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왕좌왕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

진보-보수의 진영 논리에 구애받지 않고 민생을 돌보는 경제를 회생시킬 실사구시 정책이 필요할 때다.[사진=연합뉴스]
진보-보수의 진영 논리에 구애받지 않고 민생을 돌보는 경제를 회생시킬 실사구시 정책이 필요할 때다.[사진=연합뉴스]

설렘 속에 기대를 갖게 하는 ‘새해 효과’ 없이 1월이 지나갔다. 2월은 긴 설 연휴와 함께 왔다. 즐겁고 신나야 할 텐데 경제 상황도, 정치판도, 사회도 온통 달갑지 않은 뉴스 일색이다. 산업현장의 활력이 급속히 떨어지는 가운데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전선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통계청이 발표한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현재와 미래 경기지표인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와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각각 9개월, 7개월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두 지수가 7개월간 동반 하락한 것은 1971 ~1972년 이후 46년 만에 처음이다. 경기선행지수가 상승 반전을 하지 못한 채 장기 하락함은 경기가 ‘V자’ 반등이 아닌 ‘L자’형으로 장기침체 국면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미 지난해 전全산업 생산증가율은 1.0 %로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설비투자 증가율도 -4.2%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9.6%) 이후 가장 나쁘다. 기업들이 해외에 공장을 짓고 국내에서 설비를 증설하지 않은 결과다.   

이런 판에 수출이 지난해 12월(-1.2%)에 이어 올 1월(-5.8%) 두달 연속 감소했다. 1월 무역흑자도 10억 달러대로 줄었다. 반도체 가격 하락과 중국의 경기 둔화 여파로 대중對中 수출이 줄어든 결과다.  

조선과 반도체, 중화학공업 등 주력산업이 흔들리며 성장엔진이 식어가고 있다. 한편에선 과속 최저임금과 주52시간 근로제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자 종업원을 줄이거나 사업을 접는다. 이런 공백을 신新산업, 신新기업, 신新비즈니스가 메우고 새살을 돋워야 할 텐데 현실은 갈라파고스 규제에 절망한 스타트업들이 해외로 탈출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J노믹스가 난맥상을 연출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크고 작은 보완책이 13차례 남발됐다. 주52시간 근로제 위반에 대한 처벌 유예도 반년, 석달 거푸 연장됐다. 그러면서도 이 둘이 핵심인 소득주도 성장정책 추진은 변함이 없다고 강변한다.

급기야 고용 참사와 소득 불평등 심화, 투자ㆍ소비 심리 위축 등 곳곳이 멍든 경제에 대한 처방으로 정부 여당이 꺼내든 게 대규모 공공토목 사업이다. 과거 보수정부 시절 야당 입장에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 면제를 줄이고 예산사업의 국회 통제를 강화하자고 주장하더니만, 서 있는 위치가 바뀌자 생뚱맞게 ‘1광역시도 1예타 면제’ 카드를 들고 나왔다. 

경제현실에 대한 인식도 허점투성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경제지표가 좋은데 계속 안 되는 것처럼 보도되는 것은 ‘경제실패’ 프레임 때문이라며 언론을 탓했다.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젊은이와 50~60대, 자영업자들에게 ‘헬조선’을 외치거나 험악한 댓글을 달지 말고 아세안 국가로 가서 일하라고 했다. 

문 대통령이 연초 잇따른 경제 행보로 기업인들과의 스킨십을 늘려 경제계의 기대를 모았다. 그런데 이내 공정경제를 앞세우며 상법ㆍ공정거래법 개정과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적극 행사 등 다른 목소리를 내자 기업들이 당혹해한다. 

혁신성장으로 4차 산업혁명의 길을 가자면서도 카풀ㆍ빅데이터ㆍ원격의료 등 핵심규제는 미룬 채 ‘동대문 CES’ 이벤트로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참여기업들에 이중 부담을 주기도 했다. 최저임금 1만원, 비정규직 제로(0)화, 주 52시간 근로시간제 등 J노믹스가 추구하는 핵심정책들은 우리 경제와 사회가 가야 할 길이다. 

문제는 시장과 기업의 수용 능력이다. 숱한 보완책을 내놓고 찔끔찔끔 유예할 수밖에 없다면 지금이라도 솔직히 문제점을 인정하고 속도와 추진 방향을 수정 보완하는 것이 합리적 해결책이다. 

정치적 악재에 직면한 문재인 대통령이 개각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모습이다. 내년 총선에 나갈 민주당 소속 장관들을 중심으로 2월말~3월초 ‘5석+α’ 규모의 개각이 이뤄지리란 전망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 인사가 그래왔듯 이번에도 타이밍을 놓친 느낌이다. 설 이전 단행해 민심을 다독이고 봄을 기대하도록 이끌었어야 했는데 안타깝다. 

차일피일 미루다간 3월 3ㆍ1운동 100주년 및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행사를 희석시킬 수 있다. 특히 경제장관들만은 코드 인사를 탈피해야 한다. 그래야 진보-보수의 진영 논리에 구애받지 않고 진정 민생을 돌보고 경제를 회생시킬 실사구시 정책을 펼 수 있다.

세상이 시끄럽고 경제가 어려운 와중에도 설 명절은 어김없이 찾아왔고 봄도 머지않았다. “봄이 오면 형편이 좀 나아지겠지?” 보통사람들의 소박한 꿈에 보답하는 정치ㆍ경제정책 변화를 보고 싶다.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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