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100조 시장 누가 거머쥘까

미국에선 유통업체 월마트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월마트의 오프라인 매장이 오히려 강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과 “월마트의 경쟁력은 2022년이면 끝날 것이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같은 시간 한국에서도 판박이 경쟁이 진행 중이다. 이마트와 쿠팡의 대결이다. 점치기 힘든 두 업체의 경쟁은 누구의 승리로 끝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이마트와 쿠팡의 온라인 대전을 취재했다. 

이마트와 신세계가 3월 온라인 통합법인을 출범하고 온라인몰에 힘을 쏟는다. 사진은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 위치한 이마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사진=뉴시스]
이마트와 신세계가 3월 온라인 통합법인을 출범하고 온라인몰에 힘을 쏟는다. 사진은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에 위치한 이마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사진=뉴시스]

■이마트의 고민 = “배송 차별화를 이룬 쿠팡은 이마트에 위협적.” “경쟁 강도 높이는 쿠팡 때문에 이마트 실적에 악영향,” 지난해 11월 전통의 오프라인 강자 이마트를 지목한 다소 충격적인 리포트가 나왔다. 신흥 온라인 강자 ‘쿠팡’ 때문에 골머리를 앓을 것이라는 내용의 리포트였다. 쿠팡이 매출 5조원대 기업(2018년 추정치)으로 성장했다곤 하지만 어쨌거나 이마트로선 일격을 맞은 셈이다.

당연히 “한계에 접어든 오프라인을 구조조정하고 온라인 강화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지난해 3분기 이마트 할인점 매출액은 2조4430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6820억원) 대비 -8.9%, 영업이익은 1930억원에서 1780억원으로 -7.8% 감소한 이후엔 이런 지적이 더 강해졌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위기를 일찌감치 감지했다. 지난해 10월 해외 투자운용사(어피니티비알브이)로부터 1조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직후엔 “신세계그룹의 성장은 신설되는 온라인 법인이 이끌 것이다”고 선언했다. 신세계그룹은 발빠르게 움직였다.

지난해 이마트와 신세계는 온라인 사업부문을 각각 물적 분할한 후 통합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통합법인은 3월 출범할 예정이다.[※참고: 통합법인 지분율은 이마트가 신세계보다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신설 통합법인의 중심에는 ‘쓱닷컴(SSG.comㆍ2014년 신세계와 공동 론칭)’이 있다.

쓱닷컴은 마트에서 백화점까지 ‘쓱~ 아울러 쇼핑한다’는 콘셉트였지만 운영 주체가 둘로 나뉘어져 있어서 시너지를 내는 데 한계가 있었다. 신세계측은 “온라인몰이 성공적으로 통합되면 쓱닷컴의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부에선 “이마트의 쓱배송이 쿠팡 로켓배송을 따라잡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문제는 방법론이다. 쿠팡맨처럼 배달인력을 늘리는 건 리스크가 크기 때문이다. 쿠팡맨의 경우 배송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방식으로 배송단가가 높다. 빠른 배송은 가능하지만, 매출이 증가할수록 인건비 부담도 커지는 셈이다. 이마트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강화에 집중하겠다고 밝힌 이유다. 거점 방식을 통해 총알배송을 실현하겠다는 거다.

이마트의 쓱배송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배송과 점포 내 P.P(Picking&Packing) 센터 배송으로 이원화돼 있다. 쿠팡의 로켓배송(밤 12시 전 주문시 다음날 배송)만큼 빠른 배송을 강점으로 내세운 ‘쓱배송굿모닝(오후 6시 이전 주문시 다음날 오전 6시부터 배송)’은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에서만 가능하다.

온라인 물류센터 플랜 난항

하지만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는 경기도 보정과 김포 두개뿐이다. 올해 말 김포에 세번째 물류센터가 완공될 예정이지만, 커버할 수 있는 지역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점포배송은 직원이 주문내역을 직접 확인ㆍ포장ㆍ배송한다는 점에서 효율성이 떨어진다.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대비 주문처리 효율성이 5분의 1에 그친다. 신세계그룹이 1조원의 투자금액을 물류와 배송 인프라 확충에 쓴다는 방침을 세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문제는 물류센터 부지를 확보하는 게 진통의 연속이라는 점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해 3월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낙찰 받은 하남 미사지구 2만1422㎡(약 6480평) 부지에 30층 규모의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를 짓는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하남 주민들이 환경문제ㆍ교통문제 유발 등을 이유로 반대하면서 좌초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물류센터가 지역민들에 기피시설처럼 인식되면서 부지 확보가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 5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영업적자 누적도 지속되고 있다.[사진=쿠팡 제공]
쿠팡은 지난해 매출액 5조원을 달성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영업적자 누적도 지속되고 있다.[사진=쿠팡 제공]

이마트가 물류센터를 확보하지 못하면 앞서 간 쿠팡을 따라잡기 힘들다. 2016년 상반기 인천ㆍ덕평에 9만9173㎡(약 3만평) 규모의 물류센터를 건립한 쿠팡은 전국 50여개의 물류네트워크까지 구축하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쿠팡 관계자는 “전국 쿠팡 물류센터의 연면적은 축구장 151개 규모”라면서 “하루 170만개(1월 14일~18일 기준)의 로켓배송 상품이 출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의 고민 = 그렇다고 쿠팡의 속내가 편한 것만은 아니다. 쿠팡은 지난해 11월 일본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로부터 20억 달러(약 2조6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받아 총알을 장전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사업구조로는 언제 또 자금이 동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쿠팡은 2015년에도 소프트뱅크로부터 10억 달러(약 1조1000억원) 투자를 받았지만 누적적자(2014년~2017년)가 1조8565억원으로 불어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빠졌었다.

쿠팡은 “계획된 적자”라는 입장이지만, 외부시각은 불안하기만 하다. 주영훈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쿠팡의 영업적자는 대부분 인건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매출이 증가할수록 인건비가 불어나는 사업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쿠팡의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이라고 꼬집었다.

쿠팡의 강점으로 꼽히는 쿠팡맨을 둘러싼 문제점도 적지 않다. 2017년부터 쿠팡맨 임금체불, 부당해고 등의 구설이 끊이지 않아서다. 쿠팡맨의 높은 비정규직 비율도 도마에 오른 지 오래다. 2015년 김범석 쿠팡 대표가 호언장담했던 ‘2017년 쿠팡맨 1만5000명 확충ㆍ정규직 60%’ 목표도 한낱 공염불이 됐다. 현재 쿠팡맨의 수는 3500여명 수준이다. 쿠팡은 쿠팡플렉스(1일 고용된 일반인이 자신의 차량으로 물품을 배송하는 시스템)로 배송인력을 보충하고 있지만 지속가능성이 없는 모델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100조원 시장, 누가 쥘까 = 그렇다면 이마트와 쿠팡 중 100조원대로 커진 온라인 쇼핑시장을 누가 거머쥘 수 있을까. 전문가들의 전망은 엇갈린다. 주영훈 애널리스트는 “이마트로선 기존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해 쿠팡을 방어하면서 물류센터를 차츰 확보해갈 여력이 있다”면서 “쿠팡의 사업모델은 수익이 나기 어렵지만, 지속적으로 투자를 이끌어 내고 있다는 점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고 말했다.

반면 쇼핑시장의 패권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지금 오프라인에 뿌리를 둔 업체가 온라인 기반 업체를 이기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용구 숙명여대(경영학) 교수는 “미국에선 아마존의 공세가 강해진 지난 3년(2015년 이후)간 전통적인 유통업체 40여개가 문을 닫았다”면서 “밀레니얼 세대가 주요 소비층으로 떠오르는 상황에서 더 이상 매장의 입지나 브랜드의 인지도는 중요하지 않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가장 중요한 건 소비자가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 물건을 배송할 수 있는 물류 시스템인데 현재로선 쿠팡이 앞서가고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쓱배송의 이마트와 로켓배송의 쿠팡, 누가 승리의 나팔을 부를 것인가.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이지원 더스쿠프 기자  jwle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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