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는 통합마인드 가져야

선민의식은 편가르기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평가가 극단적인 이유다. [사진=뉴시스]
선민의식은 편가르기로 이어진다. 문재인 정부를 향한 평가가 극단적인 이유다. [사진=뉴시스]

박근혜 정권 말기 촛불시위와 탄핵으로 대통령 업무가 중단됐을 때 국내외에서 위기설이 비등했다. 특히 경제가 망가질까 노심초사했다. 기우였다. 박근혜 정부는 세계 평균치에는 못 미치지만 2.9%의 경제성장률(세계 평균 대비 -0.1%)을 기록했다. 박근혜 정부는 정치적으로는 파산선고를 받았지만 후임 정권에는 꽤 괜찮은 금고를 넘겨준 셈이다.

공교롭게도 일자리정부와 공정경제를 내세우는 문재인 정권도 집권 3년차에 들면서 경제위기론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66%로 추정된다. G20 국가 중 미국 2.9%, 호주 3.1%, 터키 3.3%보다 떨어진 성적표다. 세계 평균치에 비해 1%포인트가 낮고, 우리 보다 경제규모가 12배 이상인 미국보다 한참 밑도는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 겪는 뼈아픈 대목이다. 

54조원의 일자리 예산을 쓰고도 고용 실적은 참담하다. 지난해 취업자 증가폭이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이후 처음으로 10만명 밑(9만7000명)으로 떨어졌다. 포용경제를 표방하며 세금을 쏟아붓는데도 하위소득계층의 소득은 뒷걸음치고 있다. 이런 일이 불과 1년 사이에 일어났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외환위기 이후 등장한 김대중 정부에서 구조조정을 지휘했던 이헌재 전 금융감독원장은 “지금의 경제는 국가부도사태였던 1998년 보다 더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그는 “난세에는 각자도생各自圖生만이 살 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경제기조를 바꿀 생각이 별로 없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신년사에서 “촛불은 더 많이 함께할 때까지 인내하고 성숙한 문화로 세상을 바꿨다. 같은 방법으로 경제를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가 꽤 괜찮았는데도 왜 유독 한국만 어려움을 겪고 있을까. 한마디로 ‘해야 할 일을 하지 않고, 하지 않아야 할 일을 했기’ 때문이다. 골프나 수영이나 테니스ㆍ야구 등 모든 운동의 기본은 몸에 힘을 빼는 거다. 청와대는 어깨에 힘이 너무 들어갔다.

문재인 정부는 자신이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다는 환상으로 단기간 내에 무리하게 바꾸려다가 시장의 부메랑을 맞았다. 소득주도성장을 한다며 최저임금을 2년 만에 30% 가까이 올리고 주 52시간 근무제와 급격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 무리한 친노동정책이 경제에 악영향을 주었다.

시장은 광장의 함성이 아니라 자율과 심리적 요인이 이끌어 간다. 일자리정부를 표방했는데 역설적으로 고용 상황은 최악이고, 서민과 소상공인이 힘들어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일방통행식 반시장정책이 경제를 그로기 상태로 몰았다. 혁신성장과 투자의 주체는 기업인데 각종 규제로 기업을 억누르니 성장과 고용의 맥박이 싸늘하게 식어가고 있다.

공자는 가장 높은 생산성을 만들어내는 리더의 모습을 무위이치無爲而治라고 했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억지를 피하고 자연스럽게’ 경영한다는 뜻이다. 순리를 따르는 리더는 강제력으로 아랫사람을 다스리지 않고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 낸다. 「논어」 위령공편에서 공자는 이렇게 말한다.

“굳이 뭘 하지 않고도 다스림을 이룬 이는 순임금이로다. 무엇을 했는가. 자신을 공순히 하고, 바르게 남쪽을 바라보았을 뿐이다.” 이 말은 아무 일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명령이 행해진 게 아니라 아무 일도 하지 않았음에도 명령이 행해졌다는 은유다.

삼성그룹이 국제적인 위상을 높인 이유 중 하나는 이건희 회장의 ‘무위이치 경영’ 아닌가 싶다. 그는 시시콜콜하게 경영에 관여하지 않으면서도 그룹의 큰 방향을 제시했다. 반도체와 스마트폰의 성공은 그의 전략적 마인드가 이뤄낸 성과물이다. 

문재인 정권은 ‘청와대 정부’라고 불릴 정도로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이 모든 것을 주도한다. 이들은 편가르식 논리와 선민의식, 그리고 이념의 원칙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면 이를 용인하지 못하는 원리주의에 빠져있다. 반면 정작 일을 해야 할 내각은 잔뜩 웅크린 채 눈치만 살피고 있다. 북한 핵 위험과 경제위기를 돌파하려면 지도자의 전략적 통합마인드가 필요하다.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는 나만 옳다는 생각으로 국정을 실험대상으로 삼지 말고, 시스템에 의해 돌아갈 수 있도록 어깨 힘을 최대한 힘을 빼야 한다. 이념 대신 실용의 눈으로 국정을 주도할 수 있게 내각에 힘을 넘겨줘야 한다. “이게 나라냐“라며 촛불을 들었던 민심이 “지금은 나라냐”라며 또다시 분노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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