맞춤반(오전 9시~오후 3시) 신청밖에 못했다. 15시간의 바우처가 지급되긴 하지만, 그걸 다 쓰면 돌봄비용은 오로지 개인 부담이다. 

물론 구직활동을 증명하면 맞벌이 대우를 받을 수는 있다. 하지만 내 능력을 발휘하면서 오래 일할 수 있는 일자리는 나이 때문에 배제되기 일쑤다. 눈높이를 낮춰보면 아르바이트들뿐이다. 결국 보여주기 위해 아무 곳에나 구직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게 썩 내키지 않는다. 이력서를 내기 위해 각 기업에 내 개인정보를 흘려야 하고, 내 이력서를 보고 연락이 와도 거짓말로 계속 거절을 해야 한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재취업 자체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미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의 ‘경력단절여성 현황’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15〜54세 기혼여성 가운데 경력단절여성은 1년 전보다 0.8%포인트, 기혼여성 중 경력단절여성의 비중은 20.5%로 0.5%포인트 늘었다. 그렇다고 아내의 꿈인 창업에 도전하는 것도 언감생심이다. 창업자금도 자금이지만 시장 상황이 여간 어렵지 않아서다. 

물론 모든 맞벌이가 종일반, 방과 후 돌봄 등의 혜택을 우선순위로 받을 수 있는 건 아니다. 일례로 초등학교 돌봄교실 같은 경우는 소득이 적어 교육비를 지원받는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이 우선이다. 맞벌이는 그 다음인데, 그중에서도 다자녀 가구나 다문화가정이 우선이다. 중요한 건 홑벌이 가정에겐 아예 기회조차 없다는 점이다. 

정근씨는 “벌이는 오히려 줄었는데, 어린이집 종일반을 신청하려면 맞벌이 가구는 내지 않는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서 “소득이 더 적은 가구에 부담을 전가하는 게 과연 상식적인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복지정책을 맞벌이를 위해 설계하다 보니 ‘비자발적’ 홑벌이는 사각지대에 놓였다는 얘기다.

올해부터 국세청이 일하는 이들에게 지급하는 근로장려금은 ‘기계적 설계’의 단점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근로장려금 지급 기준에 따르면 맞벌이의 경우, 부부합산 연간 총소득이 3600만원 미만(전년도 기준)이면 신청할 수 있다. 지급액은 300만원이다. 홑벌이의 경우엔 연간 총소득이 3000만원 미만이면 신청할 수 있고, 지급액은 260만원이다. 맞벌이든 홑벌이든 재산은 2억원 미만이어야 한다. 재산 책정 시 부채는 차감하지 않는다.

맞벌이든 홑벌이든 형평성 필요 

이를 전제로 남편이 연간 2800만원을 벌고, 아내가 아르바이트로 연간 700만원을 버는 맞벌이 가구를 설정해보자. 이 경우는 근로장려금을 받는 데 문제가 없다. 그런데 아내가 다니는 사업장이 문을 닫아 비자발적 실업자가 되면서 한해 벌이가 250만원에 불과했다고 치자. 이 경우 국세청은 이 가구를 맞벌이로 판단할까 홑벌이로 판단할까. 국세청 관계자는 “부부 중 적게 버는 사람의 연간 총소득이 300만원이 안 되면 무조건 홑벌이, 300만원 이상이라면 맞벌이로 규정한다”고 설명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해당 가정은 남편 총소득 2800만원에 아내 총소득 250만원을 더하면 총소득이 3050만원이다. 아내 총소득이 300만원 미만이니까 이들 가구는 홑벌이로 분류된다. 그리고 총소득 3050만원은 홑벌이 근로장려금 신청 조건인 ‘3000만원 미만’보다 많으니 대상에서 제외된다. 맞벌이에서 소득이 줄어든 것도 억울한데 근로장려금 수급 기회까지 사라지니 이중의 어려움을 겪을 게 뻔하다.

통계청의 ‘2016년 맞벌이 여부별 가계수지’에 따르면 맞벌이 이외 가구의 소득은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전년보다 0.6% 줄었다. 반면 맞벌이 가구 소득은 2.7% 늘었다. 홑벌이 가구가 경제적으로 더 힘들 수도 있다는 방증이다. 형평성 논란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이 문제는 여성의 출산, 밀려남, 재취업, 경단녀 등과 얽혀있다.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돼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현실에선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경우가 많다. 휴직을 끝내고 복귀를 해도 그간 달라진 회사 내부 상황은 모두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동료들조차 제대로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렇다고 재취업이 쉬운 것도 아니다. 나이 들고, 아이도 있는 상황에서 그만두면 갈 수 있는 곳은 거의 없다. 

이정우 인제대(사회복지학) 교수는 “사회보장제도들을 행정적 편의에 맞춰서 무 자르듯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복지서비스를 받는 국민들의 입장은 사람들마다 다른 만큼 다양한 상황을 엮어서 다양한 제도를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두 가지 제도만으로 형평성을 다 잡을 수는 없으니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상황에 따라 다양한 제도를 둬야 한다는 얘기다.

이 교수는 “수급자들이 명확히 구분되게끔 제도적인 뒷받침을 해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예컨대 독일은 부부합산 과세를 매긴다. 남편소득이 많은 상황에서 아내까지 일을 하면 세금이 너무 많이 불어나니까 자연히 외벌이가 된다. 반면 저소득 가정은 아직 더 벌어도 세금이 적으니까 맞벌이 하게 된다. 스웨덴은 완전한 부부별산 과세다. 각자가 돈을 많이 벌어도 배우자에게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니 대부분의 여성들이 노동시장에 유입된다.” 세제를 건드려 복지정책 적용 판단 기준을 만든 셈이다. 이 교수는 “결국은 수급자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김정덕 더스쿠프 기자 juckys@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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