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갚아야 할 대출금이 많다면 상환 계획을 잘 세워야 한다. 상환 시기를 너무 길게 잡으면 만기 시 큰 부담이 되고, 짧게 잡으면 하루하루가 고달파질 수 있어서다. 투자상품을 이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방법도 고민해봐야 한다.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효과적으로 대출금 갚는 법을 소개한다. ‘실전재테크 Lab’ 21편 마지막 이야기다.

대출금 규모가 클 경우 단기·장기 상환방법을 모두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사진=아이클릭아트]
대출금 규모가 클 경우 단기·장기 상환방법을 모두 활용하는 게 유리하다.[사진=아이클릭아트]

지난해 임정혁(40·가명)·한미희(38·가명) 부부는 신축 아파트 분양권을 매입했다. 가격은 7000만원. 모아둔 돈이 2000만원밖에 없었던 부부는 마이너스 대출(5000만원·연이율 3.1%)을 받았는데, 이미 8000만원 마이너스 대출(연 이율 4.0%)을 받은 상태였다.

부부는 주변의 소문만 믿고 돈을 빌려 투자하곤 했다. 임씨가 주식을 살 때도 그랬다. 3개월 전 친구의 권유로 빚(신용대출 5000만원·연이율 2.7%)을 내 바이오주 5000만원어치를 샀다. 이런 투자방식으로 돈을 벌었으면 그나마 다행인데, 손해만 보고 말았다. 임씨가 매입한 바이오주의 현재 가치는 3320만원까지 떨어졌고, 그사이 임씨 부부의 대출금은 총 1억8000만원으로 불어났다.


부부는 1월 내 새 아파트로 입주할 예정이다. 그러려면 또한번 대출의 힘을 빌려야 한다. 현재 아파트의 전세금(4억2000만원)을 활용해도 새 아파트 분양가(5억3500만원)를 내려면 1억1500만원이 부족하다. 부부가 재무상담을 신청한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부부는 대출금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갚을 수 있을지 고민했다.

임씨 부부의 월소득은 490만원(남편 470만원·육아수당 20만원)이다. 대출금을 갚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씀씀이가 예상을 뛰어넘었다. 부부는 소비성지출(414만원)·비정기지출(70만원)·금융성상품(12만원) 등 총 496만원을 쓰고 6만원 적자를 내고 있었다.

다행히 부부는 지난 1차·2차 상담에서 지출 다이어트로 소비습관을 확 바꾸는 데 성공했다. 외식 횟수를 줄이고, 불필요한 보험을 과감하게 해지했다. 남편 한씨는 술·담배도 끊었다. 그 결과, 부부는 123만원의 잉여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잉여자금을 분배하기에 앞서 부부가 알아둬야 할 게 있다. 효과적인 통장관리법이다. 부부는 소비성지출과 비정기지출을 하나의 급여통장으로 관리하고 있었다. 이래서는 돈을 예상보다 많이 썼는지, 적게 썼는지 가늠하기 어렵다. 상여금이 들어와도 어디에 썼는지 확인이 불가능하다. 필자는 남편의 상여금 통장을 따로 만들어 비정기 지출용으로 사용하라고 권했다. 지출용도별로 통장을 만들어 두면 지출을 한눈에 파악하기 쉬워진다.

이제 본격적으로 잉여자금을 분배해 보자. 기존의 청약통장 중 임씨 명의로 된 통장(월 10만원)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분양권 매입으로 특별공급이나 공공분양에 당첨될 확률은 크게 낮아졌지만, 새로운 민영아파트로 이사를 갈 경우 청약통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자녀 이름의 청약저축(월 2만원)은 해지했다. 자녀에게 목돈을 마련해주기 위해 가입한 것인데, 미성년자 청약통장은 목돈을 만들어주기에 적합하지 않다. 비과세나 소득공제가 되지 않을뿐더러 미성년일 때 가입했다고 해서 별도의 청약 가산점이 있는 것도 아니다.


자녀가 돈을 찾아 쓰는 시점은 지금으로부터 15~20년 뒤다. 따라서 물가상승률을 상회하거나 과세를 줄여주는 상품으로 준비하는 게 현명하다. 자녀 명의로 월 20만원짜리 연금보험에 가입한 건 이런 이유에서다. 연금보험은 나중에 자녀의 학자금을 내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다음은 대출상환용 저축이다. 일단 대출금을 갚을 타이밍을 고민해야 한다. 대출상환 기간을 30년으로 설정할 경우, 남편이 은퇴한 뒤에도 대출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렇다고 기간을 지나치게 짧게 잡으면 상환 규모가 커져 부부의 생활이 버거워진다. 어떤 상품에 가입할 건지도 꼼꼼히 따져야 한다. 부부가 대출 외에 양육비·교육비·노후 준비 등 여러 재무 이벤트를 앞두고 있어서다. 이율이 낮은 금리형 상품으로만 대출상환을 준비하면 다른 재무 이벤트를 감당하기 어려워진다.

필자는 부부에게 두가지 방식으로 대출 상환을 준비하라고 권유했다. 방법은 이렇다. 수시로 대출금 변제가 가능한 금리형 상품, 장기간 불입해 목돈을 만들 수 있는 투자형 상품에 각각 가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단기·장기플랜을 모두 짤 수 있다. 금리형 상품보다 수익성이 높은 펀드형 상품을 이용해 돈을 효과적으로 불리는 것도 가능하다.

부부는 월 50만원을 은행 저축에, 30만원을 적립식 펀드에 불입하기로 했다. 은행 저축은 아내 한씨의 명의로 가입, 여성우대 금리를 적용 받았다. 저축한 돈은 1년에 한번씩 부채를 상환하는 데 쓸 예정이다. 40대에 접어드는 부부의 나이대도 고려했다. 적립식 펀드에 투자한 30만원 중 60%(18만원)는 안정성이 높은 채권형 펀드에, 나머지 40%(12만원)는 수익성이 높은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다.

연금보험(30만원)에도 가입했다. 노후 대비는 빠를수록 좋다. 연금보험은 보험사의 경험생명표(보험 가입자들의 연령별 사망률을 조사한 통계표)를 토대로 수령액이 산출되는데, 일찍 연금에 가입할수록 더 많은 연금액을 수령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저사업비 변액연금에 가입하는 것을 추천했다. 안정적인 수익률을 위해 시장현황에 따라 채권·주식 비중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상품으로 선택했다.

남은 3만원은 비상금 통장에 저축하기로 했다. 대출 상환비용이 부족하거나 가족·친척의 병원비가 필요할 때를 대비하기 위해서다. 지난 상담에서 보험을 해지하고 받은 환급금(122만원)도 여기에 저축했다. 임씨의 연말 보너스나 성과급도 비상금 통장에 모으기로 한 만큼 시간이 지나면 든든한 버팀목이 될 것이다.

이렇게 3차례에 걸친 재무상담이 모두 끝났다. 임씨 부부는 잉여자금 123만원을 대출금 상환(80만원), 자녀 교육비(10만원), 노후 준비(30만원), 비상금(3만원) 등에 알뜰하게 분배했다. 이제 부부에겐 새로운 소비습관에 잘 적응하는 일만 남았다. 무엇보다 남편 임씨의 금연과 절주가 절실하다. 상담 때 보였던 부부의 열의가 올해에도 계속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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