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 매각 2008년 vs 2019년
분할납부ㆍ출자전환 도긴개긴
현대重, 산은의 유일한 선택지
대우조선 매각, 좋은 시너지낼까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나섰다. 2008년 첫 매각 시도 이후 10여년 만이다. 그런데 그때와 비교하면 조건이 부실하다. 매각대금이 3분의 1토막 났을 뿐만 아니라 그 대금을 당장 손에 쥘 수도 없다.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플랜에 의문부호가 붙는 이유다. 산은의 대우조선해양 매각, 알찬 열매를 맺을 수 있을까. 더스쿠프(The SCOOP)가 2019년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절차를 2008년 때와 비교해봤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투입한 혈세만큼의 가치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산업은행이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투입한 혈세만큼의 가치를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사진=뉴시스]

2008년 3월 산업은행은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한다는 공고를 냈다. 매각 방식은 공개경쟁입찰. 현대중공업과 포스코, GS 등 쟁쟁한 기업들이 입찰제안서를 냈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우선협상대상자로 6조3000억원가량을 써낸 한화컨소시엄(한화석유화학ㆍ㈜한화ㆍ한화건설 등)이 선정됐다. 

대우조선해양의 인수를 발판으로 세계시장을 호령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던 한화그룹은 환호했다. 하지만 한화컨소시엄은 끝내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지 못했다. 그해 10월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지자 한화컨소시엄이 자금난에 부닥쳤기 때문이었다. 한화컨소시엄은 고육지책으로 분할납입, 이른바 ‘할부 결제’를 제안했지만 산은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이후 계속된 매각 시도에도 알찬 결실을 맺지 못한 산은은 한발 물러섰다. 민유성 당시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서두르다가 졸속 매각을 하면 안 되기 때문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차분하게 추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앞서 매각이 무산된 경험을 교훈 삼아 인수기업의 재무상태 등 자격요건을 꼼꼼히 따지겠다는 거였다.  

그로부터 10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산은은 다시 한번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엔 현대중공업이 인수자로 등장했다.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지난 1월 31일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전부를 현대중공업에 넘긴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기본합의서를 체결했다.

어쩌면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던 산은으로선 현대중공업이 유일한 선택지였을지 모른다. 이은창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합병하면 선가 개선, 원가경쟁력 강화, 도크 효율성 제고 등 시너지를 낼 가능성은 높다”면서 “제아무리 회복세를 그리고 있더라도 당장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게 쉽지 않은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넘긴 건 적절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2008년 때와는 상황이 크게 다르다. 무엇보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대금으로 책정된 액수가 2조원 수준이다. 한화컨소시엄이 제시했던 금액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대우조선해양의 현재 시가총액(1월 31일 기준 3조9666억원)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다.

더구나 매각대금을 현금이 아닌 주식으로 받는다. 두 기업이 체결한 합의서에 따르면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지분 55.7% 전부를 현대중공업에 현물출자하고, 그 대가로 약 1조2500억원 상당의 전환상환우선주와 8400억여원의 보통주를 배정받는다. 해당 전환상환우선주의 경우 발행일로부터 4년 6개월 이후에야 상환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화컨소시엄이 제시했던 분할납입보다 낫다고 보기 어렵다.

장상환 경상대(경제학) 명예교수는 “현대중공업의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당장 현금을 지급할 수 없어 이런 방식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2008년 한화컨소시엄이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실패했던 가장 큰 이유는 자금 문제였다. 매각을 서두르지 않겠다던 산은의 말이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다. 

 

이번 매각이 성사된다고 하더라도 산은의 매각 플랜이 합당했는지는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일부에선 “산은이 10년 만에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을 재추진하면서 상황이 급변한 걸 단순히 조선업 경기의 불황 탓으로만 돌리긴 어렵다”고 말한다. 되레 산은의 부실 관리ㆍ감독과 무책임이 불러온 나쁜 나비효과라는 주장이 적지 않다.

과하거나 정치적인 지적이 결코 아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산은의 보호 아래 온갖 적폐의 온상으로 전락했다. 부실공사를 막기 위한 분식회계는 수조원의 손실을 떠안겼고, 경영진의 각종 비리는 대우조선해양의 이미지와 신뢰도를 떨어뜨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불황의 파고는 갈수록 높아졌다. 매각은커녕 회생 가능성을 따져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얘기다. 

그 과정에서 대우조선해양에는 적지 않은 혈세가 투입됐다. 2015년 산은이 4조2000억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영구채 발행, 출자전환 등을 통해 총 14조여원의 공적자금이 대우조선해양의 회생을 위해 빠져나갔다. 많은 이들이 잇따른 비리와 불황의 여파로 경영위기에 놓인 대우조선해양을 살리는 것에 반대했음에도 산은은 산소호흡기를 붙였다. 

 

2008년 한화컨소시엄이 대우조선해양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꼽혔지만 자금확보 문제로 무산됐다.[사진=연합뉴스]
2008년 한화컨소시엄이 대우조선해양의 우선협상대상자로 꼽혔지만 자금확보 문제로 무산됐다.[사진=연합뉴스]

문제는 14조여원의 혈세를 투입한 만큼 대우조선해양의 가치가 커졌냐는 거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이렇게 설명했다. “당장 공적자금을 회수하려는 목적보다는 조선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경영정상화를 추진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혈세를 투입한 효과와 회사 가치는 장기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설익은 해명으로 들린다. 이 때문인지 산은이 대우조선해양에 투입한 혈세를 회수하지 못할 거라면 그에 상응하는 산업적 성과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을 2008년보다 헐값에 넘긴 산은의 선택은 옳았을까. 시장은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당장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의 직원들도 불만이다.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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