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형 일자리의 진짜 문제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신년회와 신년기자회견에서 연거푸 광주형 일자리를 언급했다. “광주형 일자리를 하루빨리 마련하라”고 사실상 촉구한 셈이다. 그런데 현대차 노조가 “광주형 일자리를 계속 추진하면 총파업 등을 불사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대체 이게 무슨 일일까. 문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가 꼬인 이유를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형 일자리의 추진을 촉구했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사진=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광주형 일자리의 추진을 촉구했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 않다.[사진=뉴시스]

광주형 일자리는 자동차 공장의 고비용 저생산 구조를 바꾸기 위해 만들어진 신개념 한국형 자동차 공장 일자리를 뜻한다. 쉽게 말해, 임금(연봉 3500만원ㆍ주 44시간 근무)을 줄여 일자리를 늘리는 사회통합형 모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신년회와 신년기자회견에서 연거푸 광주형 일자리의 추진을 언급하면서 다시 이슈로 떠올랐다. 

이 혁신적인 모델은 지금 진통을 겪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의 당사자들인 현대차ㆍ노조ㆍ광주시가 지난해 말까지 이 모델의 진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논쟁의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바로 임단협 5년 유예 규정이다. 미국 등 선진국(3~5년)과 달리 우리나라 노조는 매년 임금 협상을 진행한다. 

당연히 노조 입장에서 광주형 일자리의 현안 중 하나인 ‘임단협 5년 유예’는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협의 대상인 한국노총은 한걸음 물러섰지만 민주노총과 울산 현대차 노조는 이를 받아들일 의사가 전혀 없어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광주형 일자리를 연거푸 언급한 문 대통령에게 직언할 내용이 있다. 

문 대통령은 광주형 일자리를 밀어붙이자고 언급하면서 현대차를 지목했다. “이제는 (현대차가) 새로운 생산라인을 한국에 만들어야 되지 않겠습니까.” 밀어붙이는 방법이야 이해하지만 말의 방향을 달리했으면 어땠을까 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현대차그룹이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앞서 언급한 임단협 문제를 직접 중재하는 것만이 방법이다. 임단협 유예기간을 5년에서 4년으로 줄이고, 노조가 동의한다면 현대차그룹이 마다할 이유도, 명분도 없다. 

현대차가 새로운 생산라인을 국내에 만들지 않은 이유도 정확하게 따져봐야 한다. 현대차가 국내 자동차 공장에 투자한 건 20여년 전의 일이다. 고비용ㆍ저생산ㆍ저효율ㆍ저수익 1고高 3저低 상황이 굳어진 결과다. 문 대통령이 새로운 생산라인의 구축을 언급하기에 앞서 어떤 이유에서 1고3저 상황이 발생했는지 꼬집었다면 훨씬 더 설득력 있었을 것이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강성 귀족노조다. 촛불정부를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민노총은 자동차 분야에서도 상당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노조는 이를 무기로 광주형 일자리도 무력화할 태세다. 현대차 노조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광주형 일자리 추진보다 한국GM 군산공장 재가동을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자동차 산업은 전기차ㆍ수소차ㆍ4차 산업혁명 등으로 기존 내연기관에서 첨단기술로 대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값싼 전기차가 판매되면 광주형 일자리 경차 생산공장은 가동도 못 해보고 폐쇄를 논의해야 할 수 있다”면서 주장을 계속했다. “기술 경쟁력 하락으로 현대차가 위기에 진입했기 때문에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은 사업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을 것이다. 정부는 차라리 폐쇄된 한국GM 재가동 등 기존 유휴시설을 활용하는 일자리 창출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를 추진하면 총파업 등 총력 투쟁 의지를 재차 밝힌다.” 

광주형 일자리의 추진을 촉구한 문 대통령의 뜻에 반기反旗를 든 셈이다. 이런 상황을 해결할 수 있는 건 문 대통령밖에 없다. 그들을 협상 테이블에 초청했는데도 나오지 않으면 과감한 단절이 필요할 때다. 국민은 이런 과감함을 요구하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긍정적인 기업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어느 한쪽의 책임으로 밀어넣기엔 광주형 일자리는 꼬일 대로 꼬여 있다. 문 대통령이 알아야 할 진짜 현실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autoculture@hanmail.net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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