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상 가장 무거운 인류

눕거나 앉는 시간이 길어지면 혈액의 흐름이 나빠진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눕거나 앉는 시간이 길어지면 혈액의 흐름이 나빠진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몇해 전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던 필자는 강의시간에 다음과 같은 교수의 질문을 받았다. “인간의 동맥경화는 언제 시작될까요?” 많은 수강생이 다양한 답변을 쏟아냈다. “성인 이후” “완경 이후” 등등. 필자는 “연령과 관계없이 식이 및 운동 등 생활 습관이 잘못된 순간부터 동맥경화가 진행됩니다”라고 답했지만 교수는 만족하지 못한 표정을 지었다. 교수의 입에서 나온 답은 다소 뜻밖이었다. “태어나는 순간 동맥경화가 시작됩니다.” 인간을 상품에 빗대어 문제가 생기는 시점을 예상하자면 포장지를 벗긴 순간부터라는 논리다.

필자는 가족력(일명 유전적 요인)을 제외한 만성 질환 중 70%는 건강에 유용한 습관을 통해 예방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있다. 그렇다면 건강을 위해 우리가 꼭 버려야 할 습관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오늘은 눕거나 의자에 장시간 앉는 습관을 얘기해 보려고 한다. 등을 대고 천장을 본 채 편히 누워서 자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이내 몸을 뒤척이더니 따뜻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나무에 붙은 매미와 같은 자세를 취한다. 등이든 배든 누워 있는 상태라면 바닥과 신체의 접촉면은 앉거나 선 상태보다 훨씬 넓을 것이다.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뭘까. 접촉면이 넓어지고 근육이 움직이지 않는 안정상태에 놓이면 인체의 혈액은 흐름이 나빠진다. 눕거나 앉은 상태의 지속으로 근육ㆍ인대ㆍ힘줄ㆍ혈관 등 인체의 연부 조직이 뼈를 압박해 나타나는 물리적 결과다. 실제로 암, 치매, 지방 축적, 불임, 척추후만증, 우울증, 골다공증, 결핵성 척추염, 부종, 당뇨 등 숱하게 많은 질병이 눕기와 앉음의 과다에 연유하니 부동不動이 곧 만병이다.

인체의 구조는 우리가 먹은 음식을 각각의 세포ㆍ조직ㆍ기관에서 연료로 받아들여 사용하는 것이다. 음식을 섭취하면 혈당이 올라가고 췌장에서 분비된 인슐린 호르몬은 근육과 조직, 기관 및 각종 장기에 수치가 한껏 올라간 당(포도당)을 보낸다. 이 과정에서 남아도는 당을 지방으로 전환하는 것도 인슐린의 몫이다.

문제는 앉아 있는 시간이 늘면서 근육에 공급된 당이 사용되지 않고 축적된다는 점이다. 결국 포도당을 온몸에 보내야 하는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공급하느라 망가지고, 호르몬의 민감성이 떨어져 비만의 이환과 당뇨의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우리는 하루 중 의자에 앉는 시간이 수면시간을 능가하는 최초의 인류임이 틀림없다. 그 대가로 현대인은 역사상 가장 무거운 체중을 지닌 인류라는 영예(?)를 갖게 됐다. 세포와 분자가 작용한다는 전제 하에 만들어진 몸이 움직이지 않는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다음편에서 좀 더 알아보자. 
박창희 다이어트 프로그래머 hankookjo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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