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여행] 좁은 길목이 전장이었네
[이순신 여행] 좁은 길목이 전장이었네
  • 장정호 교육다움 부사장
  • 호수 323
  • 승인 2019.01.2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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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편 진도❹

명량은 아주 좁은 바닷길입니다. 이순신은 그 좁은 길목을 이용했습니다. 액션영화의 주인공이 벽을 등지고 싸우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삼국지에서 장비가 조조의 10만 대군을 장판교에서 막아낸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울돌목은 장판교이고, 이순신의 13척 함대는 장비가 되는 것입니다. 이순신이 선조 임금에게 장계를 올렸을 때에는 함대가 12척이었으나 이후 1척을 추가로 만들어 참전했습니다. 
 

이순신은 13척의 함선으로 133척과 맞서 싸워 승리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순신이 죽기를 각오하고 길목을 막지 않았다면, 적군은 탁 트인 바다로 쏟아져 나왔을 것입니다. 그랬다면 제아무리 천하의 이순신이라고 해도 극적인 승리를 거둘 수 없었겠죠. 명량해전은 좁은 길목에서 벌어진 치열한 난타전이었습니다. 왜군은 우리 함선에 끊임없이 달라붙어 기어오르고, 우리 수군들은 창으로 찌르고 활로 쏘고 칼로 찍으며 떨어뜨렸을 것입니다. 

여기저기서 조총과 화살이 교차하고 함성과 비명이 난무하는, 그야말로 무간지옥無間地獄 같은 풍경이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사투 속에서 승기를 잡은 건 열세였던 조선 수군이었습니다. 왜군들은 물러서지도 않고 함락되지도 않는 우리 배와 군사들에게 놀라 사기가 꺾였을 것입니다. 일본 배들은 크고 단단한 우리 배에 부딪혀 깨지고, 강력한 함포에 맞아서 부서졌습니다. 

왜군은 조선 수군의 용맹함과 독기 앞에서 두려워하고 좌절했을지도 모릅니다. 바로 그때, 왜군 선봉대장 마다시의 목이 조선 수군 대장선의 돛대 위에 높이 매달렸습니다. 이를 본 왜군은 패배를 인정하고 도망칠 수밖에 할 수 없었을 것입니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 적선이 133척이라고 적었습니다. 숫자에 민감하고 정확한 것을 좋아하던 이순신이 직접 그렇게 적었으니 과장된 숫자는 아닐 것입니다. 그렇다면 고작 13척으로 어떻게 133척을 이길 수 있었을까요. 곰곰이 생각해봅시다. 

 

장군들마저 회파하려 했던 명량해전은 지옥과도 같은 싸움이었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

사투 속에서 잡은 승기 

1척의 배에 130척이 달라붙을 수는 없습니다. 물리적인 공간의 한계 때문이죠. 아무리 많이 달라붙어도 약  10척, 아니면 12척이나 될까요. 게다가 명량은 물살이 너무 강해서 배를 제어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러므로 조선 함선 1척에 붙을 수 있는 왜선은 2~3척이 고작이었을 겁니다. 10대 1은 몰라도 2대 1이나 3대 1의 전투는 해볼 만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우리 대장선과 부장선까지 합세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우리 배 3척을 둘러싼 적 함선은 5척 아니면 7척이나 될까요. 나머지 배들은 멀리서 포위할 수는 있어도 바로 옆으로 붙을 수는 없었을 겁니다. 좁은 골목에서 1명이 100명과 싸운다고 가정했을 때, 100명 중에서 맨 앞의 3~4명만이 실제로 싸울 수 있습니다. 나머지 97명은 좁은 골목 뒤쪽에서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죠. 이순신이 30척 이상의 왜선을 부술 수 있던 이유죠. 

그러자 나머지 왜군은 승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도망치기 시작했습니다. 명량해전은 수백발의 조총과 총통이 내는 폭발음, 백병전의 처절한 비명 소리, 그리고 야차夜叉와 같은 함성이 귀를 때리는 지옥과도 같은 싸움이었을 것입니다. 
장정호 교육다움 부사장 passwing7777@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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