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기 쉬운 50대
방심과 오만
황금기를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

위기의 남자 안희정, 김경수, 이재명은 공교롭게도 50대다. [일러스트=게티이미지뱅크]

안희정, 김경수, 이재명. 요즘 시련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바람 앞 촛불 같은 운명의 3인이다. 수행비서 성폭행과 대선 댓글 조작사건으로 각각 법정구속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와 김경수 경남지사, 그리고 형 정신병원 강제입원 등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 재판 중인 이재명 경기지사는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다. 광역지방자치단체장으로 여권에서 유력 차기대권주자로 꼽혔던 스타였고 지금도 열성지지자들이 많다. 이들의 또 다른 공통점은 나이가 50대라는 점이다. 

자신이 성추행한 서지현 검사에게 인사보복을 한 혐의로 법정구속된 안태근 전 법무부 검찰국장과 미투 논란으로 서울시장 도전을 포기한 정봉주 전 의원, 김기덕 영화감독도 50대다. 가정을 버리고 나와 젊은 배우와 동거하는 홍상수 감독도 50대다. 도대체 50대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

흔히 40대는 ‘마의 터널구간’이라고 한다. 세계적으로 보아도 행복지수가 가장 낮은 시기가 바로 40대 후반이다. 조직 내에서 샌드위치로 업무부담이 크고, 자녀학비 탓에 경제적으로 쪼들리는 시기다. 자칫 사업에 실패하거나 직장에서 퇴출되면 재기하기도 쉽지 않은 나이이니 느긋한 행복을 누릴 마음의 여유조차 없다. 50대는 막 터널에서 빠져나왔으니 방심하기 쉽다. 터널 밖을 나오면 자신도 모르게 가속페달을 강하게 밟기도 한다. 히말라야 등반 중 조난사고도 대부분 정상을 정복한 후 하산 과정에서 벌어진다. 50대는 태양이 보이기는 하지만 낭떠러지와 지뢰밭이 즐비한 고위험의 시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고치는 50대는 대부분 돈과 권력, 그리고 이성 문제가 얽혀 있다. 50대는 유혹에 쉽게 흔들린다. 이제까지 무엇을 위해 달려왔는가 하는 회의감으로 스스로 헛헛해지기 쉬운 나이다. 사랑을 갈구하나 정작 사랑에 서툴고 사랑 받는 데도 어색해한다. 조직 내에서 불법행위를 하고도 이를 인지하는 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이제까지 무난하게 달려왔으니 앞으로도 별 일 없을 것이라는 방심과 오만이 화를 부른다. 남자 나이 50대는 한방에 훅 날아가기 쉬운 나이다.

50대는 나이듦을 인정하기보다 젊음을 자랑하고 싶은 나이다. 진화생물학자들은 남자란 성적 유혹에 넘어가기에 아주 쉬운 존재라고 한다. 다만 그것이 반드시 육체적인 섹스의 방식만으로 한정되지 않을 뿐이다. 평범한 남자들은 “인간의 뇌는 유전자의 독재에 반항할 수 있다(리처드 도킨슨)”는 말처럼 이성의 힘으로 본능을 억제하지만 권력과 재물을 손에 쥐면 얘기가 달라진다. 성공한 50대가 불장난을 벌인 결과는 이제까지 쌓아온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는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한다. 하지만 조직의 정점에 오르면 쉽게 초심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권력이 주는 달콤함에 빠져 유혹을 뿌리치기 어려워진다.

50대의 삶은 고원高原과 비슷하다. 그곳에서 과거라는 계곡을 볼 수 있고, 앞으로 서서히 올라가야 할 미래라는 산봉우리도 볼 수 있다. 50대는 앞으로 30년 이상 남은 창창한 미래라는 카드와 과거의 경험이라는 무기를 갖고 있다. 전망대 위에서 앞으로 펼쳐질 삶을 조망해볼 수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 이런 저런 것들을 이루기 위해서 숨차게 뛰어오르던 일을 잠시 멈추고, 숨을 고르며 삶을 관조할 수도 있다. 

올해 만 99세인 철학자 김형석 교수는 인생의 절정기는 60세에서 75세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50대는 황금기를 준비하는 소중한 시간이 돼야 한다. 은퇴는 선택이지만, 퇴직은 피할 수 없다. 조직에 속해 있다면 언젠가 후배에게 의자를 물려주고 내려와야 한다. 중심에서 벗어나 가장자리에서도 스스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내공을 키울 때가 아닌가 싶다. 억울함을 따지기 전에 세상이 변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실패를 받아들이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50대는 자신에게 돌아와야 할 나이다. 가족과 함께 하는 따뜻한 가정 속에서 누리는 자신만의 공간과 시간이 중요하다.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은 ‘나’라는 존재가 여전히 사랑받을 만하고 귀한 생명체라는 거다.

인간의 뇌는 남이 나에게 해준 말과 내가 나에게 해준 말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내가 나에게 해준 칭찬도 남에게 받은 칭찬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뜻이다. 매일 밤 잠자리에 들기 전이나 아침에 기상할 때 스스로를 칭찬해주면 어떨까. “너는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괜찮은 존재이고, 행복한 인생이야”라고. 50대에 필요한 것은 자신을 향한 무한신뢰와 무한사랑일지 모른다.

윤영걸 더스쿠프 편집인 yunyeong0909@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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