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버ㆍ그랩 들어오면 한국 렌터카 살아남을까
우버ㆍ그랩 들어오면 한국 렌터카 살아남을까
  • 고준영 기자
  • 호수 325
  • 승인 2019.02.12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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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 산업의 가파른 성장세
모빌리티 시장 패러다임 변화
데이터 수집에 취약한 렌터카
SKㆍ롯데, 미래시장 대비해야

국내 렌터카 시장이 뜨겁다. 롯데렌탈과 SK네트웍스의 점유율 경쟁 때문이다. 공유경제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렌터카 수요가 부쩍 늘어난 결과다. 하지만 롯데렌탈과 SK네트웍스가 언제까지 달콤한 과실을 탐할 수 있을진 미지수다. 우버ㆍ그랩 등 글로벌 공유차업체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 두 기업의 시장 지위가 흔들릴 수 있어서다. 이유는 ‘데이터’에 있다. 더스쿠프(The SCOOP)가 한국 렌터카의 경쟁력을 냉정하게 분석해봤다. 
 

우버ㆍ그랩 등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차량공유업체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 렌터카 업체들엔 위협이 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우버ㆍ그랩 등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차량공유업체가 국내 시장에 진입하면 렌터카 업체들엔 위협이 될 수 있다.[사진=연합뉴스]

몇년 전까지만 해도 ‘허’로 시작하는 번호판은 렌터카의 상징이었다. 요즘은 그 범위가 ‘하’와 ‘호’로 넓어졌다. 그만큼 렌터카가 많아졌다는 방증이다. 실제로 렌터카 시장은 조용한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한국렌터카사업조합에 따르면 2010년 25만7585대였던 렌터카 등록대수는 지난해 76만1225대로 3배가량 증가했다.

이런 성장세의 배경엔 모빌리티(이동수단)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자리잡고 있다. 안근원 한국교통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동수단의 패러다임이 소유에서 공유로, 공급자 위주에서 수요자 위주로 변화하고 있다”면서 “특히 미국과 독일 등의 젊은 사람들 사이에선 면허를 취득하지 않거나, 차를 사지 않는 경향이 부쩍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모빌리티 시장에서 공유경제 기반의 사업 모델이 주목을 받으면서 렌터카 시장도 함께 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 때문인지 국내 대기업들도 렌터카 사업 확장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곳은 롯데렌탈과 SK네트웍스다. 롯데렌탈은 2015년 6월 1위 사업자였던 KT금호렌터카를 인수하면서 렌터카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꾸준히 사업 규모(렌터카 등록대수 2015년 13만7677대→2018년 11월 20만3591대)를 키우며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SK네트웍스는 2014년까지만 해도 시장점유율 기준 4위(7.2%)에 머물러 있었지만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면서 2017년 2위(12.0%)로 껑충 뛰어올랐다. 최근엔 3위 사업자 AJ렌터카를 인수하면서 1위 롯데렌탈과의 격차를 크게 좁혔다. [※참고 : 2018년 11월 기준 시장점유율은 롯데렌탈 24.2%, SK네트웍스 12.5%, AJ렌터카 9.2%였다. AJ렌터카 인수 이후 SK네트웍스의 점유율은 21.7%까지 올라갔다.]

 

두 기업은 사업 포트폴리오도 모빌리티를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2016년 패션사업부문을 매각한 SK네트웍스는 정비ㆍ자동차부품 유통ㆍ정유 등 모빌리티 사업을 강화해 밸류체인을 구축했다. 2020~2021년엔 가전렌털 사업부문인 SK매직도 분할상장할 계획이다.

롯데렌탈은 차량렌털 부문만 놓고 보면 SK네트웍스보다 사업 범위가 넓다. 장단기 렌털은 물론 자회사인 그린카(카셰어링 플랫폼)를 통해 초단기렌털 분야에서도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두 기업 모두 렌터카, 나아가 모빌리티를 미래 핵심 성장동력으로 삼은 셈이다. 

