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한 언더코팅 규제

자동차 도장과 언더코팅의 차이점을 아는가. 도장은 페인트ㆍ분무기 등으로 자동차를 도색하는 걸 말한다. 언더코팅은 자동차 소유자가 차량의 정숙성을 유지하고 소음을 줄이기 위해 차량 바닥에 코팅을 하는 것을 의미한다. 언뜻 비슷한 유형의 작업으로 보이지만 둘은 완전히 다르다. 도장의 재료는 비산飛散(날아서 흩어짐)의 특성이 강하지만 언더코팅은 그렇지 않다. 그런데 정부는 둘은 같은 방식으로 규제하려 한다.

도장과 언더코팅처럼 비슷해 보인다고 똑같은 규제를 해선 안 된다. 사진은 작업자가 차량 도장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도장과 언더코팅처럼 비슷해 보인다고 똑같은 규제를 해선 안 된다. 사진은 작업자가 차량 도장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뉴시스]

중소 자동차 애프터서비스(AS) 기업들이 ‘고난의 시절’을 보내고 있다. 자동차의 내구성이 좋아지고 자동차 메이커들의 무상 AS가 활성화된 여파다. 대기업이 AS 시장에 진출한 것도 사양길을 더 뚜렷하게 만들고 있다. 

자동차 애프터마켓은 작은 시장이 아니다. 정비에서부터 중고차ㆍ튜닝ㆍ보험ㆍ리스ㆍ렌트ㆍ리사이클링 등 범위가 다양한 데다 규모도 150조원에 이른다. 문제는 이런 자동차 애프터마켓이 작은 기업들은 버티기 힘든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대기업들이 큰돈을 노리고 뛰어들고 있으니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만 마냥 지켜볼 일도 아니다. 중소 정비업체의 생존권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가장 고민이 많은 곳은 ‘카센터’라고 불리는 전문 정비업계다. 무엇보다 법과 제도가 규제 일변도다. 설상가상으로 대기업들은 정비업계에 문어발식으로 진출하고 있다. 친환경차가 보급되고 있는 것도 카센터에 유리하지 않다. 작은 정비업체라도 환경적 규제를 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작은 정비업체들은 또다른 난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환경을 위한답시고 법과 제도를 무리하게 적용하는 예가 숱하게 많아서다. 대표적인 분야가 ‘언더코팅’이다. 언더코팅은 자동차 소유자가 차량의 정숙성을 유지하고 소음을 줄이기 위해 차량 바닥에 코팅을 하는 것이다. 이를테면 자동차 소유자의 니즈에 맞춰주는 ‘자동차 튜닝’의 일종이다. 

그럼에도 정부 일선 부서에선 언더코팅을 자동차 도장과 같은 작업으로 판단한다. 언더코팅과 도장에 같은 환경적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시선이 많다는 거다. [※ 참고: 도장은 자동차 페인트 표면의 흠집을 없애기 위해 도색하는 것을 말한다.] 도장과 언더코팅을 구분할 수 있는 정확한 법적 기준이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장의 범위를 정리하고, 언더코팅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조금 전문적인 이야기를 쉽게 풀어보자. 우선 도장의 환경적 영향은 재료의 ‘비산飛散 특성’을 고려해 정의해야 한다. 일반 도장 재료는 비산되는 특성이 강해서 환경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연히 폐쇄된 공간에서 도장 작업을 해야 하고, 그 공간엔 ‘정화장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언더코팅의 재료는 다르다. 비산 특성이 없어 환경적 문제도 찾기 어렵다. 언더코팅을 폐쇄된 공간에서 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 리프트로 차를 끌어올린 다음에 그 밑에서 언더코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도장과 특성이 다른 언더코팅의 법적 정의를 다시 설정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참에 ‘언더코팅’의 용어도 바꾸는 게 어떨까 한다. 도장과 완전히 구분될 수 있도록 ‘친환경 방음ㆍ방청작업’쯤이면 적절할 듯하다. 

앞서 언급했듯 자동차 애프터마켓의 규모는 점점 커질 것이다. 친환경차, 스마트카 등 기술력이 뛰어난 차세대 자동차가 늘어나면 애프터마켓은 더욱 활력을 띨 것이다. 문제는 애프터마켓을 어떻게 규제하느냐댜. 도장과 언더코팅처럼 ‘비슷해 보이면 규제’하는 방식은 좋지 않다. 규제도 똑똑해져야 한다. 멍청한 규제가 그나마 남은 작은 먹을거리를 밟는 사례가 반복되지 않기를 희망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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