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NXC 대표의 매각과 불편한 진실

김정주(51) NXC 대표는 한국 대표 벤처 기업인이다. 청바지에 티셔츠ㆍ백팩ㆍ대중교통 등이 트레이드마크다. 맨손으로 게임제국을 일으킨 걸출한 사업가로도 불린다. 그런 그가 경영권을 매각한다고 알려지면서 업계가 시끄럽다. 한편에선 ‘정부 규제 때문에 김 대표가 지쳤다’는 진영 논리에 가까운 비평도 나왔다. 하지만 김 대표의 이번 매각 선언은 짚어볼 점이 많다. 한국형 오너경영의 불편한 진실을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더스쿠프(The SCOOP)가 김정주 NEX 대표의 매각과 불편한 진실을 취재했다. 

김정주 대표는 NXC 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놓았다는 소식으로 게임업계를 흔들었다.[사진=연합뉴스]
김정주 대표는 NXC 지분 전량을 매물로 내놓았다는 소식으로 게임업계를 흔들었다.[사진=연합뉴스]

새해 벽두 게임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넥슨이 인수ㆍ합병(M&A) 시장의 매물로 나오면서다. 동요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한국은 ‘게임코리아’로 불릴 만큼 위상이 높지만, 실상은 대형 게임사 몇몇이 시장을 주도하는 구조다.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 등 이른바 ‘3N’이 전체시장 매출의 50% 가까이 차지하고 있다. 이중에서도 넥슨의 비중(17.1%)이 가장 높다. 오너가 바뀌거나 해외자본에 팔린다면 업계 파장이 클 수밖에 없다.

떠들썩한 이슈를 만든 이는 넥슨 지주회사인 NXC의 김정주 대표다. 김 대표는 NXC 지분 전량을 내놓고 구매자를 물색하고 있다. 지분의 추정가격은 10조원, 성사만 되면 국내 IT 업계 최대 ‘빅딜’이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반응이 나왔다. 국내 최대 게임회사라는 넥슨의 지위는 여전히 공고하고, 사업도 순항 중이기 때문이다. 수많은 미디어가 주목했던 지분매각의 이유는 ‘정부의 규제’다. 정부가 중독성과 폭력성, 선정성, 사행성 등을 문제 삼아 게임산업에 과도한 규제를 심었고, 이 때문에 ‘게임=도박’이라는 주홍글씨가 새겨졌다는 거다. 정부의 규제일변도 정책에 김 대표가 평소에 피로감을 토로했다는 소문도 돌았다. 정부 정책이 잘나가던 기업인의 경영의지를 꺾는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하지만 이는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소문이다. 한국 게임시장의 성장세가 둔화하는 이유가 정부 규제에 있는 건 맞다. 하지만 넥슨이 주로 돈을 버는 곳은 한국이 아니다. 넥슨의 사업구조를 보자. 2017년 기준 넥슨코리아의 매출은 1조297억원에 달했지만 영업이익은 673억원에 불과했다. 

반면 자회사 네오플의 영업이익은 1조636억원을 찍었다. 당시 넥슨그룹의 전체 영업이익이 8856억원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머지 계열사는 마이너스 실적을 냈다는 얘기다. 쉽게 말해 네오플이 넥슨그룹을 떠받쳤다는 건데, 이 회사의 주무대는 중국이다. 게임 ‘던전앤파이터’는 중국 내 동시접속자 수가 500만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정부 규제 때문에 김 대표의 의지가 꺾일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게임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규제는 중소형 게임사에는 치명타가 될 수 있지만 넥슨 같은 대기업은 어떻게든 수익을 낼 수 있다”면서 “오히려 (정부 규제가) 중소형사가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걷어차 준 셈이니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고 꼬집었다. 넥슨 관계자도 “김정주 대표가 평소 규제 피로감을 언급한 적은 없었다”고 강조했다.

게임공룡 넥슨을 파는 이유 

그렇다면 김 대표는 왜 지분매각에 나섰을까. 위정현 중앙대(경영학)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넥슨은 철옹성 같다. 탐나는 기업은 과감하게 인수하는 오너와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인들, 그리고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업계 최고의 개발자들이 한데 모여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강고한 이 철옹성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바로 김 대표의 막강한 지배력이다.”

김 대표를 우리나라 IT 산업계 신화를 일궈낸 몇몇의 벤처 창업주와 비교해보자. 초기 벤처 시절 이곳저곳에서 투자를 받다보면 창업주의 지분율은 줄어들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기업이 네이버다. 창업주인 이해진 의장의 지분율은 3.72%에 불과하다. 업계 맞수인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율도 11.98%다.

반면 김정주 대표는 넥슨 지주사 NXC의 지분 67.49%를 보유하고 있다. 부인 유정현 NXC 감사의 지분율은 29.43%. 여기에 김 대표의 개인회사 와이즈키즈 지분(1.72%)을 더하면 98.64%에 이른다. 넥슨의 지배구조가 ‘NXC→넥슨(일본법인)→넥슨코리아 및 계열사’로 이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김 대표는 넥슨그룹의 압도적인 대주주다. 언뜻 봐도 판단할 수 있는 국내외를 오가는 복잡한 지배구조도 논란거리다. 위 교수는 “연매출이 수조원대에 이르는 기업 가운데 1인 지배체제가 이토록 공고한 기업은 찾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막강한 지배력은 그간 넥슨의 장점이었다. 김 대표는 M&A의 귀재로 통한다. 넥슨이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컸던 것도 유망 게임업체를 인수한 덕분이었다. 2004년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만든 위젯을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08년 네오플, 2010년 게임하이 등을 사들였다. 창업주의 결단이 필요한 대규모 투자였다.

하지만 과도한 지배력은 부작용을 낳았다. 2016년 ‘진경준 게이트’에 김 대표가 연루된 건 대표적 사례다. 김 대표는 고교 동창인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넥슨의 비상장 주식 4억2500만원어치를 준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무죄 확정판결을 받긴 했지만 회사 주식을 넘겼다는 점에서 논란이 일었다. 

전직 넥슨 개발자는 “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우리가 재벌기업의 행태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충격이 컸다”면서 “김 대표가 오랫동안 동고동락한 초창기 멤버들에게도 지분을 나눠주지 않았다는 데, 검사 친구란 이유로 지분을 넘긴 건 직원들 입장에선 사기가 꺾이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 개발자는 “김 대표의 지분 매각 역시 그저 독단적인 경영 판단일 뿐, 임직원과의 소통은 없었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사실상 김정주 1인체제”

김 대표의 또다른 별명은 ‘은둔의 경영자’다. 여간해선 공개석상에 나서지 않아서다. 그렇다고 회사 내ㆍ외부에서 소통을 잘하는 것도 아니다. 매각 소식 역시 언론을 통해 밝혀졌다. 매각을 둘러싼 상황도 마찬가지다. 일정과 규모가 정확히 파악되지 않는다.

김 대표는 공식입장을 통해서도 “지분매각이 맞다, 아니다”가 아닌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이라는 애매모호한 답을 내놨다. 매각의 향방이 어떻게 될진 알 수 없지만, 전적으로 김 대표의 선택이다. 6000명이 넘는 넥슨 직원의 생계는 물론 그 아래 있던 게임 개발사 생태계도 그의 결정에 좌지우지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 대표의 매각 선언에 숨은 넥슨과 한국형 오너 경영의 불편한 진실이다. 
김다린 더스쿠프 기자 quill@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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