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의 한 장면➋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저자 조기준

대학 졸업 후 뮤지컬 배우를 꿈꿨다. 서른엔 에디터가 됐다가 마흔엔 글을 쓰고 강연을 시작했다. 밴드 멤버로도 활동하는 그는 최근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라는 책을 발간했다. 이 책의 저자 조기준(42)에게 ‘진짜 나답게 사는 법’을 물었다.

저자 조기준은 마흔답게 살기 위해선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저자 조기준은 마흔답게 살기 위해선 자존감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천막사진관]

✚ ‘마흔’을 주제로 만든 책들이 부쩍 늘어났습니다. 왜일까요?
“일본에선 지금 ‘50세’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흔’을 키워드로 삼은 작품은 광풍처럼 지나갔죠. 40~50대가 그만큼 인생의 기로에 서있다는 방증 아닐까 합니다.” 

✚ 언젠간 50세 이후의 이야기가 나오죠. 
“고령화 사회를 꼬집는 책들이 늘어나지 않겠어요?” 

✚ ‘마흔에 나답게 사는 법’을 맹자에서 찾았더라구요. 흥미로운 비유였습니다. 
“ 「논어」는 너무 많이 알려진 것 같았어요. 뭔가 색다른 시도를 하고 싶었는데, ‘맹모삼천지교’라는 말이 떠올랐죠. 맹자에서 혜안을 찾은 건 단순한 이유였습니다.” 

✚ ‘마흔답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금 이 순간, 가장 좋아하고도 잘하는 것을 생각해보세요. ‘나이답게’도 중요하지만 ‘나답게’의 가치는 더 중요합니다. ‘마흔답게’ 살고 싶다면 자존감부터 높여야 합니다.” 

✚ 자존감을 높이는 구체적인 방법론이 있을까요. 
“관련 책을 읽거나 강연을 듣는 건 생각보다 좋은 방법이에요. 현대인은 은근히 자존감이 부족합니다. 늘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스스로를 깎아내리기 바쁘죠. 책과 강연은 그런 마음가짐에 변화를 줄 수 있을 겁니다.” 

‘있어빌리티’에서 벗어나기

✚ 행동도 중요하지 않을까요? 
“그렇습니다. 자원봉사나 후원은 자신을 성찰할 기회를 줍니다. 나보다 어렵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통해 뭔가 큰 것을 얻을 수도 있습니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는데, 왜 인간은 고개를 뻣뻣하게 세우려고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많은 이들이 40줄에 들어서면 자기만의 꿈을 꿈꾼다. 하지만 타협의 가치도 무시해선 안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많은 이들이 40줄에 들어서면 자기만의 꿈을 꿈꾼다. 하지만 타협의 가치도 무시해선 안 된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 조금은 이상적입니다. 경쟁을 부추기는 사회에서 남을 의식하지 않고 사는 건 힘든 일이지 않을까요. 
“옳은 지적입니다. 그럼에도 ‘눈치 보는 사회’ ‘있어빌리티(있어보이는 능력)가 넘치는 사회’에서 조금이라도 탈피하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집은 몇 평이고, 통장은 몇 개고, 자산은 얼마고, 대학은 어딜 나왔고…. 이런 것으로 자신도 남도 평가하지 말자는 겁니다.”

✚ 기존 프레임을 모두 바꿔야 한다는 지적으로 들립니다. 그렇다면 나답게 사는 걸 방해하는 요소는 어떻게 뛰어넘어야 할까요.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을 쪼개서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퇴근해서 술만 마시는 시대는 이제 끝났습니다. 워라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것도 아닙니다.”

✚ 과할 정도로 바쁜 현대인이 ‘나만의 시간’을 갖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오롯이 자신만의 시간을 만들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닙니다. 그 시간은 삶을 위해 포기했던 꿈을 되살리는 데 써야 합니다. 꿈을 새롭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음악ㆍ운동ㆍ목공ㆍ서예ㆍ낚시 뭐든 좋습니다. 취미라는 경험은 현대인에게 반드시 필요합니다.”

✚ 경험의 산물인가요? 
“직접이든 간접이든 그렇습니다(웃음).”

✚ 화제를 돌려볼까요. 많은 직장인이 마흔을 맞으면 회사를 나올지 말지를 고민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려운 질문이네요. 지금의 저라면 의견도 맘껏 내고 고집도 피울 겁니다. 하지만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많진 않을 겁니다. 결국 중요한 건 균형이고 경청이라고 생각해요. 때론 ‘타협할 줄 아는 것’도 능력인 듯합니다.”

✚ 마지막으로 마흔을 더 충실하게 살 수 있는 조언 한마디 부탁드릴게요. 
“매월 잡지를 읽어보세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전문잡지를 읽다보면 지적 만족이 충족될 수 있어요. 몇 년 후 책꽂이가 멋지게 변한 걸 보는 것도 즐거움이죠. 마흔은 시작입니다.” 
김영호 김앤커머스 대표 tigerhi@naver.com | 더스쿠프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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