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타 면제사업에 투자자 관심
MB정부 때 4대강 테마주 재연
예타 관련株 언제까지 출렁일까
정부는 왜 건설을 또 건드렸나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예비타당성 면제사업 발표에 건설 관려주가 들썩이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의 국가균형발전 예비타당성 면제사업 발표에 건설 관려주가 들썩이고 있다.[사진=뉴시스]

‘국가균형발전 프로젝트’ 소식에 건설 관련주株가 들썩이고 있다. 정부가 24조1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 면제사업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때아닌 주가 상승세가 얼마나 이어질 수 있느냐다. 10년 전에도 정부의 ‘4대강 사업’ 추진 소식에 관련주가 꿈틀거렸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더스쿠프(The SCOOP)가 정부 SOC 관련주의 지속성을 분석했다. 

정부가 24조1000억원 규모의 예비타당성(예타) 면제사업을 발표했다. 명분은 국가균형발전이다. 1월 29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개의 예타 면제 대상 사업을 발표했다. 예타는 정부 재정이 대규모로 투입되는 사업의 정책적·경제적 타당성을 검증하는 제도다. 

검증 대상은 총사업비 500억원 이상(국가재정법)이면서 국가의 재정지원 규모가 300억원 이상인 사업이다. 정부가 예타 면제사업을 통해 각 지자체가 원하는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의미다. 총사업비 규모만 따지면 22조원이 투입된 이명박(MB) 정부의 4대강 사업보다 2조1000억원 더 많다. 투자업계는 벌써 꿈틀대고 있다. 지금처럼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은 시장에선 대규모 SOC 사업만큼 좋은 상승재료는 없기 때문이다. 주택수주의 공백을 토목수주가 채워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나온다.


그렇다면 예타 면제사업의 수혜를 받을 가능성이 높은 업종과 종목은 무엇일까. 23개의 예타 면제사업 중 도로·철도 건설 관련 사업이 14개(60.8%)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철강·시멘트·건설·철도 등에 봄바람이 불 공산이 크다. 수혜종목은 현대건설·대림산업·GS건설·HDC현대산업개발 등 다양하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예타 면제사업 발표 전인 1월 28일 4만4750원에서 1월 31일 4만9250원으로 10.0%(4500원)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토사석 골재를 채취하고, 아스콘·레미콘 등을 판매하는 보광산업의 주가는 4535원에서 6280원으로 38.4% 올랐다.

토목 SOC 사업에 빠질 수 없는 시멘트 판매 기업인 고려시멘트의 주가도 2985원(1월 28일)에서 3820원(1월 31일)으로 27.9% 상승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10월 이후 단 한번도 3000원대를 찍지 못했다. 상승세가 그만큼 가파르다는 얘기다.

투자전문가들은 “예타 면제 수혜주의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재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정부와 지자체 자금으로 진행되는 만큼 사업이 여러개로 분산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대형 건설사보다는 중소형 건설사 매출에 미치는 효과가 더 클 수 있다”고 전망했다.

주목할 점은 주가 상승세가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테마주와 다를 바 없는 정책 수혜주는 작은 이슈에도 냉온탕을 오가게 마련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는 이명박(MB) 정부의 4대강 테마주다. 지금으로부터 꼭 10년 전 MB정부는 4대강 사업을 본격화했다. 2008년 12월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 추진을 선언하고, 2009년 6월 마스터 플랜을 발표했다. 다양한 기업이 4대강 테마주로 묶여 관심을 받았다. 주요 기업으로는 이화공영·특수건설·동신건설 등이었다.


예타 면제에 건설株 ‘들썩’

흥미롭게도 이들의 주가는 4대강 사업소식에 반응하기 시작해 2008년 12월 정부의 사업의결 소식에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이후 내리막을 걷기 시작했고 2009년 6월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나왔을 때는 힘을 잃어버렸다. 4대강 테마주의 유효기간은 짧게 보면 한달, 길게 봐도 6개월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2008년 11월 25일 1만1200원대에 머물던 이화공영의 주가는 12월 들어 가파른 상승세를 타더니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의결한 다음날인 2008년 12월 16일 2만6500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주가가 20일 만에 두배 이상 뛴 셈이었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이후 주가는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고 2009년 1월 중순 2만원대 아래로 떨어졌다.

다른 4대강 테마주 역시 비슷하게 흘렀다. 기초토목 시공기업 특수건설의 예를 들어보자. 2008년 11월 25일 9200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의 주가는 12월 15일 2만5200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이게 정점이었다. 특수건설의 주가는 이후 1만5000~1만9000원대에서 지지부진하게 맴돌다 4대강 사업이 발표된 6월엔 9812원으로 하락했다.

그나마 상승세가 지속된 동신건설의 주가 역시 크게 보면 같은 흐름이었다. 2008년 11월 25일 4390원에 불과했던 이 회사의 주가는 4대강 마스터 플랜 발표 이후(12월 23일)까지 상승세를 유지하며 1만5150원까지 올랐다. 하지만 이후 주가는 하락세를 탔고 한달 만인 2009년 1월 21일 1만원대 아래(9930원)로 떨어졌다. 


이렇게 4대강 테마주의 흐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공식이 나온다. “기대감이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실제 사업 수주로 이어지지 않으면 금세 힘을 잃는다.” 이는 예타 면제 관련주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 예타 면제사업이 당장 진행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유의해야 하는 이유다.

급등락 오가는 테마주 주의해야

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SOC 사업이 이행돼 기업의 실적으로 연결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며 “실체 없는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오른 테마주는 지속적인 상승세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이재민 애널리스트는 “예타 면제사업이 규제 때문에 위축된 주택사업 등 건설업계에 활력을 줄 만한 이벤트인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하지만 예타 면제가 즉각적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고 조언했다. 섣불리 베팅했다간 큰코다칠 수 있다는 일침이다. 4대강 테마주가 좋은 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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