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배워라” 외신 찬사… 속 모르는 소리 

올해 글로벌 경제의 최대 화두는 ‘차이나 리스크’다. 애플이 이 여파로 먼저 휘청거렸다. 외신들의 시선은 경쟁사인 삼성전자로 쏠렸고, 다음과 같은 평가가 쏟아졌다. “삼성전자는 중국 의존도를 낮추고 신흥국을 공략했다. 애플도 이런 전략을 본받아야 한다.” 찬사를 받은 건 긍정적이지만 어찌 보면 속 모르는 소리일 수도 있다. 삼성전자 역시 스마트폰을 제외하면 ‘차이나 리스크’에 시달릴 공산이 크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삼성전자와 차이나 리스크의 상관관계를 분석해봤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고 삼성전자가 차이나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다.[사진=뉴시스]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다고 삼성전자가 차이나 리스크로부터 자유로운 건 아니다.[사진=뉴시스]

2019년이 열린 직후 국제금융시장이 출렁였다. 3일 미국 나스닥지수가 3% 이상 급락했고 4일엔 일본 닛케이지수가 비슷한 수준의 낙폭을 기록했다. ‘차이나 리스크(중국 시장 실적 부진)’에 시달리던 애플이 지난해 10~12월 실적 전망치를 대폭 하향 조정한 탓이었다. 글로벌 대장주로 승승장구하던 애플이 매출 전망치를 낮춘 건 15년 만에 처음이었다. 애플의 3일 주식 가치는 전일 대비 7.5% 폭락해 시가총액이 순식간에 550억 달러(약 62조원)나 증발했다. 

이때쯤 외신들은 흥미로운 이슈를 보도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애플은 주의하라, 중국에서의 삼성의 하락은 가팔랐다(Apple beware: Samsung’s great fall in china was swift)”는 제하의 기사를 보자.

“애플이 중국에서 발을 헛디딘 건 경쟁사인 삼성전자에는 익숙한 이야기다. 5년 전 중국 시장에서 팔리는 스마트폰 5대 중 1대는 삼성전자 제품이었다. 하지만 지금 시장점유율은 1% 미만에 불과하다. … 이 사례는 글로벌 스마트폰 기업들에 교훈의 메시지를 제공한다. … 삼성전자는 최근 스마트폰 전략을 수정했다. 인도 등 신흥시장에 투입하고 있는 중저가 스마트폰에 최신형 하드웨어를 투입하고 있다. 또한 7억 달러를 들여 인도에 세계 최대 규모의 스마트폰 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CNBC는 ‘애플의 최대 라이벌인 삼성이 중국 경기 침체로 큰 타격을 입지 않을 것 같은 이유(Why Apple’s big rival Samsung likely wouldn’t take a major hit from a chinese economic slowdown)’ 제하의 기사에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담았다.

“애플의 중국 내 매출 비중이 15%인데 비해 삼성전자의 중국 매출 비중은 1% 미만이다. 중국의 급격한 경기 둔화에도 삼성전자는 선방할 수 있는 이유다. 더구나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차질을 빚고 있어 오히려 삼성전자가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제목은 다르지만 두 기사의 초점은 같다. 삼성전자가 중국 경기둔화에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거란 거다. 중국 의존도가 낮다는 게 이유다. 특히 중국 시장에서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경쟁력은 퇴출에 가까울 정도로 약해진 상태다. 2014년까지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1위를 지켰지만, 화웨이ㆍ오포ㆍ샤오미 등 현지 업체에 밀려 현재는 0.7% 점유율로 10위권 밖 브랜드가 됐다. 얼마 전엔 텐진天津의 스마트폰 공장 가동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애플은 삼성 보고 배워라”

가전의 상황도 비슷하다.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중국 TV시장 점유율은 2014년 9.3%에서 8.0%(2015년)→7.0%(2016년)→5.1%(2017년)로 매년 하락하고 있다. 이 역시 중국 로컬기업에 점유율을 내준 결과다. 중국 내 가전제품 판매를 총괄하는 삼성차이나인베스트먼트(SCIC)는 수년간 실적이 악화한 끝에 지난해 1분기 순손실 8억원을 기록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삼성전자는 일찍부터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ㆍTHAAD) 배치 이슈’ ‘갤럭시노트7 발화 사건’ 등으로 중국 시장에서 타격을 입었다. 이후 전 세계를 상대로 확장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인도 등 신흥국 공략을 본격화하 것도 그 무렵이다. 덕분에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선 6년째 1위를 지켜왔고, TV 시장에선 8년 넘게 1위를 수성했다.

최근 들어 중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더구나 중국 시장을 기반으로 성장한 화웨이ㆍ오포ㆍ샤오미의 성장세 역시 이전만큼 가팔라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러나 저러나 삼성전자로선 엄청난 기회가 아닐 수 없다. 외신들이 삼성전자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본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반론을 펴는 전문가들도 많다. 박유악 키움증권 애널리스트의 말을 들어보자. “중국 시장 의존도가 낮은 건 스마트폰에만 국한해서 나온 얘기다. 삼성전자 반도체 구매의 큰손이 바로 중국 IT 업체들이다.” 스마트폰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으로 삼성전자의 미래를 예측해보면 ‘차이나 리스크’의 범주에 속해있다는 얘기다. 지나치게 비관적인 전망은 아닐까. 

먼저 삼성전자의 지역별 매출을 보자. 중국향向 매출은 매년 증가세다. 2015년(31조원), 2016년(35조6000억원), 2017년(38조3000억원)으로 2년 새 23.5%나 증가했다. 스마트폰과 가전의 점유율이 급락할 때 ‘반도체’가 중국 시장을 휩쓴 덕분이다. 삼성전자 전체 매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16%나 된다. 

문제는 여기서 기인한다. 반도체가 꺾이는 순간 삼성전자에 ‘차이라 리스크’가 불어닥칠 가능성이 높은데, 상황이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중국 제조업 관련 지표의 둔화가 걱정이다. 지난해 12월 중국 경기 전반을 보여주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기준선인 50 밑으로 떨어졌고, 중국의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 10월 15.6%에서 11월에는 5.4%로 대폭 축소됐다. ‘중국 수출절벽→중국 제조업 타격→삼성전자 반도체 수출 감소’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중국 정부의 노골적인 견제 움직임도 골칫거리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5월부터 주요 D램 업체의 중국 내 매출거래를 두고 중국 반독점법을 위반한 게 아닌지 조사 중이다.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ㆍ마이크론 3개 회사가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끼워팔기 등을 했다며 8조원이 넘는 벌금 부과 카드도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 업체들의 추격도 삼성전자에는 찜찜한 변수다.

삼성의 차이나 리스크 현재진행형 

실제로 “삼성전자는 괜찮을 것”이란 외신 평가 이후 발표된 삼성전자의 4분기 실적은 의외였다. 매출 59조원, 영업이익 10조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각각 10.6%, 28.7% 줄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예상치를 대폭 밑돈 어닝쇼크다. 삼성전자의 4분기 예상치는 매출 63조554억원, 영업이익 13조2670억원이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실적부진의 원인이 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의 급락엔 중국 경기 침체 영향도 있다”면서 “중국 시장의 소비 둔화로 글로벌 수요업체들이 재고를 줄이고, 반도체 굴기에 주력하는 중국의 자급도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차이나 리스크는 애플만 무서운 게 아니다. 삼성도 무섭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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