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노삼성 노조, 철없는 몽니인가 이유 있는 항변인가
르노삼성 노조, 철없는 몽니인가 이유 있는 항변인가
  • 고준영 기자
  • 호수 326
  • 승인 2019.02.18 11:08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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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노조와 마녀사냥
르노 임금, 업계 평균의 85%
1개 라인에서 7개 차종 생산
전문가들, 수탁생산 한계 지적

지난해 10월부터 부분파업이 진행 중인 르노삼성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파업을 멈추지 않으면 후속 물량을 배정하기 어렵다”는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부회장의 경고가 ‘발화점’이었다. 많은 이들이 ‘철 없는 노조가 자신들의 이권만을 위해 회사를 담보로 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한다. 노조가 몽니를 부리는 바람에 생산성과 신뢰성이 악화됐다는 거다. 정말일까. 르노삼성에 다른 문제가 있는 건 아닐까. 더스쿠프(The SCOOP)가 르노삼성 노조의 숨은 이야기를 취재했다. 

르노삼성과 닛산의 위탁생산계약이 오는 9월 끝난다. 이후 후속물량이 없으면 르노삼성의 생산물량은 반토막 날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르노삼성과 닛산의 위탁생산계약이 오는 9월 끝난다. 이후 후속물량이 없으면 르노삼성의 생산물량은 반토막 날 공산이 크다.[사진=뉴시스]

르노삼성 노조가 지난해 10월 4일부터 부분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15일엔 34번째 파업을 진행했다. 이때까지 파업한 시간을 따지면 총 128시간에 이른다. 모범적인 노사관계로 꼽혔던 르노삼성의 역대 최장기간 파업이다. 그만큼 노사간 의견차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노조는 기본급 인상(기본급 10만667원+자기계발비 2만133원)과 특별격려금(300만원)을 요구하고 있는 반면, 회사는 기본급은 동결하는 대신 보상금(최대 1400만원)을 지급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12일 열렸던 2018년 임단협 제14차 협상도 불발에 그치면서 파업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가 분쟁하는 건 흔한 일이다. 하지만 이번 르노삼성 파업 이슈를 바라보는 눈은 사뭇 날카롭다. 회사의 명운을 운운하는가 하면 제2의 한국GM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르노삼성의 현 상황은 좋지 않다. 자칫하면 올해 말부터 생산물량이 반토막 날 가능성이 높다.

현재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 물량 중 절반가량은 닛산이 위탁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로그’다. 문제는 닛산과의 위탁생산계약이 오는 9월 끝난다는 데 있다. 르노삼성이 생산물량을 유지하기 위해선 로그 위탁생산계약을 연장하거나 르노그룹 본사로부터 새로운 후속 물량을 배정받아야 한다. 

 

하지만 르노삼성은 노조의 파업이 지속되면 두가지 ‘경우의 수’ 모두 어려워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무엇보다 지난 1일 로스 모저스 르노그룹 부회장이 보낸 영상메시지가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모저스 부회장은 해당 메시지에서 “파업을 멈추지 않으면 로그 후속 물량을 배정하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렇다고 파업을 멈추기 위해 노조의 요구조건을 무작정 들어줄 수도 없다는 게 르노삼성의 주장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수출 물량이 많고 판매율이 높은 후속 물량을 받기 위해선 르노그룹 내 다른 공장들과 경쟁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생산성 지표를 비교해서 물량을 따오는 식인데, (기본급이 올라) 고정비가 커지면 경쟁력에서 밀릴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일리 있는 얘기다. 르노삼성의 인건비는 르노그룹 내에서 높은 편에 속한다. 르노그룹 내 공장 46개 중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인건비가 세번째로 높다. 로그 위탁생산 재계약을 두고 경쟁상대로 꼽히는 닛산의 일본 규슈공장 인건비보다도 약 20%가 높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고비용 저효율’ 문제가 르노삼성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거다.


그럼 일부의 주장처럼 이번 사태의 원인을 노조의 ‘철없는 몽니’에서 찾아야 할까. 문제는 그렇게만 보긴 어렵다는 점이다. 인건비가 르노그룹 내에선 높은 편이지만 자동차산업 전반에서 봤을 때는 그렇지도 않기 때문이다. 2017년 기준 르노삼성의 평균 임금은 약 7800만원. 국내 5개 완성차업체 평균인 9072만원의 85% 수준이다. 같은 기간 평균 임금이 8000만원 중반대였던 독일 폭스바겐과 일본 도요타보다도 낮다.

더구나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작업 강도가 약한 편도 아니다. 부산공장에서는 1개 라인에서 7개(SM3ㆍ5ㆍ6ㆍ7ㆍ3Z.EㆍQM6ㆍ로그) 차종을 생산한다. 이런 혼류생산은 효율성 면에서 유리하지만 차종이 많다보니 작업 난이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작업 난이도가 높아지는 부분을 자동화 시스템으로 보완하고 있다”고 설명했지만 다른 완성차업체 관계자는 “통상 작업 중 혼선을 피하기 위해 4차종 이상 혼류생산을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르노삼성 노조가 업계 평균보다 낮은 임금, 높은 작업 강도를 이유로 임금 인상을 요구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는 얘기다. 

노조의 파업이 르노삼성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전문가들은 르노삼성 위기의 원인을 고비용 저효율 구조로만 국한해서 봐선 안 된다고 지적한다. 고비용 저효율 문제는 일부 요인에 불과할 뿐이라는 거다. 무엇보다 업체ㆍ공장 간 생산성을 따지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공장별로 시설수준, 생산모델, 인력 등 조건이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르노그룹이 한국에 물량을 배정하는 덴 되레 외부적 요인에 더 크게 좌우될 것’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르노와 닛산의 갈등, 르노그룹 경영진 변화에 따른 단기 실적 요구, 세계 시장 악화로 인한 원가 절감 기조 등이 악재라면 악재라는 얘기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수탁생산 구조의 한계도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좀 더 근본적인 문제점을 꼬집었다. “국내 자동차업체들이 수탁생산 구조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된 근본적 원인은 수요 독점에 있다. 정부가 자동차산업을 키우기 위해 일부 기업을 집중 지원했고, 그게 수요 독점을 유발했다. 결국 생태계의 다양성 부족이 지금의 위기를 불러오는 데도 한몫했다.” 르노삼성 노조를 향한 무차별 마녀사냥, 우리는 이를 어떤 눈으로 바라봐야 할까. 
고준영 더스쿠프 기자 shamandn2@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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