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BOOK Review 경기장을 뛰쳐나온 인문학] 축구 경기장서 계층을 뻥 차다
[Weekly BOOK Review 경기장을 뛰쳐나온 인문학] 축구 경기장서 계층을 뻥 차다
  • 이지원 기자
  • 호수 323
  • 승인 2019.01.21 0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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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로 거침없이 세상을 읽다
저자는 EPL의 승강제를 통해 계층이동을 설명하면서 스포츠와 사회학과의 연결을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저자는 EPL의 승강제를 통해 계층이동을 설명하면서 스포츠와 사회학과의 연결을 꾀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인문학은 인간의 언어ㆍ문학ㆍ역사ㆍ철학을 탐구하는 학문이다.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이 인문학과 관련 있음은 당연지사다. 스포츠는 오로지 인간에 의해서만 이뤄지는 활동이다. 인공지능(AI)이 보편화돼도 AI 로봇이 그라운드를 누비는 운동경기에 열광할 대중은 없을 것이다. 오롯이 인간의 영역인 스포츠와 인간의 근원을 기조로 한 인문학을 연결해 탐구하려는 노력은 꽤 흥미로운 도전이다.

우리말과 문학은 물론 창의성ㆍ인성ㆍ진로ㆍ융복합ㆍ케이팝 등으로 관심 영역을 넓혀 온 저자 공규택이 이번엔 인문학에 ‘스포츠’라는 키워드를 더했다. 「경기장을 뛰쳐나온 인문학」은 경기 규칙, 경기 진행 방식, 프로스포츠 시스템 등 스포츠의 다양한 면과 인문학을 엮어 흥미로운 이야기로 풀어낸다.

스포츠는 정치ㆍ경제ㆍ역사외교 등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스포츠행정ㆍ스포츠심리ㆍ스포츠과학ㆍ스포츠외교ㆍ스포츠산업ㆍ스포츠문화…. 이렇듯 스포츠는 단순히 보고 즐기는 대상에서 벗어나 세상의 다른 영역들과 교감하며 영향력을 주고받아 왔다.

저자는 축구ㆍ야구ㆍ농구ㆍ테니스ㆍ스피드스케이팅 등 다양한 운동경기에서 인문학을 찾아낸다. 스포츠를 철학ㆍ윤리학ㆍ사회학ㆍ심리학 등의 영역으로 확장하며 탐구한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의 승강제에서 ‘계층 이동’을 논하며 사회학과 연결하고, 시카고 컵스와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 내린 저주를 심리학의 ‘귀인 이론’과 관련지어 이야기한다.

박지성(7ㆍ13번)ㆍ차범근(11번)ㆍ베컴(7번)ㆍ박찬호(61번)의 등번호에 얽힌 소수素數의 비밀을 수학에 빗대어 논하고, 히잡을 쓴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보며 ‘여성의 권리’와 ‘문화 다양성’을 언급한다. 이 외에도 사회적 자본, 제노포비아, 공정 경쟁, 친환경적 사고, 폭력의 정당성 등 우리 시대를 관통하는 24개의 인문학 키워드를 스포츠 현상 속에서 짚어 낸다.

이 책에는 시공간을 넘나드는 스포츠 이야기로 가득하다. 1936년 일장기를 가슴에 품고 달린 마라토너 손기정의 사연과 1945년 염소를 끌고 시카고 컵스 홈구장에 들어온 윌리엄 시아니스의 저주,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빛냈던 이상화ㆍ고다이라 선수의 스포츠맨십까지 화제의 스포츠 명장면과 경기 이야기를 담고 있다. QR 코드를 통해 간편하게 경기 영상을 볼 수 있는 것은 또 하나의 재미다.

이 책은 스포츠의 특성을 예측 불가능ㆍ규칙ㆍ데이터ㆍ사람ㆍ사회 이렇게 다섯가지 영역으로 나눠 인문학과 연결한다. 한치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스포츠는 늘 새로운 일이 벌어지는 세상과, 모든 운동경기에 반드시 존재하는 규칙은 공정한 규칙을 요구하는 사회와 연결해 설명한다.

정확한 데이터가 요구되는 스포츠의 특징을 살펴 숫자와 데이터가 가진 진실을 이야기하고, 스포츠를 통해 사람을 탐구하고 세상을 향한 통찰을 시도한다. 
스포츠를 즐기듯 누구나 인문학을 쉽고 재밌게 즐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집필했다는 저자는 “스포츠의 대중적 영향력이 인문학에까지 미치기를 바란다”며 소감을 밝혔다.

세 가지 스토리

「예술가들이 사랑한 날씨」

알렉산드라 해리스 지음 | 펄북스 펴냄

우리는 매일 날씨를 경험한다. 날씨는 그 영향력 아래에 있는 모든 사람이 공유하기에 우리를 하나로 엮어주는  강력한 끈이다. 하지만 체감하는 느낌은 각자 다르다. 이 책은 날씨를 대하는 예술가들의 각양각색의 태도와 그것이 작품에 미친 영향을 흥미롭게 소개한다. 예컨대 「걸리버 여행기」의 저자 조너선 스위프트는 1713년 ‘Bloody cold(얼어 죽겠다)’라는 표현을 처음 사용했다는 것 등이다.

「마취의 시대」
로랑 드 쉬테르 지음 | 루아크 펴냄

마취제의 발명은 인류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혁신이다. 마취제가 발명되기 전까지  통증은 어떤 의사도 극복할 수 없는 장애물이었다. 이 책은 마취제의 발명 일화로 시작한다. 육체적인 마취뿐만 아니라 정신의 마취, 군중을 잠재우는 정치적 마취로 이야기를 확장해나간다. 저자는 집단이 만들어내는 긍정적 광기와 인간 고유의 존재를 ‘마취’를 통해 차단하려는 이 시대는 ‘마취의 시대’라고 꼬집는다.

「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
임상철 지음 | 생각의 힘 펴냄


“안녕하세요. 홍대입구역 3번 출구 빅이슈 판매원입니다.” 인력 사무소에서 매일 다른 일을 받고, 하루 또는 한달  노임으로 그날, 그달의 잠자리를 해결하며 18년을 살아온 저자는 홈리스의 자활을 돕는 빅이슈의 문을 두드린다. 잡지만 파는 건 무언가 부족하다고 느낀 저자는 자신의 삶에 담긴 이야기를 적고 그려 잡지 뒷면에 넣는다. 그가 A4용지에 써내려간 담담한 고백들을 엮었다. 
이지은 더스쿠프 기자 suujuu@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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