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찬의 프리즘] 후속 대책 없는 대통령 시리즈 대화는 ‘이벤트’
[양재찬의 프리즘] 후속 대책 없는 대통령 시리즈 대화는 ‘이벤트’
  • 양재찬 대기자
  • 호수 326
  • 승인 2019.02.18 08: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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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기업인 대화’가 의미를 지니려면…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만나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체감할 만한 후속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은 기업인들과 만나 적극적인 규제 완화를 약속했다. 하지만 체감할 만한 후속 조치는 보이지 않는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4일 자영업ㆍ소상공인 대표 160여명과 만났다. 중소ㆍ벤처기업(1월 7일), 대기업ㆍ중견기업(1월 15일), 혁신벤처기업(2월 7일)에 이은 경제계와의 네번째 소통자리다. 이로써 새해 초부터 시작된 문 대통령의 경제 행보가 끝나가는 모습이다. 

고용한파가 몰아치고 기업투자가 감소하는 등 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최고 정치지도자가 기업인들을 만나 현장 목소리를 듣는 것은 의미가 있다. 청와대는 짜인 각본 없이 현안에 대해 묻고 대답하고 토론하는 자리로 마련한 타운홀 형식의 미팅이었음을 강조한다.

과거 정부 대통령들보다 기업인들과 자주 소통함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잇따른 대통령과 기업인의 대화는 만남의 순서와 장소, 대통령의 현실 인식, 대화 이후 후속 조치 등 네가지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긴다.

첫째, 대통령이 만난 대상의 순서다. 청와대는 자영업ㆍ소상공인 대표를 마지막으로 초청했다. 사실 대통령과 면담이 가장 절실한 쪽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이었다. 이들은 이태 연속 두자릿수로 과속 인상된 최저임금 때문에 생존을 위협받거나 폐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 여파로 수많은 저임금 알바생과 비정규직 임시직이 일터를 잃었다. 

정치권에서 2019년 최저임금 인상을 동결 내지 유예하자는 주장이 제기된 지난해 말 국민토론회를 했어야 옳았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에 강력 반대한 소상공인연합회 회장의 경우 그동안 각종 정부 행사에서 제외돼 패싱(passingㆍ건너뛰기) 논란에 휩싸였다가 2월 14일 간담회에는 참석할 수 있었다. 

둘째, 만나는 장소 또한 기업인들로선 부담스럽고 불편했으리라. 바쁜 대통령의 동선을 고려해 청와대로 불렀을까. 청와대 설명대로 타운홀 미팅 성격이라면 다수 기업인들이 대통령 집무실로 오는 대신 대통령이 기업인들 일터, 기업인들이 대중교통수단으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으로 찾아가는 만남이었어야 했다. 

본디 타운홀 미팅은 정책 결정권자나 선거 입후보자가 주민들을 지역 내 학교 강당 등에 초대해 정책과 이슈를 설명하고 의견을 듣는 토론장이다. 영국 식민지 시절부터 공동체 문제를 자율적으로 해결해온 미국식 참여민주주의의 토대였다. 

지금 프랑스에선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전국 도시를 돌며 국민대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 체육관이나 강당에서 대통령이 팔을 걷어붙인 채 정부의 세금개편 방향을 설명하고 참석자들은 불만을 토로한다. 유류세 인상 및 부유세 폐지에 반대하는 노란조끼 시위가 격렬해지자 마크롱 대통령이 제안해 이뤄진 토론마당이다.

셋째, 기업인들과 만나는 대통령과 부처 장관들의 현실 인식과 자세도 민주적이지 않다. 바쁜 기업인들을 불렀으면 그들의 의견과 지적을 경청하는 것이 도리다. 하지만 현실은 대통령도, 장관들도 정부 정책을 부연 설명하거나 강조하기 일쑤였다. 다분히 의례적이고 관료적이었다. 어느 기업인이 용기를 내 최저임금의 지역ㆍ업종별 차등 필요성을 제기하자 장관이 ‘현장 목소리를 반영해 보완해 나가겠다’고 답변했다.   

넷째, 대통령-기업인 대화의 후속 조치도 더디기 짝이 없다. 벤처ㆍ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가리지 않고 기업인들은 과감한 규제개혁을 건의했다. 대통령도 적극적인 규제완화 약속과 함께 기업이 투자와 고용을 확대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업인들의 지적과 건의사항을 정책에 활용했다는 소식은 거의 들리지 않는다.  

만남의 순서나 장소, 인식과 태도가 아쉬워도 결과물인 후속 조치가 생산적이고 효율적이어야 대통령과 기업인 대화의 의미가 살아난다. 토론의 형식이나 방법이 미흡한 점도 양해될 수 있다. 후속 대책이 따르지 않는 대통령과의 시리즈 대화는 정치 이벤트일 따름이다. 

1월 고용통계가 19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한국경제학회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과 직전 4년간 경제지표를 비교분석한 결과 국내총생산(GDP), 투자, 고용의 성장률이 모두 뒷걸음질친 것으로 나타났다. 임시ㆍ일용직 근로자도 감소해 ‘소득주도 성장이 소비를 늘릴 것’이라는 주장도 회의적인 것으로 평가됐다. 

이미 효과가 없고, 성과를 기대하기도 힘든 소득주도 성장을 언제까지 고집할 텐가. 소득주도 성장 대신 과감한 규제혁파로 혁신성장에 나설 때다. 일정 기간 규제를 면제하거나 유예하는 규제 샌드박스를 뛰어넘어 ‘선先허용, 후後규제’로 정책을 전환해 신산업의 태동을 자유롭게 해야 한다. 해답은 이미 나와 있다. 잇따른 기업인들과의 대화에서 거론된 것들을 복기하며 실천하자.
양재찬 더스쿠프 대기자 jayang@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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