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현대상선, 누구 탓으로 돌리기엔 공범이 숱하다 
위기의 현대상선, 누구 탓으로 돌리기엔 공범이 숱하다 
  • 고준영 기자
  • 호수 323
  • 승인 2019.01.23 0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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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부진의 원인
이동걸 회장 “모럴해저드”
연임 1년만에 사장 교체설
객관적 경영 진단ㆍ평가 우선
현대상선 택한 건 정부의 결정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다. 대주주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의 모럴해저드’를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는다. 한진해운 출신 외부인사를 현대상선에 투입하겠다는 초강수도 던졌다. 하지만 일부 해운 전문가는 “현대상선의 침체기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지금의 부진을 단순하게 봐선 안 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대상선만의 탓으로 돌리기엔 나쁜 변수가 너무 많다는 얘기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위기에 빠진 현대상선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취재했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현대상선 내부에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현대상선 내부에 모럴해저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사진=연합뉴스]

산업은행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현대상선이다. 결과야 어찌 됐든 한국GM의 법인분할건은 일단락됐다. 대우조선해양은 완전한 회복세로 돌아선 건 아니지만 최악의 시기는 모면했다. 반면 현대상선의 실적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2011년 이후 7년 연속 적자다. 지난해에는 역성장을 기록했다(3분기 기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 11월엔 최악의 회계 실사보고서를 받아들었다. “현대상선은 2022년까지 영업적자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고, 6조여원의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삼일회계법인).” 그러자 이동걸 산은 회장이 현대상선을 향해 강수를 던지고 있다. 현대상선의 부진한 실적의 원인을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에서 찾은 것이다.

이 회장이 현대상선을 ‘쌀독의 쥐’에 빗댄 건 이런 심중을 단적으로 드러낸 대목이다. 이 회장이 한진해운 출신 외부인사를 현대상선에 투입하겠다는 계획도 모럴해저드를 날려버리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각 노선별로 주간 실적을 점검해 2~3개월간 개선되지 않으면 해당 임직원을 퇴출하겠다는 강도 높은 대책도 꺼내들었다.
 
단순한 엄포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산은은 최근 모럴해저드를 이유로 현대상선 임직원 13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이 회장의 압박이 으름장에 그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회장이 지나치게 현대상선을 몰아세운다는 지적도 많다.

 

먼저 한진해운 출신 외부인사를 현대상선에 수혈하겠다는 계획을 두곤 논란이 숱하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 내부에 카르텔이 형성돼 있을 텐데 그 안에서 한진해운 출신들이 유기적인 협조를 받기 어려울 것”이라면서 “보이지 않는 파워게임 속에서 얼마나 유효한 실적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공적자금을 받은 현대상선은 짧은 기일 내에 실적을 개선해야 했다’는 산은의 발상도 과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류동근 한국해양대(해운경영학부) 교수는 “성과는 하루아침에 나오지 않는다”면서 이렇게 꼬집었다. “해수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에 따라 건조建造지원과 금융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효과가 나오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건조된다고 무작정 실적이 나오는 것도 아니다. 경기도 뒷받침해줘야 하는데 상황이 좋지 않다. 특히 한진해운이라는 네트워크가 사라진 건 최악이다. 현대상선이 경쟁력을 회복하려면 1~2년으로는 부족하다.”  

설득력 있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현대상선의 낮은 원가경쟁력은 고질병에 가깝다. 불확실한 2M(머스크ㆍMSC) 동맹관계는 네트워크의 부실함을 초래했다. 아울러 현대상선의 영업력이 부족하다는 건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이다.

현대상선의 실적 부진을 누구의 탓으로 돌리기엔 나쁜 변수가 너무도 많은 셈이다. 이 때문인지 이 회장이 현대상선을 의도적으로 흔드는 게 아니냐는 뒷말까지 나돈다. 실제로 이를 의심할 만큼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산은은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의 연임을 지난해 1월 결정했다. 만족할 만한 수준의 실적 개선이 이뤄지지 않아 연임은 물 건너갔다는 얘기가 나돌 때였다. 위기에 놓인 유 사장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준 것은 엄연히 산은이다. 그렇다면 장기적인 밑그림을 유 사장에게 기대했다는 건데, 1년 만에 ‘변심’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자. “시장의 예상을 뒤엎고 깜짝 인사를 단행한 지 1년 만에 모럴해저드를 운운하는 건 정치적 셈법이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더구나 산은이 현대상선의 재무ㆍ경영 상황, 경쟁력 부재 문제, 해운시황 등을 몰랐을 리 없다. 모든 책임을 유창근 사장과 현대상선 쪽으로 떠넘기려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들 정도다.”

현대상선 부실 문제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전망 역시 밝지 않다. 현대상선이 부활하려면 긴 침체기만큼의 기간이 필요할지 모른다. 현대상선을 갑작스럽게 압박하는 산은의 전략에 의문이 쏟아지는 이유다.

류동근 교수는 “산은의 주장대로 현대상선에 모럴해저드가 만연해 있다면 이를 객관적으로 평가한 다음 엄단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산은은 현대상선의 관리자로서 내부 경영진단 및 평가를 하는 게 우선이다. 거기서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정말 모럴해저드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2020년 현대상선과 2M의 동맹계약이 끝난다. 연장 여부가 현대상선의 실적 개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2020년 현대상선과 2M의 동맹계약이 끝난다. 연장 여부가 현대상선의 실적 개선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사진=연합뉴스]

최배근 건국대(경제학) 교수는 “해운사태 당시 한진해운보다 경쟁력에서 밀리는 현대상선을 살리기로 결정했을 때 이미 예견된 문제”라면서 “수십년에 걸쳐 축적해온 경쟁력을 처음부터 다시 쌓으려고 하니 오랜기간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이 아닌 현대상선을 택한 건 정부다. 그 선택의 책임을 져야 할 곳도 정부다. 현대상선의 부진은 누구의 탓만이 아니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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