주목할 점은 모빌리티 시장의 패러다임 변화가 이들 렌터카 업체에 기회이자 위기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많은 전문가는 “현재 국내 모빌리티 사업의 모델이 제한돼있어 렌터카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기반이 마련돼 있다”면서도 “하지만 향후 우버ㆍ그랩 등 다양한 사업모델이 국내에 진입하면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알 수 없다”고 설명한다. 

일부에선 우버ㆍ그랩 등 차량공유업체는 렌터카의 경쟁 대상이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하지만 구태언 변호사(법률사무소 테크앤로)는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선 P2P와 B2C, 플랫폼 간 구분이 의미가 없어질 것”이라고 지적한다. 국내 렌터카 산업에 지속가능하면서도 새로운 사업모델이 필요하다는 지적은 어제오늘 나온 얘기가 아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렌터카ㆍ우버ㆍ쏘카 등 공유경제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사업모델이 있는데, 향후 어떤 모델이 우위를 가질지는 예측하기 힘들다”면서 “더구나 로보택시 등 새로운 사업모델까지 쏟아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렌터카 모델의 지속가능성은 장담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17년만에 SK네트웍스에 복귀한 최신원 회장(오른쪽)은 모빌리티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았다.[사진=연합뉴스]
17년만에 SK네트웍스에 복귀한 최신원 회장(오른쪽)은 모빌리티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았다.[사진=연합뉴스]

안근원 연구위원도 같은 의견을 냈다. “수요자는 이동수단을 자유롭게 선택하고, 시스템은 그에 맞춰 변화하고 있다. 미래엔 빅데이터ㆍ인공지능(AI)ㆍ사물인터넷(IoT) 등 기술융합으로 수요자 기반 서비스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옛날 방식을 고집하면 시장에서 도태될 수밖에 없다.” 예컨대 렌터카와 대중교통ㆍ택시ㆍ자전거 등 여러 교통수단과 연계한 통합 모빌리티(MaaS)처럼 라이프스타일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SK네트웍스와 롯데렌탈은 새 사업 모델을 개발할 여건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경쟁력 있는 사업 모델을 만들기 위해선 운행 데이터가 핵심인데, 기존의 렌터카 사업 모델로는 데이터를 수집하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렌터카는 개인이 자가용을 이용하는 거나 마찬가지”라면서 “종일 돌아다니는 우버나 그랩 등과 비교하면 데이터양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쉽게 말하면 이렇다. 경쟁력 있는 모델을 만들려면 이용자들의 취향과 습성을 파악해야 한다. 당연히 이용자들의 이동경로와 목적 등 정보가 담긴 운행 데이터가 많을수록 정확도도 높아진다. 운행하지 않는 시간이 많은 렌터카보다 쉴 새 없이 공유되는 우버, 집카, 카풀 등 모델이 데이터양과 정확도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사실 데이터를 확보하는 건 민감하면서도 중요한 문제다. 자율주행차 시대가 도래하거나 커넥티드카 서비스가 본격화하면 차량공유업체들의 데이터가 더욱 중요해질 게 분명해서다. 익명을 원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렌탈과 SK네트웍스는 무작정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충분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플랫폼을 구축하는 게 중요해보인다”면서 “다가오는 스마트모빌리티 시장에서 미래 성장 동력을 찾는 유수의 기업들은 운행 데이터가 부실한 곳에 러브콜을 보내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항구 연구위원은 “공유경제는 서비스를 어떻게 구축할 것이냐는 문제”라면서 이렇게 지적했다.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차량공유업체는 물론 완성차 업체마저 모빌리티 서비스 구축에 힘쓰고 있다. 기존 모델을 개선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은 새로운 모델을 모색하는 게 더 중요하다.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야 할 때다.” 롯데렌탈과 SK네트웍스 앞에 놓인 과제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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