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주택 공시가격 논란
가파른 상승세 문제 뭔가
모든 주택에 세금폭탄 투하?
공시가격에 숨은 진영논리

“공시가격 상승률 역대 최대, 세 부담 가중되나?”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자 역대 최고 상승률이라면서 세금폭탄이 투하될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공시가격 상승 탓에 단독주택에 사는 애먼 서민만 피해를 보게 생겼다는 거다. 과연 그럴까. 공시가격이 상승하면 서민의 세부담이 가중될까. 더스쿠프(The SCOOP)가 그 답을 찾아봤다.

1월에 발표된 표준주택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4월이면 개별주택 공시가격이 나온다. “공시가격 상승률 역대 최대, 세 부담 가중되나”라는 질문의 답은 그때 나온다.[사진=게티이미지뱅크]

공시가격 뉴스가 쏟아지고 있다. 2019년 1월 24일 발표한 전국 표준주택 공시가격이 전년 동기 대비 9.13%나 치솟았기 때문이다. 이 상승률은 평균 4∼5% 수준이었다. 시장은 “세금폭탄”이라며 반발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과세지표를 왜 또 올리냐”는 불만이었다. “오름폭이 왜 시세 상승률보다 높은가”라는 의문도 쏟아져 나왔다.

부동산 업계가 공시가격 상승에 민감한 데는 이유가 있다. 공시가격은 부동산 재산을 보유한 사람이 내야 하는 세금의 기준이 되는 지표다. 보유세를 비롯해 양도소득세·증여세·상속세 등을 걷을 때의 기초자료다. 건강보험료·기초노령연금·기초생활보장 등 국민복지 부담금의 기준이기도 하다. 당연히 공인중개사 유리창에 붙은 시세와는 다르다.


그렇다면 과세지표가 오르면 정말 부동산 시장에 폭탄이 떨어질까.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공시가격 상승으로 세부담이 커지는 건 시세 15억원의 단독주택이다”면서 선을 그었다. 서울에서도 용산·강남처럼 한강을 접하고 있는 부촌富村이나, 수도권 신도시에 있는 단독주택 정도만 공시가격 상승의 영향권에 있다는 얘기다. 부촌의 단독주택 보유자는 지금까지 같은 가격의 아파트 보유자보다 재산세를 덜 내왔다. 단독주택 공시가격 상승이 조세 형평성을 바로 잡는 무기라는 얘기다.

공시가격은 공인중개사 사무소 유리차에 붙은 시세와는 다르다.[사진=연합뉴스]

세금폭탄이 서민 머리에 떨어질 일도 없다. 전문가의 예측을 바탕으로 시세 15억원 이하의 단독주택을 가지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국토교통부가 1월 24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시세 10억원인 서울 단독주택은 공시가격은 5억8500만원에서 6억3700만원으로 오른다. 이 주택을 보유한 1주택자가 더 내야 하는 보유세는 19만4000원(2018년 142만원→2019년161만4000원), 건강보험료는 오르지 않는다.

이번엔 광주에 위치한 단독주택의 사례를 들어보자. 시세는 11억4000만원. 공시가격은 지난해보다 5400만원이 오른 6억4500만원이다. 더 내야 하는 보유세와 건강보험료는 각각 20만원, 0원이다.

시세보다 공시가격 오름세가 가파른 이유도 있다.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시세반영률이 터무니없이 낮았기 때문이다. 공시가격은 1989년 말 부동산 세제 개편을 위해 처음 등장했다. 당시 시세반영률은 20%대에 머물러 있었고 1990년대 중반까지도 30~40%대를 유지했다.

이런 상황에서 1997년 외환위기가 터지자 정부는 시세반영률을 무리하게 끌어올리지 못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경제에 타격을 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현재 단독주택 가격의 시세반영률은 53.1%다. 2018년 토지와 아파트의 시세반영률이 목표치를 달성한 것과 대조적이다. 공시가격이 시세를 따라갈 타이밍을 번번이 놓친 결과다.

표준단독주택 공시가격이 발표되자 ‘역대 최고 상승률’이라면서 세금폭탄이 투하될 것이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숱한 기사들은 ‘누가 세금폭탄을 맞을지’는 고려하지 않았다. 그 결과, 낡은 단독주택에 사는 애먼 서민까지 피해를 볼 것이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대상을 특정하지 않은 기사가 빚은 오해다. 세금폭탄은 딴 세상 사람들 얘기다. 50%를 간신히 넘어선 단독주택의 시세반영률, 갈길이 구만리다.

최아름 더스쿠프 기자 eggpuma@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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