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구설 똑같았는데, 인가기간 왜 달랐나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의 M&A 인가절차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사진=뉴시스]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의 M&A 인가절차가 빠른 속도로 진행됐다.[사진=뉴시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품는 데 성공했다. 그런데 뒷말이 무성하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채용비리에 연루돼 불구속 기소됐음에도 단 63일 만에 금융당국의 승인이 떨어져서다. 비슷한 사건을 겪은 DGB금융그룹은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는 데 무려 10개월이나 걸렸다. 2004년 KB금융지주도 LIG손보(현 KB손보)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데 골치를 썩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자회사 편입을 둘러싼 논란을 취재했다. 

신한금융그룹이 오렌지라이프(옛 ING생명)를 품에 안는 데 성공했다. 금융위원회는 1월 16일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자회사 편입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15일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할 계획이니 인가해 달라”고 요청한지 63일 만이다. 문제는 이 편입을 두고 말이 숱하게 많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비슷한 자회사 편입건엔 다른 잣대를 적용한 게 아니냐는 의문에서다.

사실 업계는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자회사로 편입하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을 것으로 내다봤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지난해 10월 31일 불구속 기소됐기 때문이었다. 조 회장은 신한은행장으로 재직하던 2015~2016년 외부청탁지원자와 임직원 자녀에게 채용 특혜를 제공하고 남녀 성비를 인위적으로 조작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신한금융의 지배구조에 리스크가 발생한 셈이었다. 업계 사람들이 “신한금융이 하이투자증권 인수에 어려움을 겪었던 DGB금융지주와 비슷한 길을 걸을 것”이라고 추측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참고: 자회사 편입 건은 대주주 적격성 심사와 무관하다. 문제는 형평성이다. DGB는 같은 자회사 편입건으로 심사를 요청했음에도 그 과정이 순조롭지 않았다.]

그럼 DGB는 어땠을까. 이 금융지주는 2017년 11월 금융당국에 “하이투자증권을 자회사로 편입하겠다”면서 인가를 신청했다. 하지만 금감원의 인가가 떨어진 건 10개월이나 흐른 뒤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사업계획 등 미흡한 심사서류를 보완해야했다. 그런데 추가 서류가 제출되지 않아서 지난해 1월 DGB금융지주의 자회사(하이투자증권) 편입 승인 심사를 잠정 중단했다.”

업계의 의견은 다르다. 2017년 8월 이후 박인규 전 DGB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비자금 조성 혐의가 불거진 게 인가 절차가 미뤄진 이유로 본다. 금융업계의 한 관계자는 “박 전 회장이 각종 혐의에 연루되면서 지배구조가 불확실해지자 심사를 연기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DGB금융은 7월 24일 자회사 편입 보완 서류를 제출했고 두달 뒤인 9월 인가를 득했다. 공교롭게도 김태오 신임 회장이 취임하고(5월 31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7월 4일) 등이 마무리되면서 지배구조 리스크가 사라진 후였다.

또다른 금융업계 관계자는 “DGB금융이 조직쇄신 등을 통해 지배구조 리스크를 해소한 것이 자회사 편입 승인을 받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무금융노동조합이 “DGB금융과의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며 조 회장의 채용비리 사태가 해결되기 전까지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편입 승인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DGB와 신한금융을 단순하게 비교하면 안 된다”면서 말을 이었다. “DGB의 경우, 지난해 1월 사업계획서에 보완할 부분이 생겨서 추가서류 제출을 요청했다. DGB의 내부사정으로 보완서류가 7월에 제출돼 인가가 지연된 것이다. 신한금융은 사업계획서 등의 보완이 빨리 이뤄져 제때 인가가 났다. CEO 리스크 등은 인가 요건에 해당하지 않아 검토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CEO 리스크 등을 살펴보지 않았다”는 금감원 측이 오렌지라이프의 신한금융 자회사 편입건을 인가하기 전에 신한금융 관계자를 만나 조용병 회장 유고시 경영승계 계획 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CEO 리스크를 체크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CEO의 경영이 불가능한 때를 대비해 어떤 프로세스를 갖추고 있는지 봤을 뿐”이라면서 의미를 축소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긴 어려워 보인다.

과거 사례를 봐도 금융회사의 자회사 편입건에서 가장 중요한 건 CEO 변수였기 때문이다. 2014년 KB금융지주의 LIG손해보험(현 KB손해보험) 자회사 편입 과정이 더디게 진행된 건 대표적 사례다. 이유는 역시 KB금융지주 회장과 KB은행장의 대립과 부정·비리사건에 있었다.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은 그해 국정감사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KB금융과 LIG손보가 계약을 맺은 상황이지만 지금과 같은 KB금융의 지배구조나 경영능력으로 LIG손보를 인수할 수 있을지는 더 검토해야 한다. 차기 회장 선임을 포함해 향후 KB의 경영 플랜과 안정화 조치가 나오는 것을 보고 결정할 것이다.” 신한금융의 오렌지라이프 자회사 편입 승인건은 형평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김득의 금융정의 연대 대표는 “신한금융 채용비리는 금감원이 추가 검사까지 하면서 밝혀내 검찰에 넘긴 사건”이라며 “경영관리상태의 건전성을 보는 자회사 편입 심사에서 이런 요인이 작용하지 않았다는 건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김하나 민변 변호사는 “금융당국의 승인 심사를 비롯한 대주주적격성 심사의 기준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라는 비판이 계속해서 제기됐다”며 “관련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뒷말이 무성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의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는 심사 기한 연장의 이유와 사유, 승인 여부의 구체적이고 명확한 근거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강서구 더스쿠프 기자 ks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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