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아이러니] 공시생 늘었는데 노량진은 죽었다
[노량진 아이러니] 공시생 늘었는데 노량진은 죽었다
  • 강서구 기자
  • 호수 322
  • 승인 2019.01.16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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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탓에 공시생 늘어
공시촌은 도리어 한산
역설에 우는 노량진

공무원시험(공시公試)을 준비하는 수험생의 수는 대략 44만명에 달한다. 당연히 공무원 학원 1번가인 노량진에 사람이 넘쳐나야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경기침체에 주머니 사정이 나빠진 공시생이 비교적 저렴한 인터넷강의로 발길을 돌리고 있어서다. 경기침체가 부른 노량진의 아이러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역설에 우는 노량진의 묘한 현주소를 취재했다. 

수강료 부담을 느낀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인터넷강의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수강료 부담을 느낀 공무원시험 준비생이 인터넷강의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사진=뉴시스]

노량진 공무원 학원가에는 ‘노트줄’이라는 문화가 있다. 노트에 번호를 적어 강의실 문앞 바닥에 둔다. 강의실 입장 순서를 정한 일종의 번호표와 같은 것이다. 조금이라도 좋은 자리에서 강의를 듣기 위해 공시생들이 만든 경쟁의 산물인 셈이다. 얼마 전까지만 노량진 공무원학원 강의실 앞에는 긴 노트줄이 이어졌다. 그랬던 노트줄 문화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스타 강사를 뜻하는 ‘1타 강사’의 강의가 아니면 노트줄이 예전처럼 길게 늘어서지 않아서다. 1월 2일 노량진 1타 강사의 강의실(500명 규모)에서도 빈자리가 듬성듬성 보일 정도였다. 이런 변화를 이끈 건 인터넷강의(인강)의 활성화다. 학원에서 직접 강의를 듣는 것보다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이용해 강의를 듣는 공시생이 늘었다는 얘기다. 인강 수요가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우선 이러닝(e-learning) 산업의 성장세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이 발표한 ‘2017 이러닝 산업실태 조사’에 따르면 이러닝 산업의 규모는 2007년 1조7270억원에서 2017년 3조6991억원으로 10년 사이 두배가 됐다. 또 다른 요인은 경기침체다. 노량진 공시생이 매월 사용하는 생활비는 수험생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월 100만~150만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올해 9급 공무원의 초봉이 159만원이라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이다. 

상황이 이쯤되니 경기침체는 공시생의 생활비 부담을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공시公試 합격자의 70.6%가 ‘수험기간 가족 등의 지원을 통해 생활비를 조달했다’는 설문조사(이재정 민주당 의원실·2017년) 결과는 이를 잘 보여주는 통계자료다. 공시 준비생이 44만명(공무원시험준비생 규모 추정 및 실태에 관한 연구 추정치 기준·2018년)에 달함에도 노량진을 찾는 공시생이 줄어든 이유가 여기에 있다.

1타 강사 강의실도 ‘듬성듬성’

노량진에서 공인중개소를 운영하는 전진수(46·가명)씨는 “3~4년 전과 비교하면 학생 수가 크게 줄었다”며 “1월과 7월이 사람이 가장 붐비는 시즌이지만 고시원과 고시텔의 빈방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량진을 찾는 수험생이 줄면서 인근 상권도 침체하고 있다”며 “인강 확대와 학생 수 감소의 영향으로 노량진이 예전처럼 활기를 띠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공시생은 느는데, 노량진은 침체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부른 아이러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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