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대리인과 계약해 전세금 몽땅 날렸다면 … 
가짜 대리인과 계약해 전세금 몽땅 날렸다면 … 
  • 이동주 변호사
  • 호수 325
  • 승인 2019.01.31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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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주 변호사의 ‘알쏭달쏭 부동산 법정’➍ 부동산 대리인 사기

“계약 만기 전세 보증금 돌려 달라(세입자).” “월세 계약 맺어놓고 무슨 소리인가(집주인).” 이처럼 뚱딴지같은 대화가 현장에선 실제로 벌어진다. 집주인이 불순한 의도를 가진 대리인에게 권한을 위임해 임대계약을 진행했을 때다. 보증금 차액을 가로채기 위해 이중계약을 맺거나, 대리인 권한이 없는 데도 계약을 체결하는 사례가 많다. 구제받을 방법은 없을까. 더스쿠프(The SCOOP)와 이동주 변호사의 ‘알쏭달쏭 부동산 법정’ 네번째 편이다. 

자격 없는 가짜 대리인이 소유주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동산 매매 계약을 임의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사진=뉴시스]
자격 없는 가짜 대리인이 소유주의 의사와 무관하게 부동산 매매 계약을 임의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다.[사진=뉴시스]

최근 수도권 모 지역에선 민심이 흉흉해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한 부동산 중개업자 때문이다. 그는 임차인을 일일이 상대하기 귀찮아하는 소유주들의 심리를 악용했다. 이 중개업자는 다수의 오피스텔 소유주로부터 전ㆍ월세 계약과 건물의 유지ㆍ보수 등을 대리해주겠다며 권한을 위임받았다.

그러고는 이중으로 계약서를 쓰는 사기 행각을 벌였다. 소유주에게 월세 계약을 받겠다고 전한 뒤, 실제 임차인과 전세로 거래하거나 소유주가 지시한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보증금을 받은 것이다. 보증금 차액은 가로챘다. 이 중개업자의 사기 행각은 들통났지만, 수많은 오피스텔 소유주와 임차인은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그가 막대한 규모의 보증금을 빼돌린 채 잠적해버린 탓이었다.

부동산 계약의 원칙은 부동산 소유주와 매수자가 직접 만나 체결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일엔 예외가 있는 법, 소유주가 외국에 있거나 특별한 사정이 있어 대면하기 어려운 때도 많다. 혹은 여러 채의 부동산 상품을 한꺼번에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도 일일이 직접 거래를 하기가 쉽지 않다.

대리인 행세하며 전월세 이중계약

이럴 때 ‘대리인 계약’이 등장한다. 과정은 간단하지 않다. 부동산 소유자가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 거래의 권한을 넘긴다는 위임장을 작성해야 하고, 그 안에 권한의 범위를 분명히 명시해야 한다. 또한 대리 계약을 한다는 사실을 거래 상대방에게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 복잡하기 때문일까. 이런 방법은 실제 부동산 거래 현장에선 좀처럼 지켜지지 않는다. 소유주가 대리인에게 인감도장과 인감증명서를 주면서 구두로 “매매계약을 대리해 체결해 달라”고 약속하는 식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를 오용하거나 남용해서 피해가 불거지는 사례는 숱하게 많다.

그나마 대리 계약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정보를 인터넷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점은 다행이다. 대리인 신분을 별도로 확인하거나, 계약 현장에서 소유자 본인과의 전화 통화로 해당 계약 체결 건을 두고 직접 확인받는 매수자가 많다. 위임서류를 꼼꼼히 확인하고 보증금을 소유주 명의의 계좌로 이체하는 것도 상식이 됐다.

하지만 아무리 꼼꼼히 체크해도 사고는 발생하기 마련이다. 부동산 시장은 개개인의 욕망이 충돌하는 곳이다. 인장을 임의로 조각해 대리인 행세를 하는 경우가 있을 정도다. 문제는 대리계약 사기를 당했을 때 피해구제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들은 맘먹고 사기 행위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 붙잡힌다 한들 이미 빼돌린 보증금을 탕진했을 것이다. 

이때 피해자에게 남은 방법은 하나다. 소유주에게 책임을 묻는 거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소유주도 억울한 부분이 있다. 이들도 대리인에게 속은 건 마찬가지라서다. 하지만 우리나라 법은 소유주보단 사기를 당한 피해자의 손을 들어주는 편이다. 어찌 됐든 대리인에게 권한을 넘겨준 건 소유주이기 때문이다. 

지금부턴 소유주에게 피해의 책임을 물을 방도를 알아보자. 다음과 같은 경우엔 올바르지 않은 대리인에게 속아 전세 계약을 체결했더라도, 계약을 유지할 수 있고, 소유주로부터 전세금도 반환받을 수 있다. 까다로운 조건이니 잘 체크해보자. 세가지 케이스다. 

“소유주가 특정인에게 대리권을 실제로 부여하지 않았음에도 거래 상대방에게 마치 대리권을 부여한 것처럼 행동한 경우” “소유주가 대리권을 부여한 건 맞지만, 그 대리인이 해당 계약권과 관계가 없거나 당초 부여된 대리권한 범위를 넘어선 계약을 체결한 경우” “소유주가 기존에 대리권을 부여했던 적은 있지만 그 대리권이 이미 소멸했음에도 아직도 대리인인 것처럼 행동한 경우” 등이다.

가짜 대리인에게 속아 피해봤다면…

다만 전제조건이 있다. 피해자는 계약 당시 대리인이 정당하게 권한을 갖고 있다는 점을 ‘아무런 잘못 없이’ 신뢰하고 있었어야 한다. 법에선 대리인이 계약 당시 등기권리증, 위임장, 인감도장, 인감증명서 등 거래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구비해 피해자를 안심시켰다면 ‘아무런 잘못 없이’ 신뢰할 수 있는 상태로 본다.

조금 더 쉽게 풀어보자. 매수자가 만난 대리인이 위임장을 비롯해 각종 서류뭉치를 들고 계약을 체결했다면 그 대리인이 정당한 대리인이 아니더라도 소유주는 계약 내용대로 진행해야 한다. 가짜 대리인이 보증금을 들고 사라졌다고 해도, 그 책임은 소유주의 몫이다.

대리인 사기의 최선의 예방법은 원칙대로 소유주와 매수자가 직접 계약하는 것이다. 위임을 피할 수 없다면 매수자들은 위임 여부를 말로만 믿지 말고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한다. 신분증을 확인하는 것도 필수다. 그밖에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으면 반드시 확실하게 짚고 넘어가야 한다.

부동산 소유자 역시 위임을 할 때는 구두로 해서는 안 된다. 도장을 맡겨서도 안 된다. 반드시 직접 위임장을 써야 한다. 계약 때는 위임했더라도 세입자를 한번은 직접 만나는 게 좋다. 인사도 나눌 수 있고, 위임 내용대로 계약됐는지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동주 변호사 djlee@zenlaw.co.kr | 더스쿠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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