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연구직 직장인 재무설계

주거비ㆍ공과금은 내본 적이 없다. 직장인들은 평생 꿈인 집도 20대에 마련했다. 특별한 능력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20대 연구원 이현수(28ㆍ가명)씨는 부모님 덕을 톡톡히 보면서 살아왔다. 이를테면 재무적 ‘마마보이’인데, 이씨의 마음이라고 편할 리 없다. 부모님이 짜주신 재무설계표대로 평생을 살 순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부모의 경제적 지원도 잦아지면 독이 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부모의 경제적 지원도 잦아지면 독이 될 수 있다.[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30대에 수도권에 내집 한채 있었으면….” 청년층이 꿈꾸는 삶이다. 대한부동산학회가 2018년에 발표한 ‘청년세대의 주택자산형성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청년층(19~39세)의 85.0%가 주택 구입 의사가 있었다. 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지역은 ‘서울 근교 경기도(64.0%)’로 주택 유형은 아파트(73.0%)였다.

주택 구입 적정 연령대는 30대 후반(44.0%), 30대 초반(41.0%)을 꼽았다. 하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능력자’는 많지 않았다. 자신의 자본 비중이 60% 이하일 것이라고 답한 이는 전체의 77.0%나 됐다. 나머지 자금은 대출이나 부모님 지원을 받아 충당하는 셈이다.

연구직에 종사하는 직장인 이현수(28ㆍ가명)씨는 친구들의 부러움의 대상이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부모님 덕분에 ‘20대에 수도권에 내집 한채’를 떡하니 마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씨는 부모님의 권유로 재개발지역에 있는 빌라를 2억2000만원에 구매했다. 아직 결혼 생각이 없는 이씨가 주택을 구매한 건 장기적으로 부동산 투자효과를 볼 수 있을 거란 기대에서였다.

매매가의 55%가량은 부모님의 지원을 받았다. 이씨가 부담한 금액은 1억원으로 대출을 받아 충당했다. 청년층의 최대 과제 중 하나인 ‘내집 마련’을 수월하게 이뤄낸 셈이다. 하지만 이씨에게도 고민은 있다. 재무적 ‘마마보이’로 전락할 것 같기 때문이다. 그는 “실생활도 도움을 받는데 집마저 부모님의 지원을 받아 샀으니, 자산을 관리할 때 의견을 내기 어렵다”면서 “이대로 가다간 부모님에게 구속 아닌 구속을 받게 되고, 미래의 배우자에게도 폐를 끼칠 것 같다”고 말했다.


Q1 지출구조

1년차 연구원인 이씨의 급여는 월 277만원이다. 연간 상여금은 840만원가량(월 70만여원)이다. 지출내역은 단출했다. 통신비 10만원, 식비 30만원, 교통비 30만원, 문화생활비 10만원 등이었다.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고 있어 주거비나 공과금 등은 따로 들지 않았다. 여기에 경조사비, 쇼핑비 등 비정기지출은 연간 160만원으로 월평균 13만원이었다. 소비성지출이 총 93만원인 셈이다.

금융상품 가입내역도 단순했다. 주택청약종합저축 2만원, 주택자금대출(1억원) 원리금 30만원 등 월 32만원었다. 각종 보험료는 부모님의 몫이었다. 매달 지출액은 총 125만원으로 잉여자금 152만원은 통장에 모아두고 있었다.


Q2 문제점

이씨의 가장 큰 문제점은 부모 의존도가 높아 경제적 자립심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이씨처럼 부모로부터 다양한 재정적 지원을 받으면 단기적으로는 생활이 수월해질 수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경제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는 의지를 잃어버린 채 부모에게 의지하거나, 지원을 받은 만큼 갚아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을 느낄 공산이 크다.

이씨의 또다른 문제점은 뚜렷한 재무목표가 없다는 거였다. 이씨는 30대 중반에 결혼해서 되도록 많은 자녀를 낳길 원하지만 결혼자금 마련, 자녀양육비 마련 등은 생각도 하지 않고 있었다. 현재 전세를 내준 이씨의 빌라는 크기가 작아 훗날 자녀가 생기면 이사를 해야 했다. 대출 1억원을 갚기도 전에 또 다른 대출을 받아야 할 상황이 놓일 게 분명해 보였다.

Q3 해결점

먼저 연간상여금을 제대로 활용하도록 했다. 통장에 묵혀뒀던 상여금 840만원 중 640만원을 대출원금을 갚는 데 쓰도록 했다. 남은 200만원은 비정기지출통장에 모아두고 비정기지출 용도로 사용하기로 했다. 현재의 연간 비정기지출 160만원보다 다소 큰 액수로 책정한 건 부모님 지원을 줄여 나가기 위해서였다.

그동안 휴가비나 여가활동비까지 부모님 지원을 받아왔지만, 이제 비정기지출 한도 내에서 이씨가 부담할 계획이다. 상여금으로 비정기지출을 충당하면서, 월급에서 빠져나가던 비정기지출(13만원)을 줄이고 잉여자금(152만원)을 더한 165만원으로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소비성지출은 따로 손볼 게 없었다. 대출원금 상환을 위해 매달 적금에 50만원씩 붓기로 했다. 앞으로 1년치 적금 600만원(월 50만원)과 상여금 640만원을 더해 매년 1240만원씩 갚아나가는 셈이다. 나머지는 장기ㆍ단기 재무목표에 맞춰 투자하기로 했다. 단기적으로는 자동차 구입을 위해 적립식 펀드에 40만원씩 넣을 계획이다.

비상금 용도로는 매달 40만원씩 CMA통장에 모으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결혼 이후 은퇴까지 필요자금을 모으기 위해 입출금이 가능한 연금펀드(10만원)와 투자성연금(20만원)에 가입했다. 연금펀드는 추후에 연금저축으로 전환이 가능해 안정적이다. 투자성연금은 간접투자보호와 비과세혜택이 있다는 게 장점이다.

새로 짠 포트폴리오대로 1년간 생활해 본 후 안정화되면 부모님이 내주시던 보험료도 직접 납입할 수 있도록 재무설계를 다시 할 계획이다. 부모님의 지원을 받는 청년층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다. 바늘구멍만큼 취업문이 좁아졌으니 방법도 없을 게다. 그렇다고 부모님 지원을 당연하게 여기면 안 된다. 그게 무엇이든 좋지 않은 습관은 독으로 작용하게 마련이다.
천눈이 한국경제교육원㈜ PB 팀장 ncrimsonnunn@naver.com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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