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부부 재무설계 下

고3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마음은 똑같다. 조금이라도 더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어한다. 다른 건 다 아끼더라도 교육비는 아낄 수 없는 이유다. 그럼 다른 재무목표(노후준비·대출상환 등)는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더스쿠프(The SCOOP)-한국경제교육원이 양씨 부부의 재무솔루션을 세심하게 살펴봤다. ‘실전재테크 Lab’ 22편 마지막 이야기다.

재무목표의 우선순위는 자금이 필요한 시점별로 순위를 정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재무목표의 우선순위는 자금이 필요한 시점별로 순위를 정하는 게 좋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버는 돈은 한정돼 있는데 돈 써야 할 곳이 갈수록 늘어나네요.” 이는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는 고민이다. 이번 상담의 주인공인 양현수(47·가명)씨와 이미경(45·가명)씨도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첫째 아들의 교육비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부부는 지금까지 자녀들 교육비로 월 120만원을 지출해 왔는데, 첫째가 본격적으로 수능 준비를 시작하면 교육비는 더욱 늘어날 게 뻔하다. 내년엔 대학 등록금도 내야 한다.

부부가 감당해야 할 재무 이벤트는 이뿐만이 아니다. 부부는 과거 고수익률의 투자상품에 손을 댔다가 적지 않은 손해를 봤다. 현재 투자를 위해 빌린 마이너스대출(2800만원)과 아파트 담보대출(3800만원) 등 5800만원의 대출이자를 갚는 중이다. 곧 50대에 접어드는 부부는 노후자금도 걱정하고 있다. 지난 상담에서 지출을 크게 줄여 얻은 잉여자금은 총 102만원. 부부는 이 돈으로 4가지 과제를 모두 대비해야 한다.


부부에겐 어떤 재무솔루션이 필요할까. 저축을 하는 방법으로는 ‘세로저축’과 ‘가로저축’이 있다. 세로저축은 한가지 재무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곳에 돈을 모으는 방식이다. 필요자금을 빨리 만들 수 있지만, 다양한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양씨 부부처럼 재무 이벤트가 많은 경우엔 ‘가로저축’이 유리하다. 가로저축은 재무목표에 맞게 돈을 분산해 모으는 방식이다. 세로저축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목적에 맞게 자금을 체계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 다양한 저축 방식을 활용할 수 있어 상품에 따라서는 비과세 혜택이나 복리효과도 누릴 수 있다.

가로저축 방식을 활용하려면 재무목표를 세분화하고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 단기자금·장기자금으로 구분하면 순위를 매기기 편하다. 양씨 부부의 경우 큰아이의 대학등록금이나 학원비 등 바로바로 지출하거나 1년 후 지출하는 비용들은 단기자금에 속한다. 10년·20년 만기인 대출금과 퇴직 이후에 필요한 노후자금은 장기자금으로 분류된다. 우선 순위는 단기자금→장기자금 순으로 정하는 게 일반적이므로, 양씨 부부도 대학등록금·논술학원비·노후자금·대출상환 순으로 순위를 매겼다.

먼저 대학 등록금부터 솔루션을 세워보자. 양씨 부부는 1년 안에 1000만원을 마련할 생각을 하고 있는데, 그러려면 잉여자금(102만원)의 대부분(월 84만원)을 학자금에 쏟아부어야 한다. 필자는 부부에게 나머지 재무 이벤트를 달성하려면 계획을 수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단기자금은 언제든지 현금화가 가능하고 원금이 보전되는 상품으로 구성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적금통장은 단기자금 상품으로 적합하다. 부부는 매월 32만원을 1년 만기 적금통장에 저축해 학자금을 준비하기로 했다. 부족분은 양씨가 이따금씩 받는 상여금으로 채우기로 했다.
 

다음은 첫째의 논술학원비인데, 비용이 만만치 않았다. 부부는 총 200만원가량을 논술학원비에 부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아내 이씨는 “논술학원은 유명할수록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다”면서 “이름 있는 학원일 경우 회당 15만~20만원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렇게 많은 돈이 그때그때 들어가는 학원비는 적금보다 현금화가 더 쉬운 상품으로 준비하는 게 좋다. 부부가 CMA통장(월 20만원)으로 학원비를 준비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CMA통장은 하루만 입금해도 이자가 붙고, 입출금도 자유롭다. 수수료 면제, 자동이체서비스 등 좋은 상품이 꾸준히 나오는 것도 장점이다.


이제 장기자금을 살펴보자. 먼저 부부의 노후준비다. 양씨 부부의 경우 좀 더 꼼꼼하게 노후자금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카페에서 종업원으로 일하는 이씨는 퇴직금을 보장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남편의 국민연금만으론 한계가 있으므로 부부는 개인 연금보험에 가입하기로 결정했다.

연금보험은 크게 소득공제 연금보험과 비과세 연금보험으로 나뉜다. 소득공제 연금보험은 말 그대로 납입기간에 소득공제가 가능하지만 연금 수령할 땐 연금소득세(5.5%)를 내야 한다. 비과세 연금보험은 소득공제가 되지 않지만 연금을 과세 없이 고스란히 받을 수 있다.

양씨의 연말정산 내역을 살펴보니 학원비 등 지출이 많아 매년 세금을 환급받고 있었다. 이에 따라 소득공제 니즈가 크지 않은 부부에게 비과세 연금보험(월 30만원)을 추천했다. 물론 이것만으로 노후를 준비하는 건 쉽지 않다. 부부는 자녀들이 군대에 입대해 자금에 여유가 생기면 수시로 추가 납입해 부족분을 채우기로 했다.

마지막으로 대출상환이 남았다. 지난 상담에서 부부는 기존 보험을 해지한 환급금 1772만원과 비상금 228만원으로 마이너스 대출(2800만원·연 4.7%)의 상당부분을 갚았다. 이자 부담을 어느 정도 줄인 셈인데, 이제는 전액 상환을 목표로 자금을 준비할 생각이다. 부부는 이를 위해 채권형 펀드에 월 20만원씩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채권형 펀드는 투자액의 60% 이상을 채권이나 채권 관련 파생상품에 투자하는 상품을 의미한다. 장점은 주식 관련 상품의 비중이 적어 수익률이 안정적이고 위험성이 낮다는 것이다. 리스크가 낮은 만큼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건 언감생심이다. 하지만 양씨 부부는 이미 40대 후반에 접어들었고, 투자로 큰 손해를 본 경험도 있다. 공격적인 투자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판단, 안정적인 채권형 펀드를 추천했다.

이제 재무 솔루션이 모두 끝났다. 양씨 부부는 102만원의 잉여자금으로 대학 등록금(32만원+상여금)·논술학원비(20만원)·노후 준비(30만원)·대출상환(20만원) 등 4가지 재무 이벤트를 모두 대비하는 데 성공했다. 다른 부부들과 달리 3차례에 걸친 양씨 부부의 재무상담은 수월하게 진행됐다. 용돈과 의류비·미용비를 아끼고 각각 한대씩 몰던 자동차를 한대로 번갈아 타도 부부는 별다른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반면 교육비는 1원도 줄이지 않았다. 그만큼 자녀를 확실하게 지원하겠다는 부부의 열의를 느낄 수 있었다. 이제 곧 고3 아들의 첫 학기가 시작된다. 부부의 노력이 올 한해 결실을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서혁노 한국경제교육원㈜ 원장 shnok@hanmail.net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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