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2월~2018년 11월 반도체 가격 분석해보니 …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반도체 고점론에 업계가 반박에 나섰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이제부터 진짜 실력”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반도체 업황을 대변하는 반도체 가격 급락에도 “수요가 늘면 다시 가격이 오를 것”이라는 설명이다. 진실은 뭘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반도체 가격 24개월치를 분석해봤다. 상승일로를 걷다가 지난해 10월 꺾인 가격 지표는 해가 바뀌어도 반등할 기미가 없다. 위기의 전조다.

지난해 최고의 한해를 보낸 국내 반도체 산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최고의 한해를 보낸 국내 반도체 산업에 빨간불이 들어왔다.[사진=연합뉴스]

“메모리 반도체 잔치는 끝났다.” 최근 수년간 초호황을 누리던 반도체 시장에 위기론이 감돌고 있다. 근거는 반도체 가격이다. 지난해 10월, D램(PC용 8Gb)의 평균 고정거래가격이 7.31달러로 9월보다 10.74% 폭락했던 영향이 컸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하락한 건 2016년 5월 이후 2년 5개월 만이다. 업황도 좋지 않다. 미중 무역전쟁으로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반도체 수요가 가파르게 줄고 있다. 

특히 D램 가격을 끌어올린 서버업체들은 투자 물량을 줄이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정부는 ‘반도체 굴기’를 서두르고 있다.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기업들이 메모리 반도체 양산에 본격 들어가면, D램 고정거래가격의 하락 기울기는 더 가팔라질 게 뻔하다. ‘반도체 고점론’을 경고하는 보고서가 쏟아지는 건 이런 복합적 요인 때문이다.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8월 반도체주 투자전망을 ‘중립(in-line)’에서 ‘주의(cautious)’로 하향 조정했다. JP모건은 “D램 시장의 기록적인 호황도 2018년 4분기가 끝”이라고 전망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비슷한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반도체 업황을 지지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서버용 D램 시장에도 노란불이 켜졌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버팀목이다. 지난해 한국 정보통신기술(ICT) 수출액이 역대 최대치(2204억 달러)를 찍은 건 순전히 반도체 덕이다. 반도체 수출액은 1281억 달러로 전체 수출액 비중의 절반 이상(58.1%)을 차지했다. 수출액 1200억 달러를 돌파한 것도 단일 품목 최초의 기록이다.

반도체 위기론이 심상치 않게 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럼에도 국내 반도체 업계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업계 관계자는 “산업이 ‘초호황’에서 ‘호황’으로 넘어가는 과정일 뿐”이라면서 “중국과는 기술 격차가 상당히 벌어져 있어 시장이 갑자기 흔들리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 타운홀 미팅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말은 업계의 분위기를 잘 보여준다. 이 부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반도체 경기를 우려하자 이렇게 답했다. “좋지는 않습니다만, 이제 진짜 실력이 나오는 거죠.”

그렇다면 ‘꺾일 것’이라는 우려와 ‘괜찮다’는 낙관, 어느 쪽이 사실에 가까울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의 반도체 가격 추이를 살펴봤다. 어찌 됐든 반도체 산업의 경기 변동을 좌우하는 건 수급인데, 가격은 이를 가장 잘 나타내는 지표기 때문이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1Gb당 평균가격 추이가 가파른 상승 기울기를 보인 건 2017년 1월이다. 각각 33.3%, 8.7% 증가했다. 이후 중간중간 숨고르기 과정을 거치기도 했지만, 한번 상승세를 타면 기울기가 상당히 가팔랐다. 2016년 12월 0.56달러였던 D램의 가격은 지난해 9월 1.07달러까지 치솟았다.

반도체 수요 급감

공교롭게도 반도체 가격의 상승세와 삼성전자ㆍSK하이닉스의 호실적이 맞물린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영업이익률은 반도체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던 2017년 3분기 50%를 넘어섰고, 지난해 1분기엔 55.6%로 최고점을 찍었다. 1.07달러까지 치솟았던 지난해 3분기에도 영업이익률 55.1%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률 역시 지난해 1분기 50.1%를 돌입해 2분기(53.7%) 3분기(56.69%) 연속 상승했다.

이런 가격 상승세는 지난해 10월을 기점으로 꺾였다. PC용 D램이 전월 대비(이하 기준) -10.2%로 가장 낙폭이 컸고, 서버용 D램(-6.2%) 모바일용 D램(-1.4%)의 상승세도 꺾였다. 11월에도 PC용 D램과 서버용 D램은 각각 2.4%, 2.9%씩 빠졌다. 반도체 시황 전문 분석업체인 디램익스체인지는 올해 1월에만 D램 가격이 10% 이상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재고가 넘치고 수요가 부진한 가운데 세계 경기 전망도 나빠 가격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가 산출하는 DXI(전세계 메모리 반도체 제품의 가격 및 생산량 추이를 종합 계산한 지표)를 보면 더 심각하다. 지난해 9월 26일 2만7975포인트로 정점을 찍고는 12월 6일엔 2만6617포인트까지 내려앉았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증권사 전망치 평균을 한참 밑돈 4분기(10~12월)와 일치하는 기간이다. 이 지수는 1월 16일 현재 2만6160포인트에 불과하다. 올해 들어서는 전일 대비 수치를 반등시킨 적도 없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연구원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반도체가 괜찮은 수준으로 전망됐는데 가격 하락세가 생각보다 가파른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추이를 분석해보면 반도체의 가격은 실적과 연동됐다. 가격이 떨어지는 현 상황을 낙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 반도체 산업은 또다시 우려 앞에 섰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저작권자 © 더스쿠